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⑦] KT 위즈 -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Odrisamer Despai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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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팀으로 발을 내디딘 2015시즌 이래 빛보다 어둠이 짙었던 KT 위즈에게 지난 2019시즌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마법과도 같은 한 해였다. 가을야구 티켓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팀 창단 후 최고 순위인 6위를 기록했고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벌이며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넘어섰다.

 

신임 이강철 감독 체제 하에 좋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KT의 목표는 상승세를 유지해 만년 하위권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내는 것이다.

 

투·타 모든 면에서 성장을 이뤄낸 팀이지만, 반사이익을 봤던 부분도 없지 않았던 2019시즌을 뒤로한 KT는 사실 외국인 투수 교체가 그리 급한 팀은 아니었다.

 

팀 역대 최초로 외국인 투수가 모두 10승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고 윌리엄 쿠에바스-라울 알칸타라의 힘으로 선발진이 제대로 가동됐기 때문에 이 둘과 재계약해도 문제없는 상황이었다. 리그 정상급 에이스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평균 이상의 듀오였다.

 

하지만 2020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KT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쿠에바스와 함께 선발진을 이끌었던 알칸타라를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알칸타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쿠에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복이 크고 전반기와 비교해 후반기 들어 이닝 소화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점이 교체를 결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외국인 선수의 거취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상태에서 곧바로 새 외국인 투수의 영입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놀라움도 안겼다. 그 정도로 KT가 강한 믿음을 가지고 영입을 단행한 투수는 바로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쿠바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였다.

 

KT는 알칸타라를 대신해 메이저리그에서 300이닝 이상을 던진 쿠바 출신의 우완 투수 데스파이네를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4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영입하며 팀의 1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 이름 :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Odrisamer Despaigne Orue)

- 생년월일 : 1987년 4월 4일

- 국적 : 쿠바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2.8cm

- 체중 : 92.9kg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odrisamer_despaigne/

 

- 배경

1987년생인 데스파이네는 쿠바 출신으로, 2005년 쿠바 내셔널리그에서 하바나를 연고로 하는 인더스트레일즈에 입단하며 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당시 데스파이네의 나이 18살이었다.

 

쿠바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강호로 통했던 ‘인터스트레일즈 데 라 하바나(Indestriales de La Habana)’에서 불펜 투수로 시작했고, 첫 해 23경기에 나와 3.8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 4.3개를 내주며 제구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데스파이네는 이후 4시즌 정도를 불펜 투수로 등판했다. 이 기간 18개의 세이브를 거두며 뒷문 단속에도 나섰고 113경기에서 309.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하는 등 롱 릴리프로도 활약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첫 두 시즌은 4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51의 성적으로 선발 전환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2011-12시즌부터는 정상급 투수로 거듭났다.

 

해당 시즌 데스파이네는 24경기에 등판해 1번의 완봉을 포함 169.1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2.60의 성적을 올리며 개인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쿠바리그 커리어를 통틀어 한 시즌 K/BB 비율이 가장 좋았던 시즌이기도 했다.

 

그다음 시즌도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27로 준수한 시즌을 보낸 데스파이네는 쿠바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총 8시즌 동안 201경기 58승 42패 평균자책점 3.73 WHIP 1.40을 기록하며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쿠바리그에서만 줄곧 뛰어왔던 데스파이네는 2013시즌 쿠바 WBC 대표팀에 승선한다. 그리고 이 WBC 예선을 위한 2013 World Port Tournament에 참가하기 위해 유럽에 가게 된 데스파이네는 이 기간에 쿠바를 탈출하여 스페인으로 망명절차를 밟아 미국에서 뛸 수 있는 신분을 획득했다.

 

대회가 끝난 뒤 2013-2014시즌에는 멕시코 윈터리그에 참가하여 아길라스 데 멕시칼리(Águilas de Mexicali) 소속으로 경기를 뛴다.

