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⑫] 한화 이글스 - 데이비드 헤일 (David 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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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7회에 등판해 시즌 10호 홀드를 기록했다. 평범한 야구 팬이라면 오승환의 투구에 주목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팬이라면 상대 팀 마운드에 서 있었던 선수를 좀 더 눈여겨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 선수는 선발투수의 난조로 인해 3회에 일찌감치 등판해 5.2이닝 동안 1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데이비드 헤일(David Hale)이다.

 

시즌 개막 전 예상을 깨고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한화가 10년 만의 가을야구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헤일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적지 않은 투수다. 이번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4차례 등판했다. 경력만 따지면 대체 외국인 투수로는 최고 수준이다.

 

후반기 남은 기간 지급되는 50만 달러(약 5억 6,775만 원)의 연봉이 헤일을 향한 한화의 기대치를 방증한다. 리그 일정을 65%가량 소화한 현재 시점에서 50만 달러의 연봉은 풀 시즌으로 환산했을 때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한다.

 

한화는 3년 전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2015년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던 한화는 시즌 막판 에스밀 로저스(Esmil Rogers)를 영입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당시 로저스는 10경기 75.2이닝을 소화하며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KBO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앞세워 SK 와이번스와 2위 다툼을 하는 한화지만 불펜에 비해 선발진은 상당히 헐겁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Keyvius Sampson)이 1선발로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약점은 한 경기 승·패가 결정적인 포스트시즌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가을야구가 확실시되는 한화가 헤일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남은 기간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확정 짓고 보다 높은 곳으로 팀을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과연 헤일은 2015시즌 로저스의 위력을 재현할 수 있을까?

 

- 이름 : 데이비드 헤일 (David E. Hale)

- 생년월일 : 1987년 9월 27일

- 국적 :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8cm

- 체중 : 95kg

- 프로 지명 : 2009 드래프트 3라운드 87순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 배경

헤일의 아마추어 시절 이력은 독특했다. 먼저 출신 대학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가 헤일의 모교다.

 

헤일은 3학년 시절이었던 2009년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지명된 뒤에도 공부와 야구를 병행했다. 가을마다 한 학기씩 이수해, 2년 뒤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배우신 투수’다.

 

다른 독특한 이력은 대학 시절 투수보다 타자에 좀 더 집중했었다는 점이다. 투수로는 간간히 등판하는 정도였고 주로 유격수와 중견수 등 뛰어난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특히 2학년 시절에는 타율 0.339 출루율 0.350 장타율 0.559의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했고 적잖은 홈런과 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투수로는 3년간 총 126이닝 만을 던졌으며 성적 역시 인상적이지 않았다. 더 넓은 대학 타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여름 케이프 코드 리그[각주:1]에서도 41이닝 동안 24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부진했다.

 

헤일은 야수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았고 운동 능력도 좋았지만 애틀랜타는 뛰어나지 않은 투구 성적에도 불구하고 헤일의 투수로서 잠재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6km/h), 최고 구속 97마일(약 156.1km/h)까지 나오는 뛰어난 패스트볼과 이상적인 체격(신장 188cm 체중 97kg) 등을 매력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부족한 투수 경험은 오히려 어깨의 피로도가 낮다는 쪽으로 좋게 해석됐다.

 

2009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유망주 평가 전문 매체인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헤일을 전체 76위 유망주로 선정했다.

 

현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는 브래드 박스버거(69위 · Brad Boxberger), 보스턴 레드삭스의 불펜 투수 조 켈리(70위 · Joe Kelly), 콜로라도 로키스의 주전 2루수인 DJ 르메이휴(73위 · DJ LeMahieu)가 헤일과 엇비슷한 평가를 받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들이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는 당시 82위에 선정되었다. 헤일은 실제 드래프트 현장에서도 3라운드 전체 87순위에 호명되며 애초 평가와 비슷한 순위표를 받아 들었다.

 

표|데이비드 헤일의 미국 프로무대 통산 투구 성적

 

2009년 루키리그에서 7경기 16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한 헤일은 매년 한 단계씩 마이너리그 계단을 밟으며 차근차근 성장한다.

