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⑩] LG 트윈스 - 타일러 윌슨 (Tyler Wi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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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는 2017년 외국인 타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해 속을 썩였지만, 투수들만큼은 제 몫을 했다.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는 둘이 합작해 10이 넘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했다.

 

허프가 부상으로 인해 19경기 등판에 그친 것이 아쉬웠지만, 투수 WAR 부문 Top 10에 팀 내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올라온 팀은 LG뿐이었다(헨리 소사 WAR 6.1 2위·데이비드 허프 WAR 4.5 5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LG 마운드가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데는 외국인 투수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LG는 이 두 명과 차우찬(WAR 4.6 4위)까지 더해 KBO리그 정상급 선발 트로이카를 가동했다.

 

하지만 이 조합은 1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잔부상으로 2년 차 시즌에도 풀타임 소화에는 실패했지만 등판할 때마다 에이스급 피칭을 보인 허프가 일본 프로야구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떠난 것이다.

 

스토브리그 초반 LG 마운드 구상은 단단히 꼬였었다. 당초 계획은 소사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레다메스 리즈와 재결합하려 했지만 그 사이 허프와 협상이 결렬됐다. 리즈 역시 메디컬 테스트에서 팔꿈치 문제로 복귀에 제동이 걸렸고 외국인 투수 구상 시나리오가 큰 차질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소사와 바로 재계약했고 연이어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투수와 계약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 전반기까지 김현수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타일러 윌슨(Tyler Wilson)이 그 주인공이다.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한 윌슨은 LG의 차차선책 선택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 가량 경험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꾸준히 선발로 활약한 투수다.

 

김현수뿐 아니라 KIA 타이거즈 윤석민과도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팀인 노포크 타이즈 시절 한 달 정도 같이 뛰었던 적이 있고 선수 본인도 KBO리그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수와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타선을 보강한 LG가 지난해 단단했던 마운드를 재현하고 다시 한번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윌슨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윌슨은 과연 허프에 대한 아쉬움을 지우고 LG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 이름 : 타일러 윌슨 (Philip Tyler Wilson)

- 생년월일 : 1989년 9월 25일

- 국적 : 미국 (버지니아 주 린치버그)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7.9cm

- 체중 : 83.9kg

- 프로 지명 : 2011년 드래프트 10라운드 305순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 트위터 : https://twitter.com/t_willy18

 

- 배경

윌슨은 버지니아 대학교 생물학 학사 과정을 진행 중이던 2010년 드래프트에서 35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낮은 지명 순위와 더불어 학업을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프로행 대신 대학에 남는 선택을 한다.

 

대학 4학년이 된 2011년, 19경기(선발 등판 16경기)에 등판해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선발 유망주로 주목을 받은 윌슨은 지명 순위가 껑충 뛰어 2011년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305순위로 볼티모어에 지명됐고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곧바로 볼티모어에 합류한 윌슨은 루키리그와 하위 싱글A에서 8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이듬해인 2012년에 상위 싱글A까지 승격하며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적응해 갔다.

 

윌슨은 2014시즌 더블A에서 16경기(평균자책점 3.72)에 등판한 이후 트리플A에 도달했다. 꾸준히 3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윌슨은 압도적인 피칭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매년 최소 25번 이상 선발 등판하면서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맡아 줄 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은 윌슨은 매년 한 단계씩 올라가며 2015시즌 고대하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윌슨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데뷔 첫 해에는 9경기(선발 등판 5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3.50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2016년 전반기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6시즌 윌슨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무대도 그랬지만 트리플A에서도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었지만 전반기 평균자책점 5.22를 기록하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트리플A에서도 2015시즌만 못했다.

 

표|타일러 윌슨의 미국 프로무대 통산 투구 성적

 

윌슨은 올스타전 이후 다시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불펜 투수로 전환됐지만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고 2017시즌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9경기(선발 등판 1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치며 평균자책점 7.04의 성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7시즌이 끝난 뒤 윌슨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입지가 불안해진 상태였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는 것과 아시아 진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윌슨은 결국 LG와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행을 택했다.

 

- 스카우팅 리포트

윌슨은 컨트롤[각주:1]에 큰 강점을 가진 투수다. 프로 데뷔 초부터 뛰어난 커맨드[각주:2]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윌슨의 마이너리그 통산 BB/9(9이닝당 볼넷 허용 개수)은 2.2개에 불과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2.4개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이 메이저리그보다 약간 넓은 KBO리그에서는 윌슨의 제구력이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준수한 컨트롤을 지녔음에도 윌슨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슬라이더 외에 딱히 효과적인 구종이 없었기 때문이다.

 

표|타일러 윌슨의 구종별 통산 투구 성적

*SwStr% : 헛스윙/전체스윙, 헛스윙 비율

*GB : 땅볼개수/전체타구, 땅볼 비율

 

마이너리그에서 타석당 평균 3.26개의 공을 던졌던 윌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석당 평균 3.56개만 투구했을 정도로 빠른 승부를 즐기는 투수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우세를 보였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할 만한 구위는 유지하지 못했다. KBO리그에서는 준수한 활약이 기대된다.

 

표|타일러 윌슨의 메이저리그 투구 레퍼토리

 

포심 패스트볼, 싱커,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윌슨은 KBO리그 구단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투수지만 선발로서 이닝 소화력은 마이너리그에서도 5.5이닝 정도로 이닝이터 유형은 아니다.

