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②] KIA 타이거즈 - 로저 버나디나 (Roger Bernadina)

728x90
반응형

로저 버나디나, KIA 타이거즈의 우승 향한 마지막 퍼즐 조각 될까?

‘효자 외국인 타자’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KIA 타이거즈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브렛 필은 2014년 이후 3시즌 동안 367경기 타율 0.316 출루율 0.362 장타율 0.521 OPS(출루율+장타율) 0.883 61홈런 253타점 34도루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KBO리그의 극심한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1루수 외국인 타자의 성적으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2015시즌 이후 필의 타격 생산력과 재계약 여부는 야구 팬들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그리고 2016시즌, 만년 유망주였던 김주형의 성장(19홈런 OPS 0.854), 친정으로 돌아와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서동욱(16홈런 OPS 0.882),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의 군 제대 복귀가 겹치며 내야 교통정리가 불가피해진 KIA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최형우(계약 기간 4년 총액 100억 원)와 함께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 실력을 자랑하는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Roger Bernadina)를 영입하며 3년간 동행했던 필과의 이별을 택한 것이다.

 

김호령의 성장(8홈런 OPS 0.706)에도 불구하고 KIA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중견수 자리에서 버나디나가 준수한 활약을 보인다면 KBO리그 최고 타자 최형우가 합류한 KIA 타선은 두산 베어스 못지않은 짜임새를 갖추게 된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의 잔류 가능성이 높고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가 풀시즌을 치를 예정인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한국시리즈 도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버나디나는 2017시즌 KIA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 이름 : 로저 버나디나 (Rogearvin Argelo Roger Bernadina)

- 생년월일 : 1984년 6월 12일

- 국적 : 네덜란드 (퀴라소 빌렘스타트)

- 포지션 : 외야수 (좌투좌타)

- 신장 : 190cm

- 체중 : 95kg

- 프로 지명 : 2001년 아마추어 자유계약 몬트리올 엑스포스

-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rogearbernadina2/

 

- 배경

버나디나는 국제무대에서 네덜란드를 야구 강국으로 만들어준 네덜란드령 퀴라소(카리브해 남부 위치)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했다. 대신 버나디나는 자유계약으로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버나디나는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성적 또한 좋지 못했다. 2002시즌 18살의 나이로 루키리그에 데뷔한 버나디나는 뛰어난 유망주들이 보통 1년 정도를 활동하고 승격하는 싱글A 리그에서 부진으로 인해 3년을 뛰었다.

 

2007년 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싱글A에서 타율 0.233 출루율 0.356 장타율 0.369와 12홈런의 성적을 기록한 2005년 정도였다.

 

2007시즌에는 더블A를 거쳐 트리플A까지 쾌속 승격했지만 트리플A에서는 13경기 OPS 0.565의 성적을 기록하며 극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2008년 더블A, 트리플A를 거치면서 120경기 타율 0.335 출루율 0.400 장타율 0.490 9홈런으로 성적이 갑작스럽게 좋아졌다. 이때 워싱턴의 외야수 래스팅스 밀리지가 부상을 당하며 그 빈자리에 버나디나가 들어가게 됐고 이렇게 버나디나는 감격스러운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하지만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 10경기에서 타율 0.125 출루율 0.125 장타율 0.125에 그쳤고 결국 트리플A로 강등되었다. 트리플A에서 OPS 0.917 4홈런 15도루로 대활약한 버나디나는 9월 확장 로스터 때 다시 메이저리그로 콜업 되었고 26경기 OPS 0.544 4도루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감한다.

 

표|로저 버나디나의 프로 통산 타격 성적

 

2009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한 버나디나는 4월 중순 메이저리그로 빠르게 콜업 되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엄청난 중견수 수비로 ‘샤크(The Shark)’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버나디나였지만 안타깝게도 시즌 3번째 출장 경기에서 수비 중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버나디나는 2010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워싱턴은 2연속 100패를 당하는 등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 중이었고, 그 덕분에 버나디나와 같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당시 만 26세) 유망주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버나디나는 타석에서는 거의 활약을 못했지만 외야 세 포지션에서 모두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줬다. 수비 실력 덕분에 버나디나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시즌 동안 총 1,309타석을 소화했다(4시즌 성적 타율 0.241 출루율 0.308 장타율 0.365 27홈런 25도루).

