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⑥] LG 트윈스 - 디트릭 엔스 (Dietrich En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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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LG 트윈스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타선의 힘으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KBO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2년간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시달렸던 LG는 오스틴 딘이 중심 타선에서 좋은 활약으로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잔혹사도 끊어냈다.

 

반면,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케이시 켈리가 전반기 내내 이전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교체설에 휘말렸고, 아담 플럿코도 전반기 11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후반기는 부상으로 단 4경기 등판에 그쳤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도 플럿코는 등판하지 못하며 후반기에 반등에 성공한 켈리,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오스틴과 달리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기존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과 플럿코의 방출이 일찌감치 결정된 LG는, 2023시즌이 끝나자 발 빠르게 움직였고 2024년을 함께할 마지막 외국인 투수를 선택했다. 그 선수는 바로 디트릭 엔스(Dietrich Enns)였다.

 

- 이름 : 디트릭 엔스 (Dietrich Arthur Enns)

- 생년월일 : 1991년 5월 16일

- 국적 : 미국 (미국 일리노이 주 프랭크포트)

- 포지션 : 투수 (좌투좌타)

- 신장 : 185cm

- 체중 : 95kg

- 프로 지명 : 2012년 드래프트 19라운드 전체 583번 뉴욕 양키스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ietrichenns/

 

- 배경

 

엔스는 센트럴 미시간 대학교 재학 중이던 2012년 드래프트에서 19라운드 전체 583번째로 뉴욕 양키스에 지명을 받았다.

 

프로 첫 해 양키스의 로우 싱글A 팀인 스태튼아일랜드 양키스(Staten Island Yankees)에서 22경기에 등판해 42.2이닝을 던지며 2.1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엔스는 순탄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엔스는 양키스의 싱글A와 하이 싱글A를 거치며 8번의 선발 등판과 함께 82.2이닝을 투구하며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정석적인 콜업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더블A 콜업을 목표로 하던 2014년, 엔스는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잠시 마운드를 떠났다.

 

수술을 마치고 복귀한 2015년 6월, 엔스는 하이 싱글A에서 9경기 선발로 나와 47.1이닝 평균자책점 0.76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고, 이후 더블A, 트리플A를 거치는 동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큼 다가갔다.

 

2017년에도 엔스는 트리플A에서 좋은 투구를 이어갔지만 시즌 중 하이메 가르시아의 반대급부로 잭 라텔과 함께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 되며 양키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는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트레이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8월 10일, 엔스는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두 번의 등판 후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데뷔 시즌을 아쉽게 마쳤다.

 

2018시즌 엔스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지난 시즌의 좋았던 모습을 잃고 평범한 성적만을 남기고 있었다.

 

결국, 트리플A와 더블A를 오갔던 엔스는 2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하며 좋지 못한 결과를 남겼고, 시즌 후에는 마이너리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2018년 11월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며 이적했다.

 

계약 이후 엔스는 파견된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준수한 투구를 보여줬으나, 샌디에이고의 트리플A 구단인 엘패소 치와와스(El Paso Chihuahuas)는 극악의 타고투저 성향으로 악명 높은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 소속이었다.

 

엔스는 트리플A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28경기 평균자책점 6.70으로 부진했고, 137이닝에서 37피홈런을 허용하며 마이너리그 전체 피홈런 1위라는 불명예도 안게 되었다.

 

메이저리그 복귀에 실패한 채 2019시즌을 끝으로 샌디에이고를 떠난 엔스는 2020년 2월 17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지연되는 사이 시애틀이 선수단을 정리하며 5월 27일 방출되었다.

 

방출 이후 엔스는 독립리그 구단인 털리 몬스터즈(Tully Monsters)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베이스볼 PDS(Baseball Player Development Systems)에서 훈련했고, 독립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2020년 8월 18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다시 미국으로 복귀했다.

 

복귀 후 좋은 피칭을 하던 엔스는 2021년, 다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롱 릴리프와 스윙맨 역할을 맡아 9경기에 등판해 2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고,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진출을 위해 구단과 합의 하에 웨이버 공시되며 2022년 일본 무대로 발을 돌렸다.

 

표|디트릭 엔스의 통산 주요 투구 성적

 

일본 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스와 계약한 엔스는 선발투수로 23경기에 등판해 122.1이닝을 던지며 10승 7패 평균자책점 2.94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좌완 외국인 투수가 데뷔 시즌에 10승을 올린 것은 역대 3번째였고, 세이부 소속 좌완 외국인 투수로는 1953년 매리언 오닐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었다.

 

엔스는 첫 해 좋은 활약으로 2023년에도 세이부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엔스의 2023시즌은 12경기에 등판해 1승 10패 평균자책점 5.17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LG는 세이부가 엔스와의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부터 엔스와 접촉을 했고, 그렇게 2024년 LG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 연봉 60만 달러 ·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하며 일본 무대를 거쳐 KBO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엔스는 포심 패스트볼,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5가지 구종을 던진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터의 비중이 80%가 넘어 현재는 투 피치 투수라고 볼 수 있다.

 

엔스의 패스트볼과 커터굉장히 매력적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엔스는 평균 구속 89~92마일(약 143~148km/h)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2019년 샌디에이고와 베이스볼 PDS를 거치며 하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과 팔의 스피드를 빠르게 하는 방법을 배웠고(링크), 그 결과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94마일(약 151km/h)까지 상승했다.