 

그리고 2014년 2월, 데스파이네는 쿠바에서 함께 망명했던 알레드미스 디아즈(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함께 스페인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이 쇼케이스 이전부터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스페인으로 넘어오기도 할 정도로 데스파이네는 큰 이목을 끌었다.

 

데스파이네 영입전에서 승리한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2014년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데스파이네는 2014년 더블A에서 2경기, 트리플A에서 5경기를 모두 선발로 등판한다.

 

이 7경기 동안 데스파이네는 사사구도 적지 않고 실점도 많았지만 9이닝당 10개가 넘는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선보이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미 WBC에서 쿠바 국가대표 에이스도 맡았을 정도로 쿠바에서 정점의 기량을 뽐냈던 점을 인정해 샌디에이고에서는 약간의 경험만 쌓고 데스파이네를 곧바로 메이저리그 팀에 합류시켰다.

 

데스파이네는 6월 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리고 7월 20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는 7.2이닝 노히트를 기록하며 데뷔 첫 해부터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2014년 6월부터 합류해 16경기를 모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는 4승 7패 평균자책점 3.36를 기록했다. 승운만 따르지 않았을 뿐 상당히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무난하게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를 마무리한 것이다.

 

표.1|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메이저리그 통산 투구 기록

 

하지만 그 이후로는 쿠바 시절이나 진출 첫 해만큼의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데스파이네는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선발 경쟁에서 탈락했고 불펜 투수로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소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보냈지만 2014시즌 0.232에 머물렀던 피안타율이 0.281까지 폭등하는 등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데스파이네는 메이저리그의 벽을 실감했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리그 투수 진 코스메를 받고 데스파이네를 트레이드한다. 데스파이네는 볼티모어에서도 16경기 2패 평균자책점 5.60으로 여전히 부진하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시즌을 마쳤다.

 

이듬해 마이애미에서 스팟 스타터[각주:1]와 롱 릴리프로 나서며 4.01의 평균자책점으로 나름 준수한 투구를 했지만 그게 마지막으로 빛난 순간이었다.

 

이후 2년간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데스파이네는 LA 에인절스, 신시네티 레즈, 시카고 화이트삭스까지 총 5개 팀을 전전하게 되고 메이저리그에 콜업 되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화이트삭스에서 단 3경기만 메이저리그에서 등판했을 뿐 대부분을 트리플A에 머물러 있었다.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쿠바에서 탈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유망주 투수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며 여러 팀을 전전하게 되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리그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며 KBO리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2013년 쿠바 대표팀에서 페르난데스와 함께 뛰었던 데스파이네도 마지막 팀이었던 화이트삭스를 나와 KT와 계약하며 KBO리그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 스카우팅 리포트

데스파이네는 인상적인 투구폼을 지녔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상당히 높은 왼발 리프팅과 더불어 몸을 안쪽으로 회전시키는 깊은 트위스트 딜리버리는 미국의 전설적인 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연상시킨다.

 

쿠바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데스파이네는 탈삼진이 많은 유형의 투수는 아니었다. 패스트볼은 싱커와 투심 계열을 주로 활용했고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에 이미 커터를 활용했던 선수였다. 여기에 브레이킹볼도 여러 가지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구종들로 상대 타자를 현혹하는 투구를 즐겨하는데다 투구폼에도 특이점이 있어 데스파이네는 이를 통해 삼진보다는 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어 범타 처리를 하는 스타일이다.

 

표.2|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타자별 구종 구사 비율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97마일(약 156.1km/h)까지도 나오기는 했지만, 평균 구속은 92마일(약 148km/h)수준으로 최근 메이저리그 추세로 봤을 땐 구속이 강점은 아니다. 하지만 폼이 최정상에 올랐던 메이저리그 진출 초창기에는 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장점을 모두 잃고 말았다. 그 원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느려진 구속으로 인한 공략 난이도 저하, 홈런 시대에서 버텨내지 못했던 구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데스파이네는 메이저리그 타격 흐름 변화에 피해를 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90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91마일 포심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이 외에도 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구속의 싱커와 평균 88마일(약 141.6km/h)의 커터까지 다양한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데스파이네의 커리어 통산 패스트볼 구사율을 비교하면 싱커-패스트볼-커터 순으로 싱커와 커터를 주무기로 사용하면서 땅볼 유도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메이저리그 통산 GB/FB 1.50).

