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③] 롯데 자이언츠 - 아드리안 샘슨 (Adrian Sa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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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롯데 자이언츠는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2017년을 제외하면 계속 하위권을 맴돌았다. 직전 시즌인 2019년에는 10위까지 추락했다.

 

2019시즌을 앞둔 롯데의 스토브리그는 의욕적이었다. 코칭스태프 교체와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 충원이 이뤄졌으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치어리더의 영입도 화제였다. 그렇게 롯데는 2년 전의 짧은 가을야구 이후 또다시 침체로 돌아간 성적을 반전시키려 했다.

 

하지만 노경은과의 내부 FA 계약부터 삐걱이기 시작했고, 특히 외국인 투수는 삼성 라이온즈 못지않게 빈약했다. 조쉬 린드블럼이 이탈한 이후 브룩스 레일리 혼자만이 제 구실을 했을 뿐이었다.

 

닉 애디튼, 펠릭스 듀브론트에 이어 새롭게 영입했던 제이크 톰슨과 대체 외국인 선수로 SK 와이번스에서 팀을 옮긴 브록 다익손이 2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며 롯데의 선발진은 시즌 내내 흔들렸다.

 

허약한 포수진이 투수들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고군분투한 레일리의 짝이 나타나지 않으니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부임 1년 차 전반기에 감독이 중도 퇴진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고 팀은 바로 윗순위인 9위 한화 이글스와도 8.5경기나 뒤쳐진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5위를 기준으로 했을 때 1-5위간 격차보다 5-10위의 차이가 2배 가까이 벌어질 정도로 투·타 모두 무너진, KBO 역사에 남을 정도로 최악의 행보가 이어지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던 2019시즌이었다.

 

결국 프런트와 현장 책임자는 모두 새롭게 바뀌었고, 변화와 반등의 일념으로 메이저리그 프런트를 경험한 신임 성민규 단장 지휘 하에 구단은 여러 방면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선발진의 터줏대감 레일리와 작별하며 새 판을 짜게 된 외국인 투수 영입 부분도 상당히 기대감 높은 선수로 채우면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주인공은 추신수의 텍사스 동료로 지난 2019시즌 전반기 5연승을 기록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던 아드리안 샘슨이다.

 

총액 83만 9,700달러. 지난 몇 년간 롯데는 두 번째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썼지만 새로운 프런트에서 2:2 트레이드와 함께 내놓은 첫 결과물인지라 팬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 이름 : 아드리안 샘슨 (Adrian David Sampson)

- 생년월일 : 1991년 10월 7

- 국적 : 미국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9cm

- 체중 : 95kg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drian_sampson/

 

- 배경

워싱턴 주 레드몬드 출신인 샘슨은 같은 주에 있는 스카이라인 고등학교와 벨뷰 커뮤니티 칼리지를 나왔다. 야구 쪽에서는 철저한 변방에 속하는 벨레뷰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했음에도 2012년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66번째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지명을 받았다. 같은 라운드에서 샘슨의 앞·뒤로 크리스 테일러나 맥스 먼시, 로스 스트리플링(이상 LA 다저스) 등이 뽑혀 나갔다.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샘슨은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나지도 않은 성적으로 차근차근 레벨을 올라갔다.

 

6월 드래프트로 통합된 1987년 이후 이 학교 출신으로 가장 빠른 순번에 지명된 샘슨은 루키리그를 거치지 않고 피츠버그 산하 하위 싱글A에서 첫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9경기 선발로 등판해 2.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샘슨은 이듬해 상위 싱글A에 안착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5라운드 지명자였지만 MLB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2013년에는 팀 내 18위 유망주에 올랐다. 2014년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샘슨을 팀 내 15위 유망주에 올렸고 그 해 애리조나 가을리그에도 참가하면서 꽤 기대치를 모았다.

 

하지만 상위 싱글A 25경기(24선발)를 치르는 동안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프로 2년 차 징크스를 여실히 겪었다. 늘어난 피안타 빈도와 잦은 피홈런 허용이 샘슨의 발목을 잡았다.

 

데뷔 후 첫 완투를 기록하는 감격도 누리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삐걱거린 시즌이었다. 그래도 삼진-볼넷 비율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점을 인정받아 이듬해 더블A로 무리 없이 승격됐다.

 

하이 싱글A에서 기복을 겪던 시기를 지나 2014시즌 더블A에서 24경기 148이닝을 투구, 프로 생활 첫 10승 시즌을 일궈냈다. 시즌이 채 끝나기 전인 8월 초에 트리플A로 승격, 도전할 기회까지 얻으면서 힘든 2년 차를 말끔히 씻어낸 샘슨의 준수한 삼진-볼넷 비율은 더블A에서도 이어졌고 피홈런 약점도 개선했다.

