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⑪] 두산 베어스 - 스캇 반 슬라이크 (Scott Van Sly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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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시리즈 3연패 문턱에서 무너진 두산 베어스는 수비 활용도가 높은 외국인 야수의 필요성과 FA(자유계약선수) 민병헌의 이적으로 공석이 된 외야 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1군에서 단 21경기 71타석에 선 파레디스는 타율 0.138 OPS 0.443 4볼넷 17삼진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0이라는 참담한 성적만 남긴 채 6월 1일 웨이버 공시되고 말았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두산은 파레디스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류현진의 동료이자 LA 다저스의 핵심 벤치요원으로 활약했던 스캇 반 슬라이크(Scott Van Slyke)가 그 주인공이었다.

 

두산은 지난 6월 26일 반 슬라이크와 계약(연봉 32만 달러)을 공식 발표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날인 7월 8일 1군 무대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반 슬라이크는 주전은 아니지만 1루와 코너 외야를 누비며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을 보냈을 정도로 다저스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던 선수였다.

 

2013년 다저스에 진출한 류현진의 경기 중계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반 슬라이크는 파레디스의 악몽을 지우고 두산의 선두 질주에 일조할 수 있을까?

 

- 이름 : 스캇 반 슬라이크 (Scott T. Van Slyke)

- 생년월일 : 1986년 7월 24일

- 국적 : 미국 (미주리 주 체스터필드)

- 포지션 : 외야수 · 1루수 (우투우타)

- 신장 : 193cm

- 체중 : 102kg

- 프로 지명 : 2005년 드래프트 14라운드 436순위 LA 다저스

- 트위터 : https://twitter.com/ScottVanSlick

 

- 배경

반 슬라이크는 야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앤디 반 슬라이크는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되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에서 13년을 뛰며 5번의 골드글러브, 3번의 올스타에 선정된 왕년의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였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를 시작한 반 슬라이크는 날렵했던 아버지와 달리 신장 193cm 체중 102kg의 건장한 체격이 돋보이는 선수다.

 

반 슬라이크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 점쳐져 2005년 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 전체 436순위라는 낮은 순번에 지명됐으나 예상과 달리 지명을 받아들여 2005년부터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1년 주기로 부진과 활약을 반복하며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반 슬라이크의 프로 생활은 아버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2005년 루키리그에 합류한 반 슬라이크는 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2로 첫 프로 시즌을 마쳤고 이듬해에는 또 다른 루키리그에서 뛰었다.

 

스무 살이 된 2007년 싱글A로 올라섰지만 반 슬라이크는 이 단계에서 벽에 부딪히며 총 104경기에 소화했음에도 홈런은 2개뿐이었고 타율도 0.254로 저조했다. 2008년에도 부진이 이어졌지만 상위 싱글A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 진출 이후 호성적으로 위기를 넘기고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09년 상위 싱글A에서 반 슬라이크는 132경기에서 23홈런 100타점 OPS 0.907을 기록하며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고 더블A 출장 없이 바로 트리플A에 합류해 3경기를 치르는 행운도 누렸다.

 

이후 2011년 더블A 채터누가 룩아웃츠(Chattanooga Lookouts)에서 풀시즌을 치르며 130경기 타율 0.348 출루율 0.427 장타율 0.595 20홈런 92타점을, 2012년 트리플A 앨버커키 아이소톱스(Albuquerque Isotopes)에서 95경기 타율 0.327 출루율 0.404 장타율 0.578 18홈런 67타점을 기록했고 대망의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뤄냈다.

 

표|스캇 반 슬라이크의 메이저리그 통산 타격 성적

 

반 슬라이크는 데뷔 8년 차가 된 2012년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고작 57타석에서 1할대 타율로 부진했고 7월 이후로는 추가 승격 없이 트리플A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에는 대타와 좌투수 플래툰 자원으로 출장 시간이 더 늘어나며 53경기에 출장해 152타석에서 7홈런 OPS 0.807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팀 사정에 따라 트리플A를 계속 오갔다.

 

2014시즌이 돼서야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반 슬라이크는 98경기 246타석에서 타율 0.297 출루율 0.386 장타율 0.524 OPS 0.910 11홈런 29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1.000이 넘는 OPS를 기록,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입지를 다졌다.