 

사진|디트릭 엔스의 94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헛스윙 비율은 25%가 넘었고, 피안타율이 0.227에 그쳤다. 기존에도 좋았던 수직 무브먼트에 더해 구속까지 올라가며 KBO리그 기준으로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갖게 되었다.

 

커터도 마찬가지다. 2019년 이후 샌디에이고에서 체인지업 대신 장착한 엔스의 커터는 패스트볼을 받쳐줄 강력한 두 번째 구종 역할을 한다.

 

평균 구속 86마일(약 138km/h)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피안타율이 0.171에 그쳤고, 헛스윙 비율도 20%가 넘는 만큼 플러스 피치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2021년 디트릭 엔스의 포심 패스트볼 탄착군

 

엔스의 패스트볼과 커터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패스트볼과 커터를 뒷받침해 줄 결정구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데뷔 초반 엔스는 체인지업을 던졌고 여러 리포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링크). 2017년 메이저리그 데뷔전만 하더라도 엔스는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다.

 

하지만 베이스볼 PDS 다녀온 엔스는 커터를 장착해 두 번째 구종으로 커터를 사용하고 있고, 이후 우타자를 상대하는 것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적이 좋았던 2021년 마이너리그에서 좌타자를 상대로는 18.1이닝 동안 단 하나의 피홈런을 허용했지만 우타자 상대로는 52.2이닝 동안 훨씬 많은 7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2023년 세이부에서도 우타자를 상대로 고전했다. 주 무기인 패스트볼과 커터의 로케이션이 중구난방이었다. 좋은 구속과 구위를 가지고 있지만 제구가 잘되지 않자,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빠른 공은 정교한 일본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좋았다.

 

체인지업의 제구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피안타율이 0.444에 달하는 등 위력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우타자 상대 디트릭 엔스의 포심 패스트볼, 커터 탄착군

 

우타자를 상대로 불안한 제구를 보이는 이유는 슬라이드 스텝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엔스는 주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다리를 높게 들고 공을 던졌다. 그래서 주자 억제 관련 수치에서 굉장히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조금 달랐다. 빠른 주자들이 많은 일본 프로야구 특성상 주자가 있을 때는 슬라이드 스텝을 가져갔다. 그러나 제구가 잘되지 않았다.

 

그러자 엔스는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도 와인드 업과 슬라이드 스텝을 병행하는 등 슬라이드 스텝이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투구 밸런스를 잡는 것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사진|디트릭 엔스의 좌타자 몸쪽으로 꽉 차게 들어가는 패스트볼 (출처.MLB PARK)

 

그러나 우타자 상대 불안했던 제구와는 별개로 엔스는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볼넷을 3.2개, 일본에서도 3.5개 정도 허용하며 커리어 내내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엔스의 제구력은 특출나진 않더라도 단점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선발투수 경험이 풍부하면서 부상 경력이 거의 없는 것도 플러스 요소다. 2014년 토미 존 수술, 2017년의 경미한 어깨 부상을 제외하면 최근 부상 경력이 없다.

 

2022시즌과 2023시즌 후반기 플럿코의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LG의 선택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잠실구장과의 궁합도 좋아 보인다. 엔스는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높은 곳에 투구하는 걸 즐긴다. 빠른 구속과 높은 코스 공략이 합쳐져 땅볼보다는 뜬 공을 더 많이 유도한다.

 

사진|높은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는 디트릭 엔스의 패스트볼 (출처.MLB PARK)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간 땅볼보다는 뜬 공이 많았다. 그래서 피홈런의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LG는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하고 박해민, 홍창기 등의 수준급 외야수들이 있어 어느 정도 피홈런 억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망

 

엔스는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도 KBO리그 기준 최상위권이고 수직 무브먼트도 우수하다. 좌완 투수라는 것도 큰 강점이다.

 

최근 KBO리그의 강타자들은 대부분 왼쪽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좌완 외국인 투수들은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추세다. 이를 감안해 봤을 때 엔스가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발투수로 나섰을 때 엔스는 매 시즌 꾸준히 120~130이닝을 던져왔다. LG에서 적절한 로테이션 관리를 해준다면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150~160이닝 소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LG의 불펜 투수진은 KBO리그에서 손꼽힐 정도고 동료 외국인 투수인 켈리가 이닝 소화에 강점이 있는 만큼 엔스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만 소화하며 과거 앤드류 수아레즈가 그랬던 것 처럼 5이닝 투구, 최소 실점을 목표퀄리티 있는 피칭에만 집중해도 될 것이다.

 

우타자 상대 무기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하지만 데뷔 초반 좋은 체인지업을 구사했고 LG가 스플리터나 체인지업 장착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란 것이 이 불안요소를 조금은 줄여준다(링크).

 

또 슬라이드 스텝 수정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루상에 주자가 출루했을 때 메이저리그에서처럼 슬라이드 스텝 없이 투구를 할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진행 중이었던 수정 과정을 마무리할지 지켜봐야 한다.

 

LG는 29년 만의 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불펜에서 고우석과 이정용이 이탈한 만큼 선발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과연 엔스는 플럿코의 그림자를 지우고 LG의 2년 연속 대권 도전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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