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①] KIA 타이거즈 - 애런 브룩스 (Aaron Br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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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는 2017년 우승에 기여한 외국인 투수들과 차례로 이별한 뒤 작심하고 외국인 투수 선발진을 재편했다. 이름값이나 아시아 경력 등 주목할 요소가 많아 큰 기대를 모았을 정도로 상당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부푼 기대는 시즌 개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으로 바뀌었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조 윌랜드는 간혹 호투를 펼치기도 했지만 투구수 증가에 따라 구위 편차가 컸던 것이 아쉬웠다.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에이스 감으로 주목받았던 제이콥 터너는 투구 내용과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을 포함해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고 그 결과 개막 때부터 시즌을 완주한 외국인 투수들 중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기준 2019시즌 최악의 외국인 투수였다.

 

2019시즌 초반 에이스 양현종마저 난타당하자 믿었던 1-3선발이 죄다 무너지며 우승 후 2시즌 만에 팀이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고 결국 책임을 통감한 김기태 감독은 5월 16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이후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에서 안정을 찾으며 팀 순위가 오르고 5월 이후 양현종은 리그 최고의 투수로 돌아왔지만, 외국인 투수 잔혹사는 시즌 끝까지 이어졌다. 가을야구 탈락 최대 원인은 외국인 투수 영입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2020시즌의 KIA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질 전망이다.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다수가 미국인 내지 미국 야구를 경험해 본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덜 알려졌지만, 국내와 해외 스카우트 부서를 나누는 등 프런트에도 상당한 조직 개편이 일어났다.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지낸 바 있는 윌리엄스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새 출발을 다짐한 KIA는 감독의 추천으로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채웠다. 2018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윌리엄스 감독(당시 3루 코치)과 잠시 한솥밥을 먹으며 선발로 활약했던 애런 브룩스가 그 주인공이다.

 

현직 감독의 직접 추천에 의해 영입되는 신선한 행보로 한국 무대에 서게 된 브룩스는 양현종과 함께 최강 원·투펀치를 구축해 달라는 임무를 받고 KBO리그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 이름 : 애런 브룩스 (Aaron Lee Brooks)

- 생년월일 : 1990년 4월 27일

- 국적 : 미국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4cm

- 체중 : 105kg

- 트위터 : https://twitter.com/AaronLBrooks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aronlbrooks/

 

- 배경

브룩스의 선수 경력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브룩스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276번 지명을 통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팀에 합류한 브룩스는 루키리그에서 선발 13경기 포함 15경기를 뛰며 6승 2패 평균자책점 3.84의 성적을 남겼다. 루키리그 성적이기에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볼넷을 좀체 내주지 않는 피칭 스타일로 인상을 남긴 프로 첫 시즌이었다.

 

당시 브룩스는 평균 140~145km/h, 최고 148km/h의 패스트볼과 평범한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적으로 투구하고 내구성도 좋지만 잠재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듬해 마이너리그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부침을 보였다. 9승 12패의 성적과 5점대에 육박하는 평균자책점으로 인해 브룩스는 싱글A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내야만 했다.

 

이듬해 상위 싱글A에 이어 시즌 중 더블A 승격도 했지만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지는 못했다. 브룩스는 더블A 평균자책점 4.62, 9이닝당 볼넷 1.4개 및 9이닝당 삼진 6.6개를 기록했다.

 

여간해서는 볼넷을 주지 않는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와 제구력은 여전히 빛을 발했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구위 때문에 탈삼진 능력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많은 인플레이 상황을 허용했다.

 

표.1|애런 브룩스의 최근 5년간 주요 투구 기록

 

그럼에도 승격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입단 후 3년 차인 2014년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중에는 메이저리그에도 깜짝 데뷔하는 감격의 순간도 맛봤다. 그러나 2.2이닝만 소화하며 말 그대로 ‘맛만 보고’ 돌아왔다.