 

그러나 버나디나의 연차가 쌓여가자 구단은 능력 이상의 연봉 지급을 기피했다. 연봉조정 자격을 갖춘 버나디나는 어디까지나 공격력이 좋지 못한, 나이가 들어가는 백업 외야수였다.

 

결국 2013년 8월 워싱턴에서 방출된 버나디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해 남은 시즌을 뛰었다. 2013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버나디나는 신시내티 레즈와 계약했으나 44경만 뛰고 6월 방출되었고, 7월 LA 다저스와 계약했으나 메이저리그 9경기 출장에 그쳤다.

 

2015시즌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계약했지만 트리플A에 머물렀고, 2016시즌은 뉴욕 메츠와 계약했으나 메이저리그 복귀의 기회는 얻지 못했다. 이 기간 버나디나는 OPS 0.850에 가까운 성적과 2년 동안 홈런도 25개를 기록하는 등 꽤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나이와 과거 성적 때문인지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33세 외야수 버나디나는 85만 달러의 조건에 KIA와의 계약을 택하며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스카우팅 리포트

버나디나는 신인 시절부터 엄청난 운동 능력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유망주였다. 한때 5툴을 고루 갖춘 중견수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뛰어난 운동 능력을 성적으로 치환하지는 못했다. 특히 타격이 문제였다.

 

KBO리그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외국인 타자는 일발 장타를 갖춘 거포 유형이다. 그러나 버나디나는 타석에서 다소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며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고 이런 거포 유형의 타자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다.

 

타고난 파워는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 비율 49.4%를 기록하는 등 공을 띄우는 스타일의 타격을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가진 파워에 비해 많은 홈런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사진|로저 버나디나의 홈런 타격 모습 (출처.MLB PARK)
사진|펜스 맞고 떨어지는 장타를 때려내는 로저 버나디나 (출처.MLB PARK)
사진|중견수 키를 넘기는 장타를 만들어내는 로저 버나디나 (출처.MLB PARK)
사진|LA 다저스 소속으로 홈런을 때려내는 로저 버나디나 (출처.MLB PARK)

 

13년에 걸친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버나디나가 기록한 통산 장타율은 0.404에 불과하며 홈런 역시 4,300타석에서 때려낸 80개가 전부다.

 

프로 통산 5,991타석에서 111홈런을 기록했고, 홈런 비율은 1.85%에 불과했다. 2016시즌 KBO리그에서 비슷한 홈런 비율을 기록한 타자를 보면 LG 트윈스 박용택(홈런 비율 1.90%), 넥센 히어로즈 이택근(홈런 비율 1.74%) 등이 있다. 두 타자 모두 거포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타자들이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트리플A에서는 0.466의 장타율과 25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버나디나가 뛴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는 2016년 한 해에만 300타석 기준으로 0.500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22명이 나온 곳이다. 따라서 최근에 버나디나의 장타력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컨택 능력도 평범한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1,480타석에서 기록한 통산 타율은 0.236에 그쳤다. 마이너리그 4,300타석에서는 통산 타율 0.270으로 메이저리그보다는 높았지만 평범한 수치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이하의 타격 성적을 기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승격 후에는 배트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었고, 빠른 공에 영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들이 최소한 마이너리그에서만큼은 뛰어난 타자였음을 생각하면, 버나디나의 타격 성적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사진|로저 버나디나의 타구 히트맵

 

버나디나는 주로 당겨 치는 타자다. 버나디나의 스프레이 차트를 보면 많은 타구가 1-2루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28홈런 중 밀어친 홈런은 6개뿐이었다. 이런 성향을 분석한 상대팀의 수비 시프트에 시즌 초반 고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돋보이지 않는 타격 실력에도 불구하고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에서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냈다. 버나디나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었던 수비력 덕분이었다.

 

버나디나는 외야의 세 포지션을 넘나들며 모든 곳에서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포지션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백업 외야수로서는 최적의 선수였다.

 

수비 지표로 볼 때 중견수로는 평균 이하, 좌익수로 뛸 때 가장 좋은 기록을 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중견수로도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수비 포지션도 중견수였다.

