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⑤] SK 와이번스 - 닉 킹엄 (Nick King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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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중순까지만 해도 확실시 됐던 우승이 거짓말처럼 무산된 SK 와이번스. 통합 우승을 꿈꿨던 2019시즌은 여러 충격만 남기며 허무하게 끝이 났다.

 

9경기 차 앞선 1위를 뒤집힌 사상 초유의 역전 허용에 더해, 2위로 선착해 있던 플레이오프에서는 3위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스트레이트로 탈락하자 SK 팬들은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과 가을야구 징크스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는 등 실망감을 드러냈다.

 

9월 이후의 추락은 탄탄했던 선발진도 막지 못했고 포스트시즌까지 그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 ‘언터쳐블’의 위력을 발휘했던 앙헬 산체스는 8~9월에는 다소 무뎌진 모습이었고, 도미니칸리그부터 시즌을 시작한 헨리 소사는 후반기 체력이 달리는듯한 모습을 보이며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

 

최악의 결과로 2019시즌이 끝난 뒤 소사에 대한 재계약 제의는 없었다. 에이스로 활약했던 산체스에게는 재계약 의사를 보였지만, 선수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산체스까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떠나면서 SK는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하는 상황이 됐다.

 

SK 선발진은 지난해 65승을 거두며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승리를 합작했다. 문제는 그중 34승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한 1선발 김광현과 2선발 산체스의 몫이었다는 사실이다. 스토브리그에서 SK는 선발진의 두 기둥을 잃었다.

 

충격의 상처를 딛고, 올 시즌 상위권 잔류를 노리는 SK는 오랜 시간 지켜보며 영입에 공들인 투수와 계약에 성공했다. 바로 SK의 새로운 1선발을 맡게 될 닉 킹엄이었다.

 

킹엄은 오랜 기다림 끝에 2017년 메이저리그 콜업에 성공했던 투수다. 데뷔 초기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며 잠시지만 주목을 받았던 투수였다. 하지만 2019시즌 메이저리그의 벽에 부딪혀 한계에 봉착했고 새로운 진로를 정했다.

 

1-3선발이 동시 이탈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 선발진을 안정시킬 새로운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킹엄은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지고 새 출발선에 섰다.

 

- 이름 : 닉 킹엄 (Nicholas Gordon Nick Kingham)

- 생년월일 : 1991년 11월 8일

- 국적 : 미국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6cm

- 체중 : 106kg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nick_kingham/

 

- 배경

킹엄의 졸업 시즌인 2010년(고교 13경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2.01), 현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주축 투수로 성장한 제임슨 타이욘을 전체 2순위로 지명한 드래프트가 이뤄졌다.

 

해당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는 현재 KT 위즈 소속의 3라운드 전체 84순위 지명을 받은 더 멜 로하스 주니어 다음으로 킹엄을 4라운드 전체 117순위 지명자로 선택했다. 피츠버그는 이때 오리건 주립 대학의 장학금 제안을 받았던 킹엄을 설득하기 위해 슬롯 머니[각주:1]의 두 배가 넘는 48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겼다.

 

표.1|닉 킹엄의 2014년 당시 잠재력을 평가한 20-80 스케일

 

킹엄은 프로 지명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망주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아마추어 시절의 킹엄을 두고 거대한 체격과 부드러운 투구 동작,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을 지녔다며 20-80 스케일[각주:2] 총점 55점과 함께 빠르면 2라운드에도 지명될 수 있다고 평했다.

 

킹엄은 마이너리그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피츠버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위 싱글A에서 본격적으로 시즌을 시작한 킹엄은 15경기 71이닝을 투구해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6월부터 시즌을 시작해 시즌 중 승격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단 두 경기를 제외한 13경기를 1자책점 미만으로 끝낼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 시즌이었다.