 

크게 뛰어나지도 부진하지도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공부를 병행하던 2011년까지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으며 2012년부터는 선발에 집중했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 해인 2012년에는 더블A에서 145.2이닝을 던지며 본인의 커리어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팀의 40인 로스터에 등록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리고 2013년, 트리플A에서 22경기 114.2이닝 6승 9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뒤 시즌 막판인 9월 확장 로스터에 포함돼 메이저리그로 승격, 9월 14일(이하 한국시간) 대망의 데뷔전(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5이닝 4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치렀다.

 

이후 두 번째 경기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는 6이닝 1실점 5삼진을 기록하며 2경기 1승 11이닝 평균자책점 0.82의 성적으로 헤일은 주어진 2번의 기회를 잘 살려냈다.

 

이때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14년에는 애틀랜타의 개막 5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기쁨을 얻었다. 헤일은 4경기 동안 23.1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2.31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존 선발 마이크 마이너(Mike Minor)의 복귀로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헤일은 팀의 롱릴리프 역할을 맡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5경기 87.1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준수한 성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풀시즌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헤일은 팀의 로스터 개편 과정에서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됐다.

 

불행하게도 2014년이 헤일의 미국 커리어 정점이었다. 헤일은 콜로라도 이적 후 사근, 장딴지 근육 등에 연이어 부상을 입고 급격히 부진에 빠졌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게 된 것도 헤일에게 날벼락같은 일이었다. 2015년 78.1이닝 5승 5패 평균자책점 6.09를 기록한 헤일은 당시 팀 내 경쟁자이던 요한 플란데(Yohan Flande)에게 자리를 빼앗겼다(아이러니하게도 헤일의 자리를 뺏은 플란데는 헤일보다 먼저 KBO리그를 찾았고 실패했다).

 

헤일은 트리플A로 강등된 이후에도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반등하지 못했다. 2015시즌을 망친 헤일은 2016시즌에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두 번 밖에 오르지 못했고 시즌 중 웨이버를 통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하게 된다.

 

2016년,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에서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인 헤일은 2016시즌이 끝난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다시 친정팀 애틀랜타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2017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하자 방출 통보를 받았고 이후 LA 다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뉴욕 양키스 등으로 연이어 이적하며 여러 팀을 떠돈 헤일은 올해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지만 7월 11일 양키스에서 방출되고 말았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된 헤일은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복귀를 장담할 수 없었고 한화는 가을야구를 대비한 선발투수를 찾고 있었다. 선수와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헤일의 KBO리그 진출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헤일은 포심 패스트볼, ‘싱커’ 혹은 ‘투심’으로 불리는 싱킹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러브 스타일의 변화구를 주로 구사한다.

 

2009년 KIA 타이거즈 아킬리노 로페즈의 성공 이래 KBO리그 구단에서 변형 패스트볼 스타일의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대다수는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KBO리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공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과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이 있다. 두 투수는 모두 평균 구속 140km/h 초·중반대의 빠른 싱커(투심)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재계약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KT 위즈에서 활약한 돈 로치도 세부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헤일도 이러한 추세를 잇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성적은 준수한 선발 그 이상이다. 대다수 구단은 외국인 투수에게 1-2선발급 성적을 원한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1선발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싱커볼러는 윌슨뿐이다.

 

표|데이비드 헤일의 구종 비율

 

한화가 시즌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거액을 들여 헤일을 영입한 것은 당연히 남은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샘슨과 함께 팀을 이끌 수 있는 외국인 에이스 투수 역할을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싱커를 구사하는 외국인 투수들처럼 4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한화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헤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마일(약 146.5km/h), 최고 구속은 93.3마일(약 150.2km/h)이다. KBO리그 수준에서 느린 구속은 아니지만 딱히 강점을 가질만한 구속도 아니다.

 

최근 경기에서는 140~150km/h 수준의 패스트볼, 120km/h 후반대의 체인지업과 커브(혹은 슬라이더)를 던졌다. 헤일의 커브는 슬라이더만큼 빠르지만 평범한 슬라이더보다 휘는 각이 조금 더 커서 슬러브 스타일에 가깝다.

