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예수’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 2024시즌 KBO리그 1호 완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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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적지에서 선두 KIA 타이거즈를 완파하면서 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6월 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6-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던 롯데는 광주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선두 KIA를 꺾으면서 중위권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23승 2무 32패).

 

롯데는 1회 선취 희생 플라이를 때린 빅터 레이예스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유강남이 2회 3점 홈런, 손호영이 8회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짜릿한 손맛을 경험했다. 이 밖에 박승욱이 3안타, 윤동희와 고승민도 나란히 멀티 히트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롯데는 이날 마운드에서 단 한 명의 투수 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롯데의 에이스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이 자신의 시즌 다섯 번째 승리를 완봉승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암흑기에도 꾸준히 등장한 외국인 투수 에이스

 

롯데는 이대호와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 타선이 활약하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1년 동안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것은 2017년 딱 한 번뿐이다. 롯데는 ‘제2의 암흑기’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아닐 만큼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 기간에도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을 많이 배출하며 팬들에게 위안을 줬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둔 쉐인 유먼의 투구 내용이 점점 나빠지자 롯데는 2015년 유먼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영입했다.

 

2015년 13승, 2016년 10승을 따내며 롯데의 에이스로 맹활약한 린드블럼은 딸의 건강 문제로 미국에 돌아갔다가 2017년 중반에 복귀해 12경기에서 5승을 거두면서 롯데의 가을야구 복귀를 이끌었다. 그 후 린드블럼은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겨 2년 연속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사진|2017시즌 롯데 자이언츠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왼쪽)과 브룩스 레일리(오른쪽)

 

린드블럼의 파트너로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브룩스 레일리는 2시즌 반 밖에 뛰지 못한 린드블럼 대신 5년 동안 묵묵히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13승을 올리며 개인 최다승을 기록했던 2017년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롯데 팬들은 시즌 14패로 리그 최다패의 불명예 속에서도 181이닝을 책임지며 마운드를 지켰던 2019년 레일리의 희생과 투혼을 잊지 못한다. 2020년 미국으로 돌아간 레일리는 5년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롯데는 레일리가 떠난 2020년 댄 스트레일리라는 비슷한 이름의 투수를 영입했고, 스트레일리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15승 4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며 롯데의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2021년에도 10승을 거둔 스트레일리는 2022년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시즌 중반에 돌아와 11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31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2023년 16경기에서 3승에 그치다가 시즌 중반 퇴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댄 스트레일리(왼쪽)와 찰리 반즈(오른쪽)

 

2022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좌완 투수 찰리 반즈2년 동안 61경기에서 무려 356.2이닝을 소화하는 뛰어난 내구력을 자랑했다.

 

비록 2022년 12승이었던 승수가 2023년에는 11승으로 줄었지만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3.62에서 3.28로 더욱 좋아졌다. 반즈는 올해도 11경기 연속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등판하다가 지난 5월 26일 사타구니에 통증을 느껴 자진 강판된 후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초반 부진 털고 ‘사직 예수’ 위용 회복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3년간 14경기에 등판했다가 2022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었던 윌커슨은 2023년 7월 스트레일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지 않고 지난해 롯데에 합류하기 전 마이너리그 성적도 3승 2패 평균자책점 6.51에 불과했기 때문에 윌커슨에 대한 롯데 팬들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윌커슨은 단숨에 롯데의 후반기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사진|애런 윌커슨의 밀워키 브루어스와 한신 타이거스 시절 모습

 

롯데 합류 후 13경기에 등판한 윌커슨은 무려 1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만약 시즌 초반부터 활약했다면 당연히 두 자리 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법한 투구 내용이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팬들로부터 ‘사직 예수’라고 불리기 시작한 윌커슨과의 재계약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2023년 11월 일찌감치 총액 95만 달러에 올 시즌 우완 에이스 투수로 활약해 줄 윌커슨과의 재계약을 마쳤다.

 

사진|2024시즌 KBO리그 첫 완봉승에 성공한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 (출처.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롯데 팬들이 기대했던 ‘풀타임 윌커슨’은 4월까지 7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5.12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매 경기 꾸준히 5이닝 이상을 던져줬지만 3번의 퀄리티스타트에도 38.2이닝 동안 6개의 피홈런을 기록하면서 불안한 투구를 이어갔다(윌커슨은 2023년 13경기에서 79.2이닝을 던지면서 홈런을 단 3개밖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윌커슨은 5월 들어 조금씩 ‘사직 예수’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4월까지 실망스러운 투구를 이어가던 윌커슨은 5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3승을 추가했다. 윌커슨은 5월 한 달 동안 33.1이닝 9자책점으로 2.43의 월간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내렸다.

 

그리고 6월의 첫 등판이었던 4일 KIA전에서 9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올 시즌 KBO리그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2024시즌 KBO리그 첫 완봉승에 성공한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 (출처.롯데 자이언츠)

 

현재 롯데 마운드에는 외국인 투수 반즈와 국가대표 출신 우완 투수 나균안이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다. 여기에 ‘안경 에이스’ 박세웅 역시 최근 2경기 연속으로 5이닝을 넘기지 못하는 등 기복이 심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윌커슨은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롯데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되찾고 있다. 흔들리는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김태형 감독이 윌커슨에게만큼은 깊은 신뢰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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