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④] 두산 베어스 - 크리스 플렉센 (Chris Flex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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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기적 같은 한 해를 보내며 극적인 통합 우승을 일궈낸 두산 베어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핵심 전력의 이탈 소식이 속속 들려왔다. 선발진의 축인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떠나게 된 것이다.

 

2019시즌 MVP인 조쉬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위해서였지만, 세스 후랭코프는 메디컬 테스트 거부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결별했다.

 

KBO리그 최고 투수로 입지를 다진 린드블럼의 메이저리그 복귀는 시즌 중부터 예견됐던 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잔류 가능성이 높았던 후랭코프의 이탈로 외국인 투수 선발진을 원점에서 재구성해야 했다.

 

여기에 골든글러브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재계약 협상마저 김재환의 포스팅 영향으로 지연되다 보니 지난해 통합 우승에 공헌한 외국인 선수 모두를 교체하게 되는 최악의 흐름도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전력의 이탈 경험이 많은 두산 구단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외국인 투수 구성을 완료했다. 뉴욕 메츠의 유망주로 기회를 받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고, 승격-강등을 반복한 끝에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소진한 크리스 플렉센이 총액 100만 달러를 받고 입단하며 지난해 KT 위즈에서 활약한 라울 알칸타라(총액 70만 달러)와 함께 두산의 유니폼을 새로 입게 됐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 157km/h, 평균 구속 152km/h를 구사하는 플렉센이 MVP이자 골든글러브 투수인 린드블럼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지에 따라 두산의 올 시즌 행보가 달라질 전망이다.

 

- 이름 : 크리스 플렉센 (Christopher John Chris Flexen)

- 생년월일 : 1994년 7월 1일

- 국적 : 미국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1cm

- 체중 : 113kg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hris_flexen/

 

- 배경

플렉센은 캘리포니아 주 뉴어크 메모리얼 고등학교에서 야구와 미식축구 학교 대표팀으로 뛰었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미식축구에서는 쿼터백으로, 야구에서는 2루수와 3루수로 나섰다. 17살 때 이미 190cm까지 컸고, 근육질의 몸매는 스카우트의 관심을 끌었다.

 

애리조나 주립대에 진학하려 했던 플렉센은 고교 재학 시절인 2012년도 6월에 뉴욕 메츠에 14라운드 지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37만 5,000달러의 사이닝 보너스와 함께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플렉센은 루키리그에서 뛰며 나쁘지 않은 구위의 90마일 초반(약 144.8~149.6km/h) 포심 패스트볼과 평범한 커브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키리그 첫 해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내 적응하며 이듬해인 2013시즌 루키리그를 졸업했다. 당시 플렉센은 만으로 18세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2014시즌 싱글A에 배속된 플렉센은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3경기 69이닝을 소화한 플렉센은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장기간 팀을 이탈한다. 성적도 눈에 띄지 않은 상태에서 큰 수술을 받게 된 상황이라 프로 초기부터 커리어상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다행히 1년 정도 후 루키리그에서 첫 재활 경기를 가질 수 있었고 하위 싱글A 리햅(Rehab) 등판을 거쳐 원래 레벨로 복귀하는 데까지 성공하며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수술 후 재활에 성공한 플렉센은 다음 시즌 상위 싱글A로 올라가 프로 첫 10승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현재까지도 이는 플렉센의 한 시즌 최다 승수이며, 커리어 하이 134이닝까지 소화하고 2016년을 잘 마무리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플렉센은 2016시즌 후 메츠의 40인 로스터에 이름이 포함됐다. 핵심 유망주로 주목을 받으며 시작한 2017시즌, 봄에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상위 싱글A에서 다소 늦은 출발을 했지만, 이내 더블A로 승격됐고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였다.

 

팀 내 유망주 평가에서는 21~25위권에 그쳤지만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플렉센은 한층 성장해 있었다. 2017년에 접어들어 전체적인 투구 딜리버리가 안정되며 제구력이 올랐고, 이와 동시에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90마일 중반(약 150~154km/h)까지 기록했다. 구속 향상과 함께 슬라이더도 플러스급으로 좋아졌다. 플렉센은 이때부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플렉센은 2017년 상위 싱글A와 더블A에서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활약을 펼쳤다. 트레이드로 온 잭 휠러가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지면서 메츠는 플렉센을 더블A에서 트리플A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바로 콜업한다. 메츠가 트리플A를 거치지 않은 더블A 투수를 메이저리그로 콜업한 것은 2006년 마이클 펠프리 이후 처음이었다.

 

2017년 7월 27일 펫코 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플렉센은 첫 타자 마누엘 마고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에도 3점 홈런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7.88, BB/9 6.56개를 기록하는 등 고전했다.