 

표|로저 버나디나의 포지션별 메이저리그 수비 기록

 

버나디나는 외야에서 빠른 주력을 십분 활용한 넓은 수비 범위를 보였으며 어깨도 강하고 송구 역시 정확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많은 수비 하이라이트 영상을 남길 정도로 버나디나는 뛰어난 수비력을 과시했다.

 

사진|로저 버나디나의 중견수 슈퍼 캐치 (출처.MLB PARK)
사진|로저 버나디나의 중견수 슈퍼 캐치 (출처.MLB PARK)
사진|로저 버나디나의 우익수 위치에서 뿌리는 강한 송구 (출처.MLB PARK)

 

다른 강점으로는 선구안을 꼽을 수 있다. 타석에서 소극적인 만큼 루킹 삼진을 많이 당하기도 했지만 공을 많이 보면서 볼넷을 많이 얻어내기도 했다.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8.2%의 준수한 볼넷 비율을 기록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매년 10% 이상의 볼넷 비율을 유지했다. 통산 볼넷 비율은 10.2%로 꽤나 높은 편이다.

 

삼진 비율도 다소 높은 편이지만 삼진을 당하더라도 볼넷을 통해 부족한 타율을 보충할 수 있는 유형의 타자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10.7%의 볼넷 비율과 함께 0.372의 수준급 출루율을 보여주기도 했었다(2012시즌 타율 0.291 출루율 0.372 장타율 0.495 5홈런 15도루).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주력이다. 타고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주루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121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도 무려 91.0%에 달하는 도루 성공률을 기록했다(도루 실패 12개). 마이너리그 기록까지 더하면 버나디나는 15시즌 동안 총 590개가 되는 도루를 기록했고, 실패는 고작 80개에 불과했다(도루 성공률 88.1%).

 

적어도 도루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뛰어난 주력 덕분에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경기 후반 대주자로서 많은 기회를 받았으며 때때로 1, 2번 타자로 출전하며 팀의 리드오프를 맡기도 했다.

 

- 전망

버나디나는 KIA 타선에서 리드오프를, 수비 시에는 주전 중견수로 뛰게 될 것이다. 버나디나의 중견수 수비, 주루 능력에는 물음표가 없다.

 

관건은 역시 타격이다.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들은 대체로 높은 타격 성적을 요구받는다. 버나디나가 그 기대치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버나디나보다 미국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당하는 외국인 타자들도 부지기수였다.

 

특히나 지난 3년 동안 타율 0.316 출루율 0.362 장타율 0.521 61홈런 34도루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필의 대체자이기 때문에 버나디나가 받는 부담감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KIA가 버나디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많은 홈런을 기록하는 중심 타자가 아닌,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는 중견수와 빠른 발을 이용한 리드오프 타자다. 수비와 주력은 리그가 바뀌더라도 그 밑바탕이 흔들리지 않는다. 버나디나의 수비, 주루 실력도 KBO리그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KIA는 2016시즌 장타율 3위, 홈런 3위를 기록할 만큼 장타력에서 크게 부족한 팀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 겨울에는 2016시즌 최고의 타자였던 최형우를 FA로 영입했다. 때문에 버나디나가 필에 비해서 장타력이 부족하더라도 전반적인 공격력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 KIA의 중견수들은 타율 0.268 출루율 0.332 장타율 0.375 9홈런 24도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은 모두 리그 9위였으며 OPS는 리그 10위에 해당했다.

 

표|KIA 타이거즈 2016시즌 중견수 성적

 

전임자들의 성적이 초라하기 때문에, 버나디나가 중견수로 뛰면서 무난한 타격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지난해보다 타선이 업그레이드될 것은 확실하다.

 

최근 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한 점이 걸리지만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233경기 OPS 0.845 25홈런 40도루)을 거둔 것은 긍정적이다. KIA가 버나디나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운동 능력과 최근 성적을 감안해서 본다면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활약할 버나디나의 최대 기대치는 20홈런-40도루 정도다.

 

지난 3시즌 동안 무난한 활약을 보이며 팀에 융화한 필 대신 선택한 선수인 만큼 기대와 동시에 부담도 크다. 내·외부 FA에 거액을 투자하며 승부수를 띄운 KIA에게 있어 중견수 버나디나의 성공 여부는 공·수의 완성도를 결정지을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버나디나는 KIA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