 

그 해 브룩스는 타자 친화 리그인 PCL에서도 139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9이닝당 볼넷 1.6개, 9이닝당 삼진 6.3개로 여전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하는 등 납득할 만한 활약을 보였다. 이듬해에도 트리플A에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던 브룩스는 7월 말 본인의 선수 경력에서 큰 변곡점을 맞게 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브룩스는 소속팀만 다섯 번 바뀌는 저니맨 신세가 된다. 당시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캔자스시티는 최고의 유틸리티 벤 조브리스트 영입을 위해 브룩스를 내줬다. 현재 오클랜드에서 에이스로 도약한 마이너리거 션 마네아와 함께 당시 이적했고 직후 선발로도 9경기에 등판하며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선발 기회에서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2016시즌을 앞두고 팀은 크리스 코글란을 영입하는 대가로 브룩스를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시킨다. 여기에 이적 직후 엉덩이 부상까지 겹친 브룩스는 2016시즌을 대부분 재활로 보냈고 2017시즌도 부진하다가 방출의 아픔도 겪는 등 굴곡 많은 시기를 보내게 됐다.

 

이후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이적한 밀워키 브루어스 트리플A(당시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절치부심하던 브룩스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오랜만에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치는 등 2018년 마이너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그러던 차에 오클랜드에서 브룩스를 다시 영입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내면서 현금 트레이드로 오클랜드에 돌아가게 됐고 갑작스레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하는 감격을 누렸다.

 

다시 찾아온 기회 속에 2019시즌은 온전히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브룩스는 110이닝을 소화하며 6승을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만큼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오클랜드에서 스팟 스타터[각주:1]를 하고 롱 릴리프[각주:2]도 했지만 결국 2019시즌 중반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팀을 나오게 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선발 보장 기회를 한 번 더 받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브룩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47경기 28선발 170.2이닝 평균자책점 6.49를 기록했다. 어느덧 세 차례의 마이너리그 옵션까지 소진한 롱 릴리프, 기껏해야 하위권 팀 선발이나 할 만한 29살 투수에게 메이저리그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브룩스는 KBO리그 팀의 레이더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브룩스의 선택은 오클랜드 시절 인연을 맺었던 윌리엄스 감독과의 재회였다. 인연의 힘에 힘입어 KIA는 이적료를 별도로 지불하면서까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7만 9,000달러에 브룩스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결국 브룩스는 이제껏 떠나본 적 없던 미국 프로야구를 벗어나 한국 무대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브룩스는 데뷔 초 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였지만 현재는 싱커와 투심 계열의 구종을 주로 활용하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같은 경우는 투구 컨디션에 따라 구사 빈도에 차이를 둔다.

 

이 외에 볼 카운트 중간중간 보여주는 커브도 섞어서 피칭을 하는 투수다. 구속이 강점인 투수는 아니지만 땅볼을 양산해내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브룩스는 평균 147km/h, 최고 151km/h의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130km/h 중·후반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진다.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은 회전수가 약 2,000~2,100rpm으로 평균보다 낮지만, 좌·우 움직임이 크다. 이는 타자의 배트를 피하기보다 빗맞히는 효과로 이어진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각각 우타자와 좌타자 상대 주무기로 활용한다. 이 중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 32%의 적지 않은 헛스윙률(whiff%)을 보였다. 브룩스가 리그간 공인구 차이에 민감하지 않다면 브룩스의 슬라이더는 KBO리그에서도 결정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표.2|애런 브룩스의 구종 정보

 

KIA의 경우 올 시즌 터너가 패스트볼의 빠른 구속에도 불구하고 회전수와 구위 부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바 있다. 브룩스 역시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패스트볼의 구위 부족이었다. KBO리그에서는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을 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구종이다. 브룩스로서는 불운하게도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두 구종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이 두 구종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3|애런 브룩스의 타자별 투구 구사 비율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 결과 좌타자를 상대할 때 초구에 타자를 혼란시킬 정도로만 활용폭이 제한되었다. 보여주기식 구종으로만 활용되었던 커브였지만 KBO리그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용도로 구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룩스가 선수 경력 내내 보여준 가장 확연한 특징은 스트라이크 존 공략이다. 최근 5년간 트리플A 레벨에서 기록한 9이닝당 볼넷이 1.9개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2.8개로 높지 않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타자 상대 히트맵을 통해서도 브룩스의 공격적인 투구 성향 및 구종 커맨드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애런 브룩스의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포수 시점)
사진|애런 브룩스의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히트맵 (포수 시점)

 