 

콜업 후 쓴맛을 보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플렉센의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정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플렉센은 2018년과 2019년에도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갔지만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표.1|크리스 플렉센의 주요 투구 기록

 

2018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릿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고,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는 13kg을 감량하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가다듬었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2019시즌은 메츠 트리플A 팀의 새로운 연고 협약으로 기존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인터내셔널 리그(IL)로 옮기며 공인구 변화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타고투저 리그에서 결국 또 4점 중반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정체되고 말았다.

 

플렉센은 뛰어난 탈삼진 능력과 나쁘지 않은 제구력을 보였던 트리플A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만 하면 볼넷을 남발하며(2018년 BB/9 8.53개, 2019년 BB/9 8.56개) 무너졌다.

 

2017시즌 이른 콜업 이후 계속 콜업-강등이 반복됐고, 마이너리그 옵션은 단 3년 만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옵션을 다 썼지만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한 플렉센은 향후 거취를 고민했고, 메이저리그의 한계를 느낀 플렉센에게 KBO리그에서 활약한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 같은 외국인 투수들이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모습은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결국 25살의 어린 투수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두산의 입단 제의를 받아들여 KBO리그 무대에 서게 됐다. 1994년생으로 이제 26세 시즌을 맞게 된 플렉센이 린드블럼처럼 금의환향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스카우팅 리포트

플렉센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피지컬에서 나오는 구위이다. 투구 딜리버리가 급하지 않고 상당히 깔끔하며 평균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처럼 깔끔한 투구폼으로 190cm의 신장과 113kg의 체격에서 던지는 공의 위력은 압도적이다. 입단 초부터 구위만큼은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이다.

 

패스트볼 구속도 최고 157km/h, 평균 152km/h에 달한다. 여기에 포심 패스트볼과 구속이 비슷한 싱커, 평균 140km/h의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평균 125km/h의 커브와 좌타자를 상대로 구사하는 130km/h 중·후반의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무기인 슬라이더보다 체인지업과 커브가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플렉센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고 더불어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한 투수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5개, 트리플A 통산 9.0개의 K/9를 기록했을 정도로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다. 더구나 싱커도 갖추다 보니 뜬 공을 억제하는 능력도 갖췄다.

 

다만 2019시즌은 싱커가 사라지면서 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크게 오른 결과 뜬 공 비율이 땅볼 비율을 역전했다. 직전 2년에 비해 구속이 빨라지며 체인지업이 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다른 구종의 부진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2019년의 투구 표본이 적었기 때문에 싱커의 구사 여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표.2|크리스 플렉센의 구종별 구사 비율

 

과거에는 싱커의 무브먼트가 돋보였지만 지난해 갑작스레 사라졌다. 그렇지만 포심 패스트볼은 확실히 이전에 비해 개선이 됐다. 구속과 구종 가치상으로도 그랬고, 향상된 포심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체인지업 위력이 개선되는 시너지 효과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나타났다.

 

구속과 위력이 오른 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플렉센이 KBO리그 타자들을 구위로 제압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구속 증가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체인지업도 좋아졌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고 난타당했지만, 2019시즌에는 좌타자 상대 피OPS를 0.692까지 끌어내리며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벗어났다.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87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82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이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이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볼 카운트에 상관없이 자신 있게 구사하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올 시즌에도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으로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도 우타자에게 약한 이른바 ‘리버스 스플릿’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투구판 위치, 디셉션 부재 등의 이유들이 슬라이더 부진이라는 결과로 연결되면서 강점을 보여야 할 우타자들에게 기를 펴지 못했다. 이것은 마이너리그 때부터 이어진 약점이라 KBO리그에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커리어를 위해서도 개선이 필요한 구종이다.

 

표.2|크리스 플렉센의 메이저리그 스플릿 기록

 

커브는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간혹 유인구로 쓰일 때가 있기는 했지만, 자주 보기 힘든 구종이었다. 기습적으로 쓸 수 있는 구종 정도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구사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그래도 특정한 활용처가 있다 보니 좌타자를 상대로는 종종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습적으로 구사해 삼진을 몇 개 잡아냈던 바 있는 구종으로 KBO리그 초반에 효과를 발휘한다면 수 싸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76마일 커브 (출처.MLB PARK)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84마일 커브 (출처.MLB PARK)

 

종합해 보면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을 통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좌타자들을 상대할 형태는 이제 막 갖췄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타자를 제압할 구종이 없었고 예상보다 빨리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소진하면서 젊은 나이에 입지가 애매해진 투수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목표는 우타자들을 상대할 확실한 공략 수단을 찾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투수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메이저리그 복귀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포수 시점)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히트맵 (포수 시점)

 

플렉센에게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제구력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BB/9은 2.9개, 트리플A의 통산 BB/9은 2.7개로 안정적인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 Baseball Prospectus에서는 플렉센을 스트라이크 존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효과적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의 커맨드[각주:1]를 지닌 투수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처럼 안정적인 제구력을 지녔던 플렉센도 메이저리그에만 올라가면 다른 투수가 됐다. 리그 수준에 따라 K/9이 떨어지고 BB/9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도, 메이저리그 통산 BB/9이 7.1개에 다다를 정도였다.