 

높아진 기대 속에 이듬해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킹엄의 프로 두 번째 시즌은 기대에 비해 평범했다. 이로 인해 또 다시 시즌 중 승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27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삼진 수치와 볼넷-삼진 비율을 준수하게 유지하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이렇게 2년 차 시즌에 숨 고르기를 한 킹엄은 2013년 상위 싱글A와 더블A에서 내구성과 퍼포먼스를 증명하며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4시즌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더블A 레벨에서 준수한 피칭을 이어갔고 이닝 소화력마저 끌어올리자 팀은 킹엄을 트리플A까지 올렸고, 트리플A 14경기에서 88이닝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트리플A 무대를 밟은 2014년에는 MLB 파이프라인이 선정한 유망주 랭킹에서 전체 58위에 올랐다. 주로 호평을 받은 대목은 훌륭한 컨트롤[각주:3]과 커맨드[각주:4], 높은 릴리스 포인트[각주:5]와 깔끔한 투구폼이었다.

 

트리플A 시절 은사인 딘 트레너 감독 역시 킹엄의 최대 장점으로 패스트볼 커맨드를 꼽았다. 패스트볼은 90~93마일(약 144.8km/h~149.6km/h) 사이에서 주로 형성됐지만, 큰 키 덕분에 체감 구속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호평이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무기였던 체인지업 역시 패스트볼과 유사한 팔 동작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당시 킹엄은 피츠버그에서 장차 3~4선발을 맡아줄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성장세만 놓고 보면 피츠버그 최고 투수 유망주였던 타이욘(2010년 1라운드 지명)과 타일러 글래스노(2011년 5라운드 지명)보다도 빠르다는 평이었다.

 

2014시즌 비록 메이저리그 데뷔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킹엄은 3년 연속 26경기 이상 선발 등판했고 상위 싱글A와 트리플A에 이르기까지 시즌-레벨별로 구분했을 때 3.60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는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표.2|닉 킹엄의 통산 투구 기록

 

그러나 킹엄은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2015시즌 개막 후 6경기를 투구한 시점에 팔꿈치 상태가 악화되고 말았다. 결국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손끝에 닿은 듯 싶던 메이저리그 등판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수술 이후 해당 시즌과 이듬해인 2016년 재활 시즌을 거친 킹엄은 트리플A에 돌아오지 못했다. 설상가상 2017시즌에는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시즌 시작이 또 늦춰졌고, 5월 중순이 되어서야 트리플A에서 킹엄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트리플A에서의 활약도 썩 인상적이지 못해 구단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진입 전망은 이전만큼 긍정적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가능성 있는 정도 수준으로 어두워져 있었고 킹엄의 메이저리그 데뷔 꿈은 또 한 해 더 미뤄졌다.

 

2018시즌, 다시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킹엄은 4월 중순 이주의 인터내셔널 리그(IL) 투수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보인 끝에 메이저리그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

 

드래프트 이후 8년이 걸린 감격의 데뷔전. 킹엄은 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이라는 뛰어난 기록으로 호투를 펼치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시즌 중간중간 마이너리그를 오갔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힘차게 투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15번의 선발 기회에서 6차례 퀄리티 스타트 피칭으로 대체 선발로는 만족할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9시즌 풀타임 선발 가능성을 점검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발 경쟁에서 밀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킹엄은 5월 이후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그 한 달 동안 19이닝 22자책점으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킹엄은 6월에도 경기에 나왔지만 5.1이닝 11자책점이라는 더 처참한 기록만 남긴 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쫓겨나듯 트레이드됐다. 이적 후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8월 초에 다시 부상이 있었고 이후 약 3주 뒤 공식 방출 통보를 받으며 시즌을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향후 메이저리그로 복귀가 어려울 만큼 부진한 2019시즌을 보낸 킹엄은 과거부터 자신을 주시해 온 SK의 제안을 마침내 받아들였다. 그리고 일찌감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KBO리그 데뷔를 예고했다.

 

- 스카우팅 리포트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고 다양한 구종도 던질 수 있는 다재다능한 투수다. 다만 이 모든 구종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한계가 다소 있기는 하지만 레벨이 낮은 리그에서는 피안타 억제(마이너리그 통산 피안타율 0.244)와 탈삼진 능력(마이너리그 통산 K/9 7.6개)을 두루 보여준 투수였다.

 

본인이 보유한 구종들의 위력을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일관된 투구폼을 유지하는 능력까지 더해져 타자들을 큰 어려움 없이 제압할 수 있는 유형의 투수다.