브룩스의 정교한 컨트롤[각주:3]이나 커맨드[각주:4]는 KBO리그 상위권 타자들을 상대할 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삼진율도 마이너리그 초창기 시절부터 9이닝당 7개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인플레이 상황에서 KIA 야수진이 얼마나 집중력을 가지고 지원해줄 수 있을지가 중요한 투수라 볼 수 있다.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라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과 심판 볼 판정 성향의 궁합에 주목해야 한다. 구위로 어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코너를 공략하는 투구들이 유리한 볼 판정을 받아야 한다. 다만 현재 KIA 주력 포수들인 한승택-김민식은 프레이밍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포수의 도움은 크게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호재도 있다. 많은 홈런이 양산되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공인구 교체 이후 타고 성향이 현저히 약화된 KBO리그로 왔다는 점이다. 상대할 타자들의 수준이나 피홈런에 대한 위협은 메이저리그와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좋은 성과를 냈던 마이너리그에서는 9이닝당 1개가 채 안되는 피홈런 허용율을 기록했던 바 있다. 이런 부분은 브룩스에게 좀 더 자신감을 불어넣을 환경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홈 구장인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가 투수 친화 구장은 아니며, 피홈런 허용이 감소되는 대신 반대로 상대의 안타 생산에는 도움이 될만한 수비 난이도를 가진 구장인 점은 불리할 수 있는 요소다. 브룩스는 맞춰잡는 투구를 지향하는 투수기 때문에 챔피언스필드의 이런 특성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진|애런 브룩스의 94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애런 브룩스의 84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애런 브룩스의 83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애런 브룩스의 79마일 커브 (출처.MLB PARK)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브룩스 영입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평이다. 이닝 소화력 부분에서 평이 갈릴 수 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로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했고 올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롱 릴리프와 선발 로테이션을 오가며 멀티 이닝을 소화해낸건 긍정적이었다.

 

부상 걱정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2016시즌 엉덩이 부상이 오래가며 다섯 번밖에 등판하지 못했지만, 그 외에 부상 경력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2017시즌 145.2이닝을 소화한 이후로 최근 두 시즌 소화 이닝이 212이닝에 그쳤다. 이전까지는 이닝 소화력도 눈에 띄는 강점이었지만 최근 들어 퇴색된 부분이 있다. KBO리그의 습하고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넘길지도 주시해야 한다.

 

- 전망

부정적인 신호보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볼넷을 남발하며 팬들의 속을 터지게 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평균 140km/h 중·후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꾸준히 제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50km/h인 메이저리그에서는 장점이 아니지만, 평균 구속이 143km/h에 불과한 KBO리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 슬라이더와 그에 버금가는 위력의 체인지업은 KBO리그 타자들을 곤란하게 할 확률이 높다.

 

물론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다. 브룩스의 탈삼진 능력은 특별하지 않다. 이는 인플레이 타구 처리 여부에 많이 의존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2019시즌 KIA 야수진의 수비 효율(DER : Defensive Efficiency Ratio)은 65.2%로 리그에서 8위다(리그 평균 66.7%, 1위 두산 베어스 68.6%).

 

지난해 젊은 야수들이 1군 무대를 밟았지만, 수비를 맡길 수 있는 선수는 박찬호뿐이다. 타격만 보고 기용하는 코너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와 최형우, 수비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김선빈과 빈자리만 남은 2루는 불안감을 더한다.

 

브룩스와 KIA가 계약을 맺은 지난 11월, 스포츠 매체에서는 윌리엄스 감독의 존재가 계약 체결에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브룩스는 감독의 선택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KIA가 다시 강팀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서는 리그 최고 선발 양현종과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진이 안정감있는 투구를 하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전임자인 터너와 윌랜드는 시즌 내내 기복을 보이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KIA는 브룩스에게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자신을 직접 추천해준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까지 등에 업었다. 브룩스에게 거는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도 큰 상황으로 보인다. 신임 감독을 통해 현역 메이저리거 투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KIA가 브룩스의 투구에 힘입어 가을야구로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스팟 스타터 (Spot Starter) : 야구에서 이따금 선발로 등판하는 투수. 규칙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2. 롱 릴리프 (Long Relief) : 야구에서 경기 전반에 투입되어 여러 이닝을 책임지는 구원투수를 일컫는다. [본문으로]
  3.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4.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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