 

사진|데이비드 헤일의 슬러브 (출처.MLB PARK)

 

헤일의 투구 전략은 이렇다. 우타자에게는 몸 쪽으로 붙는 싱커와 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지고, 결정구로는 커브 위주에 바깥쪽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좌타자에게는 포심 패스트볼 베이스에 바깥쪽 싱커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많이 사용한다.

 

결국 핵심이 되는 것은 헤일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싱커와 체인지업이다.

 

싱커는 헤일이 2013년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코치에게 사사한 공이다. 이전까지 헤일은 좌타자 상대로는 좋은 체인지업의 이점을 살려 호성적을 냈지만, 우타자에게 고전하고 있었다.

 

탈출구가 된 것이 우타자의 몸 쪽으로 붙는 싱커(투심)의 추가였다. 각이 큰 슬러브성 변화구와 싱커의 조합은 싱커를 구사하는 우완 투수의 고전적인 우타자 공략법이다.

 

헤일은 5년간 싱커를 던지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싱커 장착 전과 후의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싱커를 처음 익힌 2013년 이후 볼넷 허용률이 조금씩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데이비드 헤일의 우타자 상대 슬러브 히트맵(왼쪽)과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오른쪽)

 

이전까지는 스스로가 ‘피처(Pitcher)’가 아닌 ‘드로워(Thrower)’였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말대로 늦은 나이에 투수로 전업한 뒤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낮은 팔각도, 긴 익스텐션을 가진 투구폼으로 던지는 헤일의 싱커는 그동안 KBO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형태의 움직임을 가진 공이 될 것이다.

 

정교한 제구력을 가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헤일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우타자에게 던지는 싱커는 좀처럼 바깥쪽이나 한가운데로 향하지 않는다. 헤일은 무브먼트가 좋은 싱커로 땅볼을 유도하는데 능한 투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 비율은 52.3%로 인플레이 타구의 절반 이상이 땅볼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송은범이 투심을 장착해 재미를 보고 있다. 투구폼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헤일의 싱커(투심)는 송은범의 그것보다 더 지저분한 움직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헤일이 싱커보다 자신 있어하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헤일의 체인지업은 표본은 적지만 헛스윙 유도에 있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위권에 꼽힐만한 탁월한 성과를 냈다.

 

투수와 반대 손을 쓰는 타자 공략에 유리한 체인지업의 특성상, 헤일은 좌타자를 상대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싱커와 비슷한 방향으로, 하지만 더 깊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우타자에게도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진|데이비드 헤일의 세트 포지션에서 던진 싱커 (출처.MLB PARK)
사진|와인드업으로 던진 데이비드 헤일의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최근까지 마이너리그에서 계속 선발로 뛴 것도 가점 요소다. 불펜으로 뛰다가 KBO리그에 오는 투수 중에는 선발로 보직을 바꾸면서 구속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헤일을 두고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2017년, 2018년 연속으로 트리플A에서 평균보다 나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사실에서 경험이 쌓이며 한층 발전했다는 신호를 볼 수 있다.

 

헤일의 전임자가 된 제이슨 휠러는 사실 가지고 있는 무기의 특색이 약한 편이었다. 큰 신장을 이용해 내리꽂는 각도를 살린 투구가 가능했지만 패스트볼의 스터프[각주:2]가 부족했고, 결정구라고 할 만한 변화구가 없었으며 제구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할 만큼 빼어난 수준이 아니었다.

 

이에 비하면 헤일은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과 확실한 결정구를 갖고 있으며 휠러와 비교했을 때 제구력이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헤일은 싱커와 체인지업이란 좋은 무기를 갖고 있다. 다만 싱커를 던지는 투수가 으레 그렇듯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며 삼진을 잡아내는 유형은 아니었다.

 

구위로 윽박지르기보다는 맞춰 잡는 투구를 하기 때문에 많은 삼진을 잡지는 못했다. 헤일이 트리플A에서 뛴 5시즌 중 리그 평균보다 탈삼진 비율이 높았던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K/9(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5.27개에 그쳤고 마이너리그에서도 7.11개로 썩 높지는 않았다.

 

KBO리그는 이런 맞혀 잡는 투수가 활약하기 점점 어려운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런 유형의 투수가 성공을 거둔 사례로는 KIA의 팻 딘이 있다.