 

표.3|닉 킹엄의 타자별 투구 구사 비율

 

킹엄이 메이저리그에서 고전한 핵심 이유는 포심 패스트볼의 경쟁력 부재였다. 패스트볼은 최고 구속 95마일(약 152.9km/h)까지도 나왔지만, 평균 구속은 92마일(약 148km/h)대로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11%에 그친 땅볼 유도 비율은 100구 이상 투구한 투수 중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상승 무브먼트 또한 7.8인치로 50이닝 이상 소화한 336명 투수 중 220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등 요소는 있다. 올 시즌은 KBO리그에서 뛰며 구속 약점은 보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킹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8km/h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이하였지만, KBO리그에서는 지난 시즌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진|닉 킹엄의 92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닉 킹엄의 90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그러나 다른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해 차별점을 가지는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들의 패스트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최근 2시즌 동안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7km/h를 넘었던 10명의 외국인 투수를 비교했을 때 5명의 외국인 투수가 패스트볼 구종 가치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150km/h 초반대 패스트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인구가 바뀐 후 구속의 이점이 더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고, 이 부분을 킹엄이 잘 파고들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땅볼 유도 능력 역시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정상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MLB 파이프라인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트리플A 시절 킹엄은 패스트볼을 무기로 많은 땅볼을 양산했다.

 

킹엄은 좋은 제구를 가졌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컨트롤과 커맨드가 모두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3년에는 피츠버그 투수 유망주 가운데 가장 컨트롤이 좋은 투수로 선정됐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허용 역시 2.44개로 적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49개로 리그 평균인 3.27개보다 조금 많았지만, 이는 킹엄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맞아 지나치게 코너 워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킹엄이 기록한 44%의 edge%[각주:6]는 리그 평균인 39%보다 높았다.

 

수준 높은 변화구도 강점이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정도 성적을 기록했다. 체인지업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정교하게 제구되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2013년에는 피츠버그 투수 유망주 가운데 최고의 체인지업으로 선정됐다.

 

사진|닉 킹엄의 좌·우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포수 시점)

 

체인지업은 킹엄의 주력 구종이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내내 가장 많이 던진 변화구가 바로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좌타자를 잡는데 목적을 두는 구종이 정작 같은 손인 오른손 타자들한테 더 효과적으로 먹혔던 것이다(체인지업 우타자 피안타율 0.250 / 좌타자 피안타율 0.344).

 

사진|닉 킹엄의 83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닉 킹엄의 85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닉 킹엄의 90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커브가 있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의 좌타자들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메이저리그 통산 좌타자 상대 성적 피안타율 0.319 피출루율 0.387 피장타율 0.623 17피홈런).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는 좌·우타자 상대 성적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국 무대에서 킹엄의 체인지업이 좌타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

 

좌·우타자 가릴 것 없이 던지는 커브는 킹엄의 투구 레퍼토리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휘어지는 각이 크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8시즌에는 많이 구사하진 않았지만 당시 비율 지표는 준수했다.

 

사진|닉 킹엄의 82마일 커브 (출처.MLB PARK)
사진|닉 킹엄의 80마일 커브 (출처.MLB PARK)

 

직전 시즌에는 구사 비율을 10% 끌어올려 메인 변화구종으로 활용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 시즌 킹엄이 던진 커브의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1.6인치, 수평 무브먼트는 1.2인치 더 컸다.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도 지난해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구사율 2018년 12% → 2019년 1%). 직전 시즌 가장 잘 통했던 구종을 봉인한 것이 의외의 결정이지만 슬라이더 역시 준수한 지표를 남긴 구종이었다.

 

킹엄의 슬라이더는 2018년 한 해 동안 43.9%의 헛스윙 유도 비율(리그 평균 35.9%)과 리그 평균보다 낮은 0.244의 xwOBA[각주:7]를 기록했다. 스프링캠프나 시즌 준비 과정에서 여러 이유가 있어 슬라이더를 배제했겠지만, 이후 성적이 폭락하면서 킹엄의 이 선택은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사진|닉 킹엄의 83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닉 킹엄의 82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킹엄은 KBO리그에 데뷔하는 올 시즌 SK의 스프링캠프에서 슬라이더를 다시 구사했다고 밝혔다. 부상 위험이 없다면 슬라이더 활용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O리그에서는 슬라이더를 얼마나 구사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킹엄의 가장 큰 단점은 피홈런이다. 킹엄은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당 1.98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게다가 새로운 홈구장인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은 홈런이 나오기 쉬운 구장이다.