 

윌슨의 포심 패스트볼은 대체로 91-92마일(약 146.5-148.1km/h)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평균인 93.6마일(약 150.6km/h)에 조금 못 미쳤다. 그 결과 윌슨은 통산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 0.298 헛스윙률 11.8%를 기록하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사진|타일러 윌슨의 91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타일러 윌슨의 92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한국에서 뛴 선발투수 중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7km/h를 넘긴 선수는 소사, 메릴 켈리(SK 와이번스), 알렉시 오간도(한화 이글스) 세 명뿐이었다. 윌슨의 패스트볼은 미국에서는 평균 이하였지만 한국에서는 평균 이상의 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자주 구사하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윌슨의 세컨드 피치였던 슬라이더의 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수준이었다.

 

슬라이더는 80마일대 초반(약 130.3-135.2km/h)의 구속과 함께 날카로운 각을 자랑한다. 2016시즌에는 투구 추적 시스템에서 커브로 집계될 정도로 큰 낙폭을 보였다. 또한 슬라이더를 낮게 제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면서 윌슨은 메이저리그에서 27.7%의 뛰어난 헛스윙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진|타일러 윌슨의 82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타일러 윌슨의 79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타일러 윌슨의 84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를 보여준 윌슨의 슬라이더를 KBO리그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윌슨은 80마일대 초반(약 130.3-135.2km/h)의 체인지업과 평균 구속 91마일(약 146.5km/h)의 싱커를 좌타자를 상대하는 옵션으로 주로 활용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사진|타일러 윌슨의 83마일 싱커 (출처.MLB PARK)
사진|타일러 윌슨의 90마일 싱커 (출처.MLB PARK)
사진|타일러 윌슨의 89마일 싱커 (출처.MLB PARK)

 

이 구종들의 피안타율은 각각 0.333(체인지업), 0.339(싱커)로 높았고 특히 체인지업은 피장타율 0.515를 허용했다. 비교적 높은 땅볼 비율(체인지업 57.4% · 싱커 57.6%)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세 시즌 모두 구종가치에서 마이너스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윌슨은 2016시즌을 제외하고는 좌타자에게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비율이 거의 1:1에 달할 정도로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표본 수치는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KBO리그에서 윌슨의 체인지업과 싱커는 높은 피안타율과 피장타율 대신 높은 땅볼 비율만 기록하는 플러스 구종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이하의 스터프[각주:3]로 5선발 자리도 지키지 못한 윌슨이지만 KBO리그 기준으로는 큰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윌슨은 KBO리그 기준 뛰어난 구위와 안정적인 컨트롤을 갖췄으며 지난 2015년 베이스볼아메리카(BA)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강한 멘탈과 성실함도 갖췄다고 한다.

 

실력과 인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윌슨이 미국에서의 성향을 한국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2018년 LG의 에이스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망

윌슨은 내구성에도 장점을 갖고 있는 투수다. 선발로 활약하면서 매년 24경기 이상을 꾸준히 등판했다.

 

전임자 허프는 선발 등판하면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제는 잦은 부상으로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윌슨이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준다면 LG는 지난해 이상의 선발 트로이카를 가동할 수 있다.

 

사진|타일러 윌슨의 전체 투구 히트맵

 

KBO리그 기준 상위권의 패스트볼과 뛰어난 슬라이더,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체인지업과 싱커를 가진 윌슨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관건은 LG의 수비다. 윌슨은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구종이 없어 삼진이 적은 스타일이다(통산 K/9 메이저리그 4.8개, 트리플A 6.5개). 이는 KBO리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윌슨의 전체적인 성적이 수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LG의 내·외야수의 수비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LG 내야진은 올 시즌 과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격수 자리는 오지환의 군입대 문제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고, 2루수는 기존 주전이던 손주인이 이탈했다. 3루수 가르시아 역시 수비가 빼어난 야수는 아니다.

 

땅볼 타구를 많이 유도하는 윌슨에게 있어 이런 상황은 독이 될 수 있다. 마이너리그 레벨만큼의 탈삼진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한 가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LG로 오면서 피홈런에 대한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윌슨의 HR/FB%(뜬 공 대비 홈런 비율)은 2015년 2.7%에서 2016년 13.9%, 2017년 17.6%로 매년 증가했다.

 

최근 2년간 HR/9(9이닝당 피홈런 허용 개수) 역시 2016년 1.44개에서 2017년 1.76개로 상승일로를 그렸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편안한 리그에서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된 윌슨은 좀 더 안정적인 피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광활한 외야를 지킬 LG 외야수들이 플라이볼을 아웃 카운트로 치환시켜야 넓은 구장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형종, 안익훈, 이천웅 등 중견수와 우익수에서 활약할 선수들이 좌익수 김현수를 잘 커버하면서 윌슨을 도와야 한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였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FA 김현수,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약점인 타선을 보강했다. 반면 마운드는 애초 구상이 어그러지며 ‘꿩 대신 닭’이라 평가받는 윌슨을 영입했다. 차차선책으로 택한 윌슨이 LG 마운드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LG는 2011-13시즌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이후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꾸준히 활약한 시즌이 없다. 그러나 2018시즌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기준 강력한 구위와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윌슨의 전망은 밝다. 허프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윌슨이 7년 차 베테랑이 된 소사와 함께 리즈-주키치 듀오를 재현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1.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2.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3. 스터프 (Stuff) :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이나 구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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