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2,860명의 관중이 몰렸다”
트레버 바우어(Trevor Bauer)는 지난 4월 16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요코스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 2군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 머물던 지난 2020시즌 11경기에 등판해 두 번의 완봉을 포함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던 바우어는 2021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완전히 단절됐다. 이유는 SNS를 통해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던 중 폭행을 행사한 혐의 때문이었다.
바우어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됐지만 가정폭력과 성폭행, 아동학대의 ‘혐의’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24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바우어는 지난해 겨울 이 징계를 194경기로 줄여냈지만, LA 다저스는 바우어와 결별을 택했다. 그리고 MLB 29개 구단 중 아무도 바우어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희망했던 바우어는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렸고, 올해 3월 일본 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1년 300만 달러(약 39억 원)의 계약을 맺으며 새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오랜 공백기 때문일까, 바우어의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오른쪽 어깨 당김 증세로 인해 모든 투구 일정을 중단했다.
공백기는 길지 않았다. 바우어는 약 2주가량의 휴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고, 지난 16일 세이부 2군과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다. 1군 경기는 아니었지만 바우어가 공식전에 나선 것은 지난 2021년 6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657일 만이었다.
기나긴 공백에도 바우어는 건재했다. 바우어는 패스트볼 최고 구속 156km/h를 기록하며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가 일본에 온 만큼 열기는 매우 뜨겁다. 일본 ‘풀카운트’에 따르면 바우어의 첫 실전 등판이 진행된 지난 16일 요코스카 스타디움에는 2,680명의 관중이 집결했다.
매체는 “바우어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렸고, 2군 경기에서 이례적으로 2,860명의 관객이 입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닛칸 겐다이’에 따르면 바우어의 등판 중계에는 동시 접속자가 7만 명을 넘어섰다. 1회 초 요코하마의 공격 때는 시청자가 1만 명 이상이 빠졌지만, 바우어가 마운드에 서자 다시 7만 명 이상으로 시청자가 불어났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지난 16일 바우어의 2군 경기는 오후 1시에 시작됐고, 오후 2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는 요코하마와 한신 타이거스의 1군 정규시즌 맞대결이 열렸기 때문이다.
‘풀카운트’는 “사이영상 수상자의 일본 프로야구 입성은 61년 만의 두 번째로 팬들이 관심이 높다. 2군 경기임에도 오전부터 티켓을 찾는 등 장사진을 이뤘다. 야구장도 30분이나 앞당겨 개장했다”며 “이날 외야 잔디석은 개방되지 않았지만, 포수 뒤쪽을 포함해 내야석은 가득 찼다. 그리고 최상단에서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바우어는 1군 합류에 대해 “팀과 상의를 해야 하지만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풀카운트’는 “2군 경기의 열기가 조금 더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어떤 사고를 쳤고, 어느 정도 규모의 징계를 받았든, 바우어는 현재 NPB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선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