KBO리그에서 감독의 권한은 과거와 비교하면 다소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 특히 초보 사령탑이 아닌 타 팀을 지휘했던 ‘경력직’이라면 감독의 권한은 더욱 강력할 수밖에 없다. 사령탑 교체로 인해 ‘경력직 감독’이 부임한다면 팀 컬러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1994년 통합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28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LG 트윈스는 지난겨울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 전임 류지현 감독은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승(87승 2무 55패 승률 0.613)을 기록했으나 2021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두산 베어스에게 2승 1패, 2022시즌 3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3승 1패로 임기 2년 동안 가을야구 첫 관문에서 ‘업셋(Upset)’을 당하며 탈락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2023..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진에 합류한 우완 투수 장재영(20)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덕수고 출신인 장재영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구단 신인 역대 최고액이자 KBO리그 2위인 9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해 기대를 모았다. 데뷔 3년 차인 장재영이 지난해까지 보여준 활약은 아쉬웠다. 33경기 31.2이닝 동안 승리, 홀드, 세이브를 1개도 기록하지 못했고, 1패 평균자책점 8.53으로 부진했다. 주로 불펜 투수로 뛰었던 장재영은 부진을 딛고 올 시즌 키움의 5선발로 낙점됐다. 비시즌 동안 호주 프로야구리그(ABL) 질롱 코리아에서 뛰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선발 자리를 꿰찼다. 장재영은 지난 4월 6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첫 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야구를 보며 야구 팬들에게서 나온 가장 많은 반응은 ‘부럽다’는 것이었다. 160km/h 빠른 공을 뿌려대는 투수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나오지 않느냐는 게 그 이유였다. 한국에도 드디어 160km/h를 던지는 투수가 나왔다. 바로 한화 이글스 2년 차 우완 투수 문동주(20)다.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160km/h가 넘는 강속구를 선보였다. 문동주는 4월 12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팀 타선이 침묵하며 패전의 멍에를 떠안았지만 정작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건 따로 있었다. 문동주의 놀라운 구속이었다. 문동주는 1..
지난겨울 한화 이글스가 가장 잘 한 결정을 꼽는다면,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채은성 영입이 될 것 같다. 올 시즌 한화를 상대한 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채은성이 가세한 한화 타선이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채은성 영입 효과는 일시적인 것도 아니고, 단편적인 것도 아니다. 타선 전체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4월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0으로 앞선 6회, 채은성은 ‘대투수’ 양현종을 상대로 시즌 3호 1점 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양현종에게 7타수 무안타로 고전했다. 이날 첫 두 타석도 범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세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5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양현종을 홈런으로 흔들었다. 한화 중심 타선이 무기력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채은성은 기복 없이 꾸준하다. 개막 4경기 만인..
대다수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어떤 이는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깝다”고 했다. 지난 2020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5) 이야기다.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롯데의 선택은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4월 10일 현재 나균안에 대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올 시즌 무결점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에 구단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롯데는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KT 위즈와 홈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나균안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막아내면서 롯데의 승리를 이끌었다. 거인을 구한 나균안이다. 롯데의 2승을 모두 책임졌다. ..
2023시즌 KIA 타이거즈 포수 자리에서는 공격력을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게다가 김도영과 나성범, 그리고 김선빈까지 빠지자 그 구멍이 유난히 더 커 보이는 분위기다. 현실적인 숫자로도 그 구멍이 드러났다. 개막 뒤 5경기 동안 KIA 포수진이 만든 안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한승택은 5경기에 출전해 7타수 무안타, 주효상은 3경기에 출전해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4월 9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한승택이 8회 말 2사 만루 기회를 놓친 장면이 가장 뼈아팠다. 시즌 전 다수의 전문가들은 KIA의 포수 문제를 언급했다. KIA는 내부 FA(자유계약선수)였던 주전 포수 박동원을 잃었지만 주전급 포수를 보강하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주효상을 데려왔지만 주효상은 프로 데뷔..
‘9억 팔’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0)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팀의 위닝 시리즈 및 본인의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주인공은 LG 트윈스 강효종(20)이었다. 강효종은 4월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모두 막아냈다. 1회부터 1사 이후 김혜성과 이정후를 상대로 각각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1, 2루 위기 상황을 자초한 강효종은 이후 에디슨 러셀과 이형종을 모두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2회에도 강효종은 김웅빈의 사구와 이지영의 안타로 무사 1, 2루를 자..
한화 이글스의 2023시즌 첫 승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도 토종 에이스 김민우도 아니었다. 프로 2년 차의 문동주가 달성했다. 문동주는 4월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2번째 맞대결에서 선발 등판해 70개의 공을 던지며 5이닝 1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시즌 첫 경기였다. 최고 구속 159km/h의 패스트볼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돋보인 것은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화였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패스트볼을 구사하면서 결정구인 커브의 위력을 높였다. 타자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확실한 패턴으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꾸준히 연마 중인 체인지업도 인상적이었다. 라인업에 자리한 4명..