 

긍정적인 대목은 홈런 시대가 절정에 이른 메이저리그에서 급증한 홈런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KBO리그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근래 메이저리그는 공인구 논란 속에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고 있다. 킹엄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비슷한 수준의 땅볼/뜬공 비율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피홈런도 0.64개로 준수했다.

 

사진|닉 킹엄의 타구 허용 시 발사 각도

 

문제는 메이저리그 승격 후 급등한 홈런/뜬공 비율이었다. 킹엄이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피해자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상대한 타자들의 수준 상승을 감안해야겠지만,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의 평균 홈런/뜬공 비율 역시 1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인구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 KBO리그는 지난해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며 투고타저 흐름으로 변화했다. 상대 타자들의 수준도 마이너리그 쪽에 더 가깝다. 피홈런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인구가 손에 익는다면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는데는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KBO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인 산체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느냐다. 현재 KBO리그 수준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받은 더블A-트리플A 구간 성적도 리그를 압도하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SK 원·투펀치 김광현과 산체스는 모두 리그 정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떠났다. 그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무대에 서게 된 킹엄이 시즌 초반부터 적응과 성과를 동시에 내야 하는 꽤나 힘든 과제를 떠안게 됐다.

 

토미존 수술 이후의 이닝 소화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 역시 우려된다. 킹엄은 싱글A 시절인 2012시즌부터 토미존 수술 직전이었던 2014시즌까지 매해 이닝을 차근차근 늘렸다. 그 결과 2014시즌에는 159이닝을 소화했고, 부상만 없었다면 이닝 소화력에 문제가 없는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육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미존 수술을 받은 이후 단 한 번도 한 시즌 120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 시즌 초반 적응에 성공한다 해도 7월 이후 여름 무더위는 또 다른 고비가 될 수 있다. 여러모로 어려운 과제들을 차례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망

메이저리그에서는 실패했지만 킹엄은 기본적으로 지닌 것이 많은 투수다.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출신이고 성공적인 마이너리그 경력을 갖고 있으며 구단이 미래 선발 자원으로 공들여 육성한 유망주였다. 선발 경험도 풍부하고 나이도 아직 젊다.

 

표.4|2019시즌 SK 와이번스의 1-3선발 김광현-앙헬 산체스-헨리 소사 합산 성적

 

지난해 선발진이 최강점이었던 SK지만 외국인 투수들과 차례로 이별을 고하고 오랜 기간 팀을 지탱한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까지 메이저리그로 떠나며 마운드의 높이가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가 ‘변수’라면, 킹엄은 ‘상수’다. SK는 킹엄을 기본적으로 10승 이상을 해 줄 투수로 생각하고 있다. 큰 기대를 받는 1선발 자원이 부진하면 구단의 시즌 구상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킹엄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SK는 2019시즌의 충격을 딛고 올해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위권 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43승을 합작했던 선발투수 원·투·쓰리펀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 영입한 킹엄이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 특화된 에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따라 SK의 올 시즌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킹엄은 부상 이슈 없이 SK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KBO리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준의 투수임은 분명하다.

  1. 슬롯 머니 (Slot Money) : 메이저리그의 신인 드래프트 제한 계약금 제도 [본문으로]
  2. 20-80 스케일 : 미국에서 선수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하는 스케일. 50이 평균적인 수준을 뜻하고 숫자가 높을수록 강점으로 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4.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5. 릴리스 포인트 (Release Point) : 투수가 쥐고 있는 공을 마지막으로 놓는 위치 [본문으로]
  6. edge% :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로 들어간 투구의 비율 [본문으로]
  7. wOBA (Weighted On-Base Average) : 가중 출루율. xwOBA는 투수가 허용한 타구의 속도와 각도, 그리고 삼진과 볼넷으로 예측한 wOBA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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