 

그러나 싱커도 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시기부터 타자들의 배트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장타 억제(피장타율 0.131)에서나 그라운드볼 유도(50.1%)-플라이볼 억제(19.1%)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기능을 해냈다.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92마일 싱커 (출처.MLB PARK)

 

다만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뛰었던 2014-2015시즌과 최근을 비교하면 싱커의 구사율이 상당히 낮아지고 포심 패스트볼의 비율이 높아지며 땅볼 유도 비율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효율적인 피칭을 추구하는 데스파이네의 투구 레퍼토리에서 싱커는 핵심 역할을 했다. 여기에 구위까지 받쳐줬던 시즌에는 더할 나위 없는 위력을 보였다. 그 이후에도 타자들의 힘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경험 많은 투수답게 완전히 망가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86마일 커터 (출처.MLB PARK)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88마일 커터 (출처.MLB PARK)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80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준 구종으로는 커터도 있다. 패스트볼과 싱커가 초창기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시절, 데스파이네는 커터를 활용해 돌파구를 찾았다. 이 커터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한 두 시즌 더 기회를 받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슬라이더를 투구 레퍼토리에 추가한 데스파이네는 향후 커터의 활용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듯 싶다. 슬라이더 장착 후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커터의 위력이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슬라이더와 커터의 공존 여부는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3|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연도별 구종 구사 비율

 

데스파이네의 연도별 구종 구사율을 보면 다양한 패스트볼 외에도 커브, 그리고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커브의 구속을 조절하여 평균 78마일(약 125.5km/h)과 69마일(약 111km/h)가 나오는 두 종류의 커브를 구사한다는 것.

 

그리고 데스파이네만의 독특한 그립으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평균 구속(78마일)이 커브와 똑같을 정도로 패스트볼과 큰 구속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72마일 커브 (출처.MLB PARK)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슬로우 커브 (출처.MLB PARK)

 

팬그래프 필진 제프 설리반에 따르면, 2014년 데스파이네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는 16마일(약 26km/h)로 리그에서 가장 큰 구속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체인지업은 자신만의 그립을 잡고 던지기로 유명했던 마이크 무시나의 체인지업과 가장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도 데스파이네의 투구 영상을 참고하면 슬로우 커브를 던질 때에는 쓰리쿼터에 가까운 높은 팔 각도로, 일반 커브를 던질 때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 각도를 구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커브뿐만 아니라 패스트볼을 구사할 때도 가끔 팔 각도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팔 각도가 달라지는 투구 습관이 노출되었는지 이듬해인 2015년 데스파이네의 커브 구종 가치는 곤두박질쳤고(커브 구종 가치 0.5 → -8.2 / 슬로우 커브 구종 가치 0.9 → -4.9), 체인지업 또한 커브와 같은 길(체인지업 구종 가치 0.9 → -7.3)을 걷게 된다. 이처럼 다른 팔 각도로 던진 슬로우 커브가 공략 당하기 시작하자 2015년 이후에는 사실상 슬로우 커브를 봉인했다.

 

표.4|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2014-2015시즌 구종별 피안타율

 

데스파이네의 제구력은 그다지 섬세한 편은 아니다. 패스트볼의 제구도 뛰어나지는 않지만, 오프 스피드 계열 변화구의 커맨드[각주:2]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BB/9이 3.16개, 메이저리그 통산 BB/9이 3.22개로 두 리그에서 큰 편차를 보이지 않으며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수준의 제구력은 보유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KBO리그에서도 많은 사사구를 허용하며 자멸할 정도의 투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81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83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는 투수이고 삼진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나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 같은 기교파들과 비슷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확실한 무기가 없고 제구의 날카로움도 특급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보니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진 케이스라 볼 수 있다.

