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게임 깨지고 승리 날아갔지만 “다음에 신세질 일 있을 것” 놀라운 마인드, 한신 타이거스 신예 투수 무라카미 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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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까지 퍼펙트게임 행진을 펼친 투수가 투구수 84구 만에 교체된데 이어 승리까지 날렸다.

 

하지만 스물네 살의 이 청년은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동점을 허용한 불펜 투수에게 “분명 다음에 신세 질 일이 생길 것”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퍼펙트게임을 눈앞에 두고 교체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 투수 무라카미 쇼키(Shoki Murakami) 이야기다.

 

사진|7이닝 5탈삼진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책으로 퍼펙트 투구를 펼친 무라카미 쇼키 (출처.한신 타이거스)

 

무라카미는 지난 4월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시즌 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으며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책으로 퍼펙트 투구를 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148km/h, 평균 140km/h대 초·중반으로 공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투심 패스트볼, 커터, 포크볼 등이 위력을 발휘하며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 핀 포인트 제구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아직 프로 데뷔 첫 승도 없는 신예 투수의 퍼펙트 행진에 도쿄돔이 술렁였다. 그러나 한신이 1-0으로 앞선 8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투수 타석 때 오카다 아키노부(岡田 彰布 · Akinobu Okada) 한신 감독은 하라구치 후미히토(原口 文仁 · Fumihito Haraguchi)를 대타로 쓰며 무라카미를 교체했다.

 

무라카미의 투구수가 84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카다 감독은 과감하게 교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8회 말 올라온 구원 투수 이시이 다이치(Daichi Ishii)가 첫 타자 오카모토 카즈마(岡本 和真 · Okamoto Kazuma)에게 초구에 좌중월 솔로 홈런을 맞아 1-1 동점. 무라카미의 데뷔 첫 승 요건이 날아갔다.

 

연장 10회 접전 끝에 한신이 2-1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7이닝 퍼펙트 행진 중인 투수를 84구 만에 교체한 오카다 감독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오카다 감독은 1점 차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무라카미에게 끝까지 퍼펙트게임 도전을 허락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감독은 “머릿속으로 퍼펙트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컨디션이 좋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잘 던질 줄 몰랐다”“교체를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였다면 1-0이라도 계속 던지게 했을 텐데 무라키미는 3-0 정도의 상황이 아닌 이상 계속 던지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NPB 통산 165승을 거둔 특급 투수 출신으로 2015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도 맡았던 니시모토 다카시(西本聖 · Takashi Nishimoto) ‘닛칸스포츠’ 평론가는 정면 비판했다.

 

니시모토는 “1점 차 리드에서 팀 승리를 위해 교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투수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교체였다. 교체 직후 동점 솔로 홈런을 맞았다. 연장에 가서 승리했지만 만약 패했다면 최악의 상황이 됐을 것이고, 향후 싸움에서도 큰 대미지가 올 수 있었다. 무라카미가 계속 던지다 역전패했으면 단순한 1패로 끝났을 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체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진|무라카미 쇼키의 고교 시절 고시엔 우승 모습 (출처.한신 타이거스)

 

하지만 무라카미는 남다른 심장을 가진 선수였다. 교체된 후에도 미소를 지어 보인 무라카미는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라카미는 “7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 와서 교체 통보를 받았다. 아무 느낌 없이 평범하게 그냥 교체인가 싶었다. 조금 더 던질 여력이 있었지만 팀이 이겨 다행이다”“7회까지 던진 것도 좋았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쓸데없는 주자를 내보내지 말자, 볼넷으로 내보내지 말자는 마음으로 그저 눈앞의 1이닝 1이닝만 최선을 다해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변화구가 잘 들어가려면 패스트볼에 힘이 있어야 한다. 지난겨울 아오야기 고요(青柳 晃洋 · Koyo Aoyagi) 선배와 자율 훈련을 하며 축발이 되는 왼발 착용법,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 등을 배웠다. 아오야기 선배에게 감사한다”며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늘 염원이라고 말했던 요미우리 4번 타자 오카모토와 대결에서도 2타수 무안타 1탈삼진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시이가 블론 세이브로 첫 승을 날린 것에 대해서도 무라카미는 “팀이 지지 않아 다행이다. 내가 던진다고 좋은 결과가 나왔으리라는 법도 없다. 이시이 선배가 홈런을 맞은 뒤 남은 타자들을 막아낸 것이 역시 대단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폐를 끼칠 것 같아서 아무렇지도 않았다”며 동료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스포츠닛폰’은 “구단 최초의 쾌거는 아니었지만 일본 전역에 무라카미 쇼키라는 이름을 알린 84구였다. 자신 있게 다음에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번에도 당연히 선발 예정. 고비의 첫 승리가 날아드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무라카미는 1998년 6월 25일생. 효고현 출신의 24세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가슈 소년 야구 클럽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고교 시절 고시엔에 3번 출장. 3학년 봄에는 총 5경기 완투로 우승을 차지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 5순위로 한신에 입단한 무라카미는 2군에서 신인부터 2년 연속 평균자책점과 승률 1위에 더해 2021년 최다 승리, 2022년 최다 탈삼진을 기록했다.

 

NPB에서 퍼펙트게임은 2022년 4월 10일 사사키 로키까지 16명이 달성했다. 한신 소속 투수의 달성자는 없다. 한신 투수의 노히트 노런은 2004년 10월 4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전 이가와 게이까지 9명이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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