 

하지만 팻 딘은 장점을 살린 2017년과 달리 단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2018년을 보내고 있다. 헤일은 팻 딘과 비교해 구속은 약간 빠를지언정 스터프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헤일의 강점으로 꼽히는 제구력도 성공의 열쇠로 확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동안 스터프보다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가 KBO리그에서 대부분 실패한 것을 떠올리면 쉽게 설명이 된다.

 

성공을 거둔 투수는 대부분 평균 이상의 스터프를 갖고 있었다. 전임자 휠러는 스터프가 아닌 제구력을 내세운 투수였고, 이전 시즌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좋게 평가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스터프, 탈삼진 능력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낮은 공에 박한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은 헤일에게 부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담뱃갑을 똑바로 세운 것처럼 세로로 긴 모양이지만,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가로로 긴 모양을 하고 있다.

 

심판들은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으로 들어갈 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박하게 하는 성향이 있다.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즐겨 쓰는 헤일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어쩌면 옆으로 휘는 슬러브를 더 적극적으로 던지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헤일의 슬러브는 특출 난 공이 아니다.

 

- 전망

외국인 선수의 미래를 예상할 때는 ‘급’이 다른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보이기 마련이다.

 

올 시즌 새롭게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LG의 윌슨을 떠올려보자. 2018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윌슨을 두고 지난 몇 시즌 동안 줄어든 탈삼진 기록을 불안요소로 지적했지만, ‘2014년 수준을 회복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도 있다’는 반대편의 전망이 지금까지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세스 후랭코프처럼 시즌 전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경우도 있다. 반대로 부정적 전망이 맞은 사례도 있다. 나쁜 평가만 받은 두산 베어스의 지미 파레디스가 그랬고, 이제 한화를 떠나게 된 휠러의 경우도 그렇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헤일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확실하게 KBO리그를 지배할 투수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하게 실패할 투수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장점이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성공한 사례를 되새겨볼 때 그 장점이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타일러 윌슨, 헨리 소사, 더스틴 니퍼트, 메릴 켈리, 에스밀 로저스 등 그동안 KBO리그를 지배한 투수 같은 느낌은 오지 않는다.

 

사실 그만한 투수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 리그에서 외국인 투수 수요가 높아지며 미국 구단이 높은 이적료를 책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메이저리그 안에서도 투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헤일이 휠러보다 잘할 수 있을까? 적어도 휠러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휠러는 엄청나게 나쁜 투수는 아니었지만, 이닝 소화력이나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면에서 포스트시즌을 기대하게 된 한화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한화가 기대하는 뛰어난 2선발의 기준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헤일은 리그를 압도하는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퍼즐이 맞아떨어진다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확실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화는 시즌 전 장·단점이 뚜렷한 샘슨을 영입했다. 지난해 8위를 기록한 뒤, 5위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팀에게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고 덕분에 샘슨은 단점을 보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받았다. 그리고 샘슨은 지금까지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샘슨과 달리 헤일은 전반기 2위를 달성하고 포스트시즌을 위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팀에 영입되는 것이다. 앞으로 헤일에게 주어질 시간, 한화에 남은 인내심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이것이 헤일에게 주어진 확실한 과제다.

 

올 시즌 전 한화는 리빌딩을 선언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예상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에 최저가(총액 57만 5,000달러)로 영입했던 휠러를 헤일로 교체하며 본격적으로 가을야구를 대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한화는 3년 전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던 로저스가 보여준 임팩트를 헤일이 재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당시 로저스는 엄청난 퍼포먼스로 한화의 5강 싸움을 이끌었지만 결과적으로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96경기를 치른 현재 한화는 승·패마진 +13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한껏 높인 상황이다. 헤일의 영입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포스트시즌 자체’를 대비한 측면이 크다.

 

헤일이 한화의 의도대로 ‘포스트시즌의 로저스’가 될 수 있다면 11년 만에 경험하는 한화의 가을야구는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다.

  1. 케이프 코드 리그 (Cape Cod League) : 대학 무대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여는 여름 리그. 아마추어 타자의 경우 이 리그에서 처음으로 나무 방망이에 대한 적응도를 테스트한다. [본문으로]
  2. 스터프 (Stuff) :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이나 구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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