 

- 전망

패스트볼 강점없이 메이저리그에서 버텼지만 시대흐름의 변화로 평균 95마일(약 152.8km/h)을 쉽게 상회하는 현 시대 상황에서는 밀려난 투수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에서는 통할만한 구속이다.

 

최근 몇 년간은 불펜 투수로 등판이 많기는 했지만, 평균 구속으로 따지면 93마일(약 149.6km/h)을 넘었었고, 선발로 많이 활약하던 초창기 때 역시 92마일(약 148km/h)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은 됐다. 현 시점의 KBO리그에서 이 구속은 Top.10에 들 정도의 구속이다.

 

사진|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타구 허용 시 발사 각도

 

단순 구속보다는 구위로 KBO리그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초창기 볼넷 허용을 적절히 관리했던 데스파이네는 코너 워크보다는 스트라이크 존을 중심으로 구위를 이용해 적극적인 승부를 펼친 덕분으로 보인다.

 

투구에 힘이 있고 투고타저 흐름으로 가던 2010년대 초·중반 시기에는 이게 먹혀들었지만, 2016시즌 이후로는 라인 드라이브 타구의 비중도 늘어나고 타자들의 힘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했다.

 

다만 타자들의 수준이 저하되고 공인구 반발력이 조정된 KBO리그에서는 마이너리그 시절 보여준 탈삼진 능력(마이너리그 통산 K/9 8.2개)을 재현하고 타자들을 압도할 구위를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가 성공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속과 패스트볼에 대한 우려보다 더 큰 것은 역시 체력 문제다. 지난해 오랜만에 선발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27경기 137이닝 소화에 그치며 평균 5이닝을 겨우 넘겼다. 그 이전 몇 년간도 선발로 제대로 시즌을 치른 건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총 18경기에서 17번 선발로 나선 2016년 트리플A에서조차 평균 투구 이닝이 5이닝이 안될 정도로 이닝 소화력은 보여주지 못했었다. 직전 시즌 선발로 풀시즌 로테이션을 돌기는 했지만, 체력에 대한 우려는 시즌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큰 관건은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3년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이후 2018년의 오른쪽 팔뚝 부상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전부인 데스파이네는 내구성 면에서는 합격이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데스파이네의 피칭 스타일이다. KT의 홈구장인 수원 KT 위즈파크는 다른 구장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해 홈런의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커터와 싱커를 구사하는 데스파이네는 KT의 홈구장에 최적화된 투수라고 볼 수 있다.

 

땅볼 유도 능력이 돋보이는 데스파이네의 뒤에는 2019시즌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인 박경수-심우준-황재균이 받치고 있기 때문에 환경적인 면에서의 장점은 모두 취할 수 있는 상황이다(2019시즌 KT 내야수 WAA(포지션대비 승리기여) 2.417, 리그 1위). 이를 잘 활용해 약점인 이닝 소화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지난해에 데스파이네가 싱커의 구사 비율을 눈에 띄게 줄인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싱커 비율을 줄이면서 땅볼 유도 비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 같은 피칭 스타일의 변화가 일시적일지는 시즌이 시작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KT는 더 높은 곳에 도전하기 위해 10승을 거둔 알칸타라를 포기하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인 데스파이네를 영입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상승세를 반짝으로 끝내고 싶지 않은 구단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과연 ‘쿠바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 데스파이네가 같은 쿠바 출신인 두산 페르난데스처럼 큰 성공을 거두며 팀의 기대에 힘입어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1. 스팟 스타터 (Spot Starter) : 야구에서 이따금 선발로 등판하는 투수. 규칙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2.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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