 

잠시 맛본 트리플A에서 본격적으로 2015시즌을 맞은 샘슨은 트리플A에서도 잘 정착했다. 피안타 허용이 더 잦았지만 다른 비율들은 거의 좋은 모습을 이어갔고 평균자책점도 3점대 후반을 기록했다.

 

그러다 2015년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피츠버그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J.A. 햅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샘슨을 넘기게 되고 이때부터 샘슨의 야구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비교적 투수 친화적이었던 트리플A 인터내셔널 리그(IL)에서 뛰었던 샘슨은 팀을 옮기고 극악의 타고 리그인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던지게 되면서 3점대 후반이었던 샘슨의 평균자책점은 7점대까지 뛰었다. 리그 변경 등으로 혹독한 적응기를 거치며 샘슨은 아쉽게 시즌을 접었다.

 

오프시즌을 보내고 다시 팀에 합류한 2016시즌은 비로소 바뀐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13경기 80.1이닝을 투구하며 7승을 쓸어 담아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샘슨의 시애틀 생활은 고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4.2이닝 동안 홈런 두 개를 얻어맞는 것으로 끝이었다. 등판 이후 샘슨은 오른팔 굴곡근(Flexor Tendon) 파열로 수술을 받으면서 남은 시즌을 뛰지 못했다.

 

그러고 시즌이 끝난 뒤 수술 이후 재활하고 있던 샘슨은 2016시즌이 끝난 후 웨이버 공시되었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클레임을 걸면서 갑작스레 시애틀과 이별하게 됐다.

 

표.1|아드리안 샘슨의 최근 5년간 주요 투구 기록

 

1년을 재활로 보내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제때 던지지 못한 샘슨은 2017시즌 후반기에 복귀해 재활 등판으로 실전 감각을 회복했고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부상 이후 첫 풀 시즌이었던 2018시즌 126.2이닝을 던지며 3.7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PCL에서도 자신의 구위를 입증해 냈다. 결국 확장 로스터 때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4경기를 던질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홈런을 많이 허용했지만 평균자책점 4.30으로 다음 시즌을 기대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 로스터에도 포함되면서 인지도를 올렸다. 이후 6월에는 완투승을 거두기도 하는 등 풀타임 메이저리그를 향해 도전을 하던 샘슨은 2019시즌 전반기 5연승을 기록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는 반짝 활약에 불과했고, 이후로는 스팟 스타터[각주:1]와 패전 처리를 오가는 역할밖에 해주지 못했다. 5연승 이후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43으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느끼며 씁쓸히 시즌을 마친 샘슨은 시즌이 끝나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입지가 불투명해지자 빠르게 다음 무대를 찾은 샘슨은 다소 놀라움을 안기며 자신의 커리어 다음 장을 KBO리그에서 써내려갈 결단을 한다. 안정적인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던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의 롯데 자이언츠였다.

 

- 스카우팅 리포트

유망주 시절 샘슨은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평균 150km/h 초반의 패스트볼과 슬러브성의 커브, 그리고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은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그 기조는 현재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커브는 시간이 지나면서 슬라이더성으로 바뀌었고, 그 때문에 지금은 트랙맨이나 피치 F/X 모두 이 구종을 슬라이더로 분류한다.

 

표.2|아드리안 샘슨의 2016~2019시즌 메이저리그 구종별 성적

 

패스트볼은 포심이 아닌 투심-싱커성 패스트볼을 주로 구사하며 탈삼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볼넷을 아주 잘 억제하며 좋은 삼진-볼넷 비율을 기록한다. 다만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능력은 없고 3가지 구종만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이 구종들로 구성된 레퍼토리가 간파 당하며 초반 이후 고전을 했다.

 

샘슨의 레퍼토리는 패스트볼이 55%를 차지하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그 뒤를 잇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의 결과물이다. 피안타율이 0.349 피장타율이 0.672에 이른다.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93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평균 149km/h, 최고 155km/h에 이르는 KBO리그 평균보다 약 6~12km/h 정도 빠른 구속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빠른 구속에 익숙해진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샘슨의 패스트볼을 쉽게 담장 바깥으로 날렸다.

 

샘슨은 메이저리그 통산 허용한 36개의 피홈런 중 2/3인 24개를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맞았다. 투구 레퍼토리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구종이 이렇게 통타당하다 보니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끝내 버티지 못했다.

 

반대로, 세컨드 피치인 슬라이더는 2019시즌 고전했던 패스트볼 구위를 보충해 메이저리그에서 잠시 좋았던 한 때를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운 구종이다.

