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2023시즌 첫 승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도 토종 에이스 김민우도 아니었다. 프로 2년 차의 문동주가 달성했다.
문동주는 4월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2번째 맞대결에서 선발 등판해 70개의 공을 던지며 5이닝 1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시즌 첫 경기였다. 최고 구속 159km/h의 패스트볼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돋보인 것은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화였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패스트볼을 구사하면서 결정구인 커브의 위력을 높였다. 타자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확실한 패턴으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꾸준히 연마 중인 체인지업도 인상적이었다. 라인업에 자리한 4명의 좌타자에게 맞서 이따금씩 체인지업을 섞었다. 로케이션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공이 움직이는 궤도는 이미 리그 정상급이었다. 140km/h 초반대의 체인지업이 춤을 추면서 좌타자 바깥쪽으로 도망갔다. 습득한 지 안 된 체인지업이 문동주의 손에 빠르게 익고 있다.
사실 문동주에게 가장 큰 중책이 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경기 연속 선발투수가 5이닝 이하 4실점 이상 투구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선보이지 못했다. 게다가 3경기 모두 1점 차이로 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저하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1회부터 2사 이후 이원석과 강민호에게 안타와 사구를 허용하며 1, 2루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하지만 문동주는 오재일을 8구 접전 끝에 좌익수 뜬 공으로 잡아내며 큰 위기를 넘겼다. 이후 2회부터 5회까지는 4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본인의 위력을 과시했다.
6회에 올라온 이태양이 1이닝 1실점을 하기는 했으나 뒤이어 올라온 강재민과 김범수, 장시환이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와 함께 문동주의 승리를 지켜냈다. 타선 역시 8안타 6사사구로 8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 종료 후 문동주는 “경기 전에 최재훈 선배님이 ‘공격적으로 투구하자’라고 말씀하셔서 그 말만 듣고 경기에 임했다. 다행히 그 목표를 이루고 나온 듯해서 만족스럽다”라며 본인의 투구 내용을 평가했다.
팀의 3연패 상황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했으나 문동주는 덤덤하게 말했다. “김범수 선배님이 제 룸메이트인데, 항상 선배님께서 멘탈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해서 크게 영향은 없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이번 시즌 첫 투구지만 승리로 연결되어서 기분이 좋다. 이 기세를 이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본인의 포부를 밝혔다.
- ‘이렇게 던지면 신인왕 예약’ 한화 이글스 넘어 한국야구 아이콘 될 문동주
2017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이후 가장 독보적인 신인왕이 탄생할 전망이다. 이제 겨우 한 경기 등판이지만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았는데 투구 메커니즘, 구위, 제구, 다양한 구종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미국에 진출했다면 베이스볼아메리카(BA) 유망주 랭킹에도 올랐을 한화 문동주 얘기다.
지난해 후반기에도 그랬다. 2022년 9월 21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9월 27일 대전 LG 트윈스전, 그리고 10월 3일 대전 SSG전에서도 만 18세 선발투수라고 믿기 힘든 투구를 펼쳤다. 단순히 구위만 뛰어난 게 아니라 볼 배합과 멘탈도 이미 리그 정상급이었다.
젊은 투수 대부분이 선발승 요건이 걸려있고 타자와 세 번째 승부에 임하는 5회에 고전한다. 하지만 문동주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제구가 흔들리면 신속히 밸런스를 점검하고 다잡았다.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했고 제한된 투구 수에도 5이닝을 채웠다.
지난해 문동주가 1군에서 소화한 이닝수는 28.2이닝.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후 5시즌 이내, 투수는 30이닝 이내(당해 연도 제외), 타자는 60타석 이내의 누계 출장수를 초과하지 않은 선수에게 신인왕 자격을 부여한다.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문동주지만 1년 차에 30이닝을 넘기지 않은 만큼 2023 신인왕 후보에 들어간다.
지난해 마지막 3번의 선발 등판, 그리고 2023시즌 첫 등판이었던 삼성전 투구면 사실상 신인왕 예약이다. 2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던 지난 시즌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포함해도 통산 다섯 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표본을 지난해 9월 21일부터로 잡으면 평균자책점은 2.25가 된다.
한화는 2006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석권했던 류현진 이후 신인왕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영원한 가뭄은 아니다. 구단이 계획한 ‘문동주 120이닝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가뭄 뒤 단비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화 만의 단비가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1선발로 내세울 투수가 절실한 한국야구에도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한편, 한화는 7일부터 대전에서 SSG 랜더스와의 주말 홈 개막 시리즈를 치른다. 선발로 장민재가 나선다. 이에 맞서는 SSG는 박종훈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