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유망주’ 롯데 자이언츠 이정훈, 거인 타선의 ‘핫가이’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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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안방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4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8-1로 승리했다.

 

전날 두산에게 3-4로 아쉬운 1점 차 패배를 당했던 롯데는 이날 단 한 번도 두산에게 리드를 허용하지 않는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7위 두산과의 승차를 한 경기로 줄였다(3승 8패).

 

롯데는 2024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7.56으로 부진했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7이닝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고 전미르와 김원중이 1이닝씩 책임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3회 선제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빅터 레이예스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5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정훈은 안타 2개로 3타점을 쓸어 담으며 롯데의 주전경쟁에 불을 지폈다.

 

포수 마스크 버리고 성공한 타자들

사진|최형우(왼쪽)와 채은성(오른쪽)의 포수 시절 모습

 

야구에서 쉬운 포지션은 없지만 투수 리드와 프레이밍, 블로킹, 주자 견제와 도루 저지, 수비 위치 등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포수는 9개의 포지션 중에서 가장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물론 양의지(두산 베어스)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처럼 공·수에 모두 능한 포수들도 있지만 많은 선수들이 포수 포지션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포지션을 변경한다.

 

사실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빠른 포지션 변경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통산 타율 0.311 375홈런 1,549타점 1,231득점을 자랑하는 KIA 타이거즈의 간판타자 최형우는 2002년 삼성 라이온즈 입단 당시만 해도 포수였다.

 

하지만 진갑용(KIA 타이거즈 수석코치)이라는 대선배가 버틴 삼성에서 포수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고 최형우는 4년 만에 삼성에서 방출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최형우는 김용철 감독의 권유에 따라 외야수로 전향한 후 퓨처스리그를 평정했고 전역 후 삼성에 재입단하면서 ‘삼성 왕조시대의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다홈런왕(6회) 수상자 박병호(KT 위즈) 역시 프로 입단 당시에는 대형포수 유망주였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이름을 날린 박병호는 2005년 LG 트윈스 입단 후 조인성(두산 베어스 잔류·재활군 코치)에 밀려 1군과 2군을 전전하다가 내야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LG 유니폼을 입고 끝내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했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후에야 KBO리그 최고의 거포로 성장했다.

 

2018년 홈런 및 타점왕과 함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도 인천고 시절에는 타격에 재능이 있는 거포형 포수였다.

 

하지만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이후 두산의 안방은 양의지의 자리가 돼 있었고 두산에서는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김재환을 내야수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김재환이 1군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포지션은 포수도 내야수도 아닌 2016년 김현수(LG 트윈스)의 메이저리그 진출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갔던 좌익수였다.

 

6일 현재 선두 KIA에 반 경기 뒤진 공동 2위에 올라있는 한화 이글스의 ‘캡틴’ 채은성 역시 고교시절 주 포지션은 포수였다.

 

채은성은 군복무 후 포수난에 시달린 LG에서 포수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야구선수가 갑자기 극심한 제구난조에 시달리는 증후군)에 시달리며 외야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채은성의 외야 변신은 ‘신의 한 수’였고 채은성은 오늘날 한화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자 간판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적 후 처음으로 3타점 경기

사진|포수에서 좌익수로 전향한 롯데 자이언츠 이정훈

 

휘문고 시절 강한 어깨를 자랑하던 외야수였던 이정훈은 고교 3학년 때 포수로 전향해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KIA에 지명됐다(고교야구에서는 선수의 프로지명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깨가 좋은 내야수나 외야수를 고교 2학년 또는 3학년 때 포수로 전향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교 졸업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포수로 전향한 이정훈 역시 포수로서의 경험과 기본기가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 타격에서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어깨만큼은 KIA 포수들 가운데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이정훈이 1군에서 포수로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이정훈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단 1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나마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8 2홈런 14타점을 기록한 2021년에도 4경기 밖에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결국 이정훈은 2022시즌이 끝나고 방출되면서 KIA에서의 6년을 마무리했다.

 

2022년 11월 각 구단의 방출선수들을 수집하던 롯데는 KIA 시절부터 타격 재능을 인정받던 이정훈을 영입했고 이정훈은 2023년 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6 1홈런 17타점 17득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유강남과 정보근에 유망주 손성빈까지 있는 롯데에서 이정훈이 포수로 생존하기란 쉽지 않았고 이정훈은 지난해부터 포수가 아닌 좌익수와 1루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이정훈은 지난 4일 고승민 대신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정훈은 6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5일 경기에서 시즌 첫 안타를 기록하고도 삼진 3개를 당하고 말았다.

 

5일 경기에서 아쉬운 타격을 보였음에도 김태형 감독은 이정훈을 6일 경기에서도 5번 지명타자로 출전시켰고 이정훈은 2루타 하나를 포함해 2개의 안타로 롯데 이적 후 처음으로 3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5일과 6일에는 지명타자로 출전했지만 만 38세의 노장 전준우가 풀타임 좌익수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정훈이 전준우와 돌아가면서 좌익수로 활약해 줘야 한다.

 

물론 주전으로 활약하려면 꾸준한 타격감 유지는 기본이다. 만약 이정훈이 프로 입단 초기부터 타격에 전념하기 위해 포수를 일찍 포기했다면 현재 그의 커리어는 달라져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정훈은 지금도 김태형 감독과 롯데 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핫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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