 

하지만 슬라이더도 시즌별로 성적 편차가 널을 뛰었다. 2018시즌에는 피안타율이 3할을 상회했지만 1년 만에 1할 가까이 뚝 떨어졌었다. 일관성을 찾는 것이 목표다. 우선 2018시즌은 부상 직후 긴 재활을 거친 뒤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위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도 될 성싶다.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히트맵 (메이저리그 기준 · 포수 시점)

 

세 번째 구종인 체인지업 역시 슬라이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허용한 안타 대비 장타를 억제하는 것이 보인다. 다만 체인지업 같은 경우는 슬라이더와 달리 좌타자 상대로만 대부분의 투구를 해서 효과를 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종 가치 면에서 평균보다 약간 아래의 성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는 체인지업은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구종이다.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메이저리그 기준 · 포수 시점)

 

종합해보면 샘슨은 KIA 타이거즈의 새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와 흡사하게 제구력은 갖췄지만 구종간에 기복이 있고 엇박자까지 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투수로 분류할 수 있다.

 

브룩스와 마찬가지로 샘슨 역시 이상적인 삼진-볼넷 비율을 유지하고, 맞춰잡는 투구를 즐겨하는 만큼 내·외야 수비진의 도움이 필수적인 투수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우투수인 샘슨이 좌타자보다 오히려 우타자에게 약한, 이른바 ‘역스플릿 투수’라는 것이다.

 

표.3|아드리안 샘슨의 타자별 구종 구사 비율과 상대 전적

 

샘슨은 우타자에게 철저히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 조합으로 상대를 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의 비중을 26% 이상까지 끌어올린다. 좌·우타자 상대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을 비교하면 어느 하나도 예외 없이 모두 우타자에게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인다.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모두 3할 중·후반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포심 패스트볼의 경우 피장타율이 7할을 넘는다. 반대로 좌타자를 상대한 결과는 ‘상대적으로’ 우타자에 비해 뛰어나다. 특히 슬라이더는 여느 메이저리그 에이스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86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83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정리하자면, 샘슨은 패스트볼의 경쟁력은 매우 떨어지나 슬라이더는 상당한 임팩트가 있다.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 효과적이나 우타자에게는 던지지 못한다. 투피치 투수가 된 샘슨은 우타자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이를 KBO리그에 대입해본다면 어떨까? 리그 평균보다 빠른 구속을 지니고는 있지만 구속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KIA의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를 생각해보자. 평균 150km/h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공략당하면서 -10.8의 구종 가치를 기록하고 1년 만에 쫓겨났다. 이는 샘슨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터너와 샘슨은 다른 점도 있다. 터너의 경우 괜찮은 세컨드-서드 피치가 없었다면 샘슨은 훌륭한 슬라이더와 좌타자에게 효과적인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준수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87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아드리안 샘슨의 87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샘슨은 장타 허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당 2.2개라는 매우 높은 피홈런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마이너리그 통산에서 0.8개로 뚝 떨어진다.

 

특히 부상 이전인 2016년과 부상에서 복귀한 후인 2018년은 PCL에서 뛰었음에도 훌륭하게 피홈런을 억제했다. 더군다나 2019년부터 투고타저 영향이 두드러진 KBO리그에서 홈런이 쏟아지는 메이저리그에서의 피홈런율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단점으로는 낮은 삼진 비율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는 메이저리그에서만 뛰면서 9이닝당 7.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성적들은 대부분 9이닝당 5개에서 6개 후반대다.

 

마이너리그 통산 역시 9이닝당 탈삼진 6.3개로 부족한 면이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록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타자를 압도하는 것에서 불리한 싸움을 할 수 있다. 롯데의 수비를 생각하면 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프로 리그에서 8시즌을 뛰었지만 부상자 명단에 단 한 번 올라갔을 정도로 부상 이력이 적다. , 건강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이, 그 한 번 당했던 부상 이력이 위에서 언급한 굴곡근 손상이었기에 앞으로도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지난 2년은 아무 탈 없이 보냈지만 굴곡근 손상은 투수들이 자주 당하는 부상인 만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해 영입했던 톰슨과는 슬라이더를 주 변화구로 삼는다는 점과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톰슨은 2019시즌 초반 슬라이더가 마구로 통할 정도였지만, 제구 문제와 함께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롯데 포수진들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겹치며 급격히 위력을 잃은 바 있다. 샘슨 역시 종슬라이더를 곧잘 구사하는 투수로 주전 포수를 기대하며 트레이드로 보강한 지성준이 다른 포수들과 달리 샘슨의 공을 잘 받아주는 관건이다.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활약한 데이비드 허프는 샘슨과 마찬가지로 패스트볼-슬라이더-체인지업의 똑같은 볼 배합을 가지고 있던 투수였다. 가진 구종들이 모두 KBO리그에서 통했고, 여기에 제구력도 최고 수준이었기에 허프의 KBO리그 경력은 상당히 화려했다.