 

이는 플렉센의 커맨드보다 결정구 부재로 인한 문제로 보인다. 결정구로 쓰이는 슬라이더의 메이저리그 피안타율은 주무기라 불리기 어려울 정도로 공략 당했다.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공략 당하자 플렉센은 정면승부 대신 피해 가는 피칭을 보였다. 많은 사사구는 이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완성도가 낮은 슬라이더는 플렉센이 커리어 내내 좌타자보다 우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원인으로 보인다.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메이저리그 통산 슬라이더 히트맵(왼쪽)과 피안타율(오른쪽)

 

새로 동료가 된 알칸타라는 플렉센과 흡사한 레퍼토리를 구사한 바 있다.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던지는 가운데 슬라이더-싱커의 균등한 비중과 기습적으로 활용하는 커브까지 상당히 닮았다.

 

하지만 맞춰잡는 피칭을 선호하고 탈삼진 능력에서는 플렉센과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 타자를 찍어누르는 스타일의 플렉센이 두산의 에이스로 기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칸타라가 2018시즌까지의 플렉센과 비슷한 레퍼토리였다면, 두산 선배이자 최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더스틴 니퍼트는 2019시즌 변화된 플렉센과 유사한 투구 비중을 보였다.

 

다만 슬라이더에서 니퍼트과 플렉센은 큰 차이점을 보인다. 대조적일 정도로 그 차이가 크다. 슬라이더의 약점으로 인해 우타자를 상대에 어려움을 겪는 플렉센인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이 시급해 보인다. 슬라이더의 약점을 보완해 우타자를 상대로도 강점을 보일 수 있다면 니퍼트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 전망

플렉센은 높은 타점에서 공을 찍어 던지는 유형의 투수로 전임자인 마이클 보우덴, 후랭코프와 비슷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보우덴과 후랭코프가 선발 전문 요원이 아니었던 것과는 달리, 커리어의 대부분을 선발로 뛰었다. 투수 경력도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가 젊고, 부상의 위험이 적은 깔끔한 투구폼을 지니고 있기에 부상 걱정은 덜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발을 뗀 루키리그나 싱글A 시절에는 투수로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토미존 수술 이후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마이너리그에서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공인구 교체로 타고가 진정된 KBO리그에서 대체로 좋은 모습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리플A 단계부터는 하위 리그 때와 달리 힘있는 타자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자신의 구위가 통하지 않자 볼넷을 남발하는등 악순환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공략 당하면서 볼넷이 폭등한 점을 볼 때, 마이너리그에서 적었던 볼넷 허용은 뛰어난 컨트롤[각주:2]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압도한 산물이라는 평가에 무게감이 쏠린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예상과 달리 구위가 통하지 않는다면, 자신감을 잃고 제 풀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시즌 초반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97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95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헨리 소사, 앙헬 산체스, 알칸타라까지 최근 150km/h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들은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 157km/h까지 던지는 플렉센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대개 공이 빠른 외국인 투수는 제구가 좋지 않거나 확실한 변화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플렉센은 마이너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제구력을 보여줬고 주무기인 슬라이더 외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줄 아는 투수다.

 

이런 점에서 KBO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과 국내 최정상급 야수진의 조합은 플렉센의 안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리그에서 환경적으로 투수에게 해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팀에 입단한 만큼 마이너리그 시절만큼의 구속과 구위만 유지한다면 리그 평균 이상의 활약은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 입단 후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해 왔고, 혹사가 거의 없었던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KBO리그에서 에이스가 책임져야 할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플렉센의 커리어를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이닝 소화는 134이닝이며, 최근 2년간 200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KBO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발투수가 170~180이닝 정도를 소화해 줘야 할 정도로 이닝 의존도가 높지만 플렉센은 아직 이런 경험이 없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주시해야 한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 또한 의문이다. 플렉센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사실상 통하지 않았고, 구종 평가에서도 슬라이더보다 체인지업과 커브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주로 우타자를 상대할 때 구사하는 슬라이더가 트리플A에서조차 우타자에 고전한 것을 생각하면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플렉센의 KBO리그 성공은 슬라이더에 달려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92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크리스 플렉센의 85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플렉센이 메이저에서 성공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도망가는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급의 타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플렉센이 마이너리그에서처럼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던질 수 있다면 KBO리그에서의 성공은 장담할 수 있다.

 

두산은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과 탄탄한 야수진을 기반으로 린드블럼을 2년 연속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게 했다. 린드블럼을 떠나보낸 두산은 구속과 구위 만큼은 역대 외국인 투수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플렉센을 영입했다.

 

우승팀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이자 전임자의 활약으로 어깨가 무거울 플렉센이 자신의 가능성을 KBO리그에서 만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2.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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