키움 히어로즈가 안방에서 LG 트윈스에게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은 4월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의 홈경기에서 7안타를 기록하며 2-1로 승리했다. 전날 LG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1-7로 완패를 당했던 키움은 간판타자 이정후가 허리 통증으로 두 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4명의 투수가 9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통해 3승 1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키움은 이정후 대신 3번 타자로 출전한 김웅빈이 팀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김혜성이 1회와 7회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날 키움을 승리로 이끈 힘은 역시 마운드였다.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6이닝 1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잘한 것 같은데 경기가 끝나면 매번 지고 만다. 경기력이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정작 승리에 필요한 점수는 뽑지 못하거나 역전을 허용한다. 3년 연속 꼴찌의 수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겨울 그 어느 팀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가졌던 한화 이글스 이야기다. 한화는 90억 원을 들여 LG 트윈스로부터 FA(자유계약선수) 채은성을 영입했고 포수 최대어 양의지(두산 베어스)를 잡기 위해 15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책정했던 것으로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 고작 3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어찌 됐건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당연히 또 꼴찌다.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건 피부로 느껴진다. 전력이 나름 탄탄해졌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늘 진 팀은 한화다. 공격력..
천신만고 끝 2연승 순간.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모두가 얼어붙었다.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영웅을 두고 누구도 미소 짓지 못했다. 삼성 호세 피렐라(34)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삼성은 4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접전 끝에 7-6 신승을 거뒀다. 1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 0-8 완패 후 2경기 연속 짜릿한 역전승. 중심에 피렐라가 있었다. 이날 피렐라의 활약은 놀라웠다. 피렐라는 역전 결승포뿐 아니라 결정적인 호수비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0-3으로 뒤지다가 5-3으로 역전에 성공한 삼성은 양 팀이 5-5로 맞선 7회 말 2사 1루, 볼 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한승혁의 2구째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그대로 밀어..
- 2군을 ‘육성팀’과 ‘실전팀’으로 나눠야 한다 “갓 입단한 어린 선수와 5년 차 이상의 1.5군 선수가 대결하는 것은 무리다. 자칫하면 어린 선수의 기가 꺾일 수 있다. 따로 그들만의 훈련 및 실전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감독들(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밝힌 대목이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된 2군 육성 시스템을 가동하기 힘든 현실. 많지 않은 유망주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미국은 갓 입단한 유망주가 루키부터 싱글A, 더블A, 트리플A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는 마이너리그 과정을 거친다. 야구가 조금 안 됐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스타로 성장할 수..
- 일본 투수들의 투구 동작을 배워야 한다 - ‘한국형 투구 지도법’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리틀 쿠바’ 박재홍(50 ·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마야구 시절 투·타에서 맹활약한 국가대표였다. 지금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타석이면 타석, 마운드면 마운드에서 실력을 발휘를 했던 ‘이도류’였다. 프로에 입문하면서 타격에 전념하게 됐지만 대학교 때까지 140km/h 후반대 강속구와 제구력을 갖춘 투수로도 유명했다. 타격에 더 재능을 발휘하며 ‘리틀 쿠바’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투수로도 날카로웠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야구가 일본에 참패한 원인이 ‘투수력의 절대 열세’에 대한 정밀진단을 내놔 눈길을 끈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빵형의 잘하자)에서 이번 WBC에서 우승에 기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가 일본에 대패하며 3연속 예선 탈락하면서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열악한 코치들의 대우를 현실화하며 유능한 지도자들을 배출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들이다. 공부하는 열정 지도자가 뛰어난 선수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방송 해설이나 예능에 출연하면 단숨에 억 단위 수입을 올린다 - 이런 현실에서 코치 최저연봉 받으며 지도자로 출발하기 어렵다 - 코치 제안을 해도 거절한다 - 능력 있는 코치가 부족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스타 출신 지도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 근년 들어 은퇴 선수들은 지도자의 길을 걷는 대신 방송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방송 중계 해설위원 혹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이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한국야구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WBC 호성적을 기폭제로 한국 프로야구 부흥을 꾀하려던 야구계는 당혹스럽다. 특히 숙적 일본에 완패, ‘한국야구 이대로는 안된다’며 야구계에서 여러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야구계에 시급한 현안들부터 짚어보며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긴급진단을 해본다. -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 연구 중이지만 당장 도입은 없다 국가대표팀이 예선에서 탈락하자 일각에서는 고교 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쓰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발력과 경제성이 좋은 알루미늄 배트 대신 나무 배트를 쓰면서 타자는 장타력이 부족해졌고 투수들의 성장이 더뎌졌다는 진단이었다. 또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 아마야구에서는 알루미늄 배트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