 

샘슨의 이상적인 롤모델을 허프라고 볼 수 있다. 그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패스트볼 구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것이다. 샘슨의 패스트볼이 KBO리그 타자들을 이겨내고 허프처럼 피안타율을 낮출 수 있다면 샘슨 역시 ‘핀 포인트를 갖춘 맞춰잡는 유형의 투수’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 전망

가장 주목할 지점은 롯데 수비진과의 궁합이다. 포수뿐 아니라 내·외야 모두 막론하고 지난해 롯데 수비력은 10개 구단 중 최악이었다.

 

마이너리그 시절 피안타율이 통산 0.277인데다가 볼넷과 삼진이 모두 적은 유형이다보니 인플레이 타구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샘슨은 시즌 초반 수비진과 신뢰 관계가 깨질 경우 고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에서도 세밀한 시프트 전략과 수비 기량 향상 등을 통해 샘슨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반등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비 라인업의 구성이 꽤나 달라졌다. 좌익수에서 안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전준우가 1루수로 옮겨간다. 유격수가 신본기에서 딕슨 마차도로 바뀌는 것은 매우 크다. 마차도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훌륭한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던 만큼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포수도 나종덕-안중열에서 지성준으로 바뀌면서 공을 던지는 샘슨 입장에서는 2019년의 외국인 투수들보다 훨씬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준우만큼은 아니지만 평균 이하의 수비 기록을 보여준 민병헌과 손아섭 등의 외야수는 그대로다. 민병헌의 경우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의 수비를 보여줬던 손아섭은 그대로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외야 수비의 개선은 장담할 수 없다.

 

내야진에서도 이번에 새로 합류한 안치홍은 루키 시절 매우 뛰어난 수비를 보여줬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역시 상당히 퇴화했다. 주전 3루수로 옮겨간 신본기가 ‘헤딩 수비’를 잊고 재평가를 받을 것인지도 변수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샘슨의 슬라이더가 패스트볼을 커버할 정도로 KBO리그를 지배하는 것이다. 탈삼진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인플레이 타구를 적게 만들어낸다면 수비수들의 부담이 덜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물론 인플레이 타구가 많아진다고 해도 롯데의 수비가 2019년의 지우고 싶은 과거에서 벗어나 반등을 이뤄낸다면 이 역시 좋다.

 

최악의 상황은 샘슨의 스터프[각주:2]가 마이너리그 시절처럼 뛰어나지 않으면서 수비 역시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 결론적으로 관건은 샘슨 본인의 역량도 있겠지만 롯데 수비의 발전 정도가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샘슨은 스터프가 뛰어난 투수가 아니다.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5경기나 등판하고도 패스트볼의 구종 가치가 -23.4였다는 점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2007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Pitch Info에서 측정한 구종 가치상 샘슨은 한 시즌 12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들의 1,499개(미집계 63개 제외)의 개별 기록 중 패스트볼 구종 가치가 뒤에서 6번째였다.

 

8,000만 달러 FA 계약을 따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또한 2017시즌 샘슨 못지않게 나쁜 패스트볼 구종 가치를 기록했지만 2018시즌 이후 패스트볼이 부활하며 반등했다(2017시즌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종 가치 -21.6 / 2018-19시즌 13.2).

 

메이저리그보다 낮은 레벨의 타자들을 상대로 샘슨의 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부산 사직구장의 특성 역시 샘슨을 반길만한 특성은 아니다. 물론 홈런을 양산하던 타자들이 공인구가 교체된 이후에는 홈런 갯수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사직구장이 꽤 넓고 펜스가 높다보니 이전에는 홈런 될만한 타구들이 야수 글러브로 들어가지 않고 펜스를 맞고 나오는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가장 높은 구장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안타도 많이 허용하지만 최근 플라이볼 허용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인 샘슨에게는 이러한 사직구장의 특성은 좋은 영향보다는 넘어서야 할 과제처럼 보인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긴 했지만, 던질 수 있는 구종수가 적다보니 볼 배합 자체의 단조로움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대로 허프처럼 많은 구종을 구사하지 않음에도 위력을 보인 투수들도 있었다. 샘슨과 롯데 역시 이런 사례에 주목해야 할 것이고,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 적응력과 패스트볼 다듬기 등을 통해 본인의 강점인 정밀한 제구력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직전해까지 메이저리그의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상당한 주목을 받은 선수를 데려온 롯데.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신임 단장의 과감한 행보 속에 이 영입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 시애틀 단장인 잭 쥬렌식의 사례처럼 재건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스토브리그의 호평들은 순식간에 매서운 비판으로 바뀔 수 있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지난 시즌을 뒤로 하고 롯데와 샘슨 모두 새로운 길을 택했다. 과연 샘슨은 어두웠던 롯데 2선발 외국인 투수의 흑역사를 지우고 새로운 1선발 댄 스트레일리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하며 팀을 가을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스팟 스타터 (Spot Starter) : 야구에서 이따금 선발로 등판하는 투수. 규칙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2. 스터프 (Stuff) :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이나 구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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