 

아마 한국 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한 방이 있는 타자’ 반 슬라이크의 이미지는 이 시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사진|바깥쪽 공을 밀어치며 홈런을 만들어내는 스캇 반 슬라이크 (출처.MLB PARK)

 

2015년에도 반 슬라이크는 ‘퐁당퐁당’식 출전을 거듭하며 한 시즌을 보냈다. 100% 역량을 보이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여기에 등 쪽 부상을 입으며 본인의 기량도 줄어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16년에는 손목 부상까지 당하며 무기로 삼은 장타력에 큰 타격을 입었고, 8월 관절경 수술을 받아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어느덧 30세가 넘어간 데다 전처럼 좌완 투수를 상대로도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 반 슬라이크는 키케 에르난데스 등 팀 내 다른 우타자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반 슬라이크의 자리는 다저스에서 사라지게 됐다.

 

결국 다저스는 2017년 7월 토니 싱그라니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 레즈에 반 슬라이크를 넘겼다. 하지만 신시내티는 반 슬라이크를 메이저리그로 부르지 않았다. 리빌딩 중이었던 신시내티는 반 슬라이크를 메이저리그에서 기용하는 대신 트리플A로 내려보내는 수를 선택했다.

 

반 슬라이크는 그대로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쳤지만 줄곧 뛴 타자 친화적인 트리플A의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인터내셔널리그(IL)로 이동하면서 적응에 실패, 트리플A 성적까지 추락했다.

 

올해 FA 자격을 취득한 반 슬라이크는 다저스 시절 은사였던 돈 매팅리 감독이 이끄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리빌딩 팀이었던 마이애미에서는 스프링캠프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꿰차기 쉬울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음에도 반 슬라이크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고, 5월 중이염 수술 부상이 생겨 한 달가량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반 슬라이크의 커리어는 사실상 황혼기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 입성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많은 연봉을 받았던 것도 아니기에 현실적인 선택의 동기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때맞춰 그를 찾은 두산의 손을 잡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결국 반 슬라이크는 두산과 계약하며 KBO리그에서 새 야구 인생을 펼치게 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반 슬라이크의 프로필은 여러모로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외국인 타자와 닮아 있다. 삼성의 중심 타자로 활약 중인 다린 러프가 그 대상이다.

 

좌완 투수 상대로 강점을 보인 우타자라는 점, 나쁘지 않은 선구안과 위협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펀치력, 아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운 컨택 능력까지. 거기다가 메이저리그 시절 기록한 성적, 타석 숫자도 비슷할 정도다.

 

표|스캇 반 슬라이크와 다린 러프의 통산 메이저리그 기록 비교

 

자연스럽게 반 슬라이크에 대한 기대치의 비교 대상으로 러프를 꼽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초반 적응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러프는 성공적인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홈런 생산력, 선구안 등 여러모로 러프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 슬라이크가 러프가 기록하고 있는 타격 성적의 80% 정도만 내더라도 이미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반 슬라이크는 기본적으로 장타를 노리는 유형의 타자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타율이 0.287에 이를 정도로 평균 이상의 정교함도 보였던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점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뜬 공이 많은 유형이며 주로 당겨 치는 타입의 타자다. 2016시즌 타구 방향을 다양화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선구안이 흔들리고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며 원래 스타일로 돌아갔다. KBO리그 팀들의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반 슬라이크의 타구가 뚫어낼 수 있을지가 성공 관건이다.

 

볼넷을 고르는 능력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타석에서 볼넷 비중 10.36%를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9.78%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 레벨에서도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다. 볼 카운트 싸움을 해낼 수 있는 점은 KBO리그 투수들을 상당히 압박할 수 있다.

 

시즌 성적은 부진했지만 지난해 스트라이크 아웃 존 스윙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점도 주목해 볼 지점이다. 당시 아웃 존 스윙은 14.1%로, 이전 5시즌 동안 한 번도 20%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KBO리그에서 성적 향상이 기대된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전문 1루수였던 러프와 달리 반 슬라이크는 1루수와 우익수를 오가는 유틸리티 선수로 뛰었다. 거구의 체격 때문에 엉성한 수비력을 예상하게 되지만, 뜻밖에 다저스 시절에 반 슬라이크는 화려함은 부족해도 안정감 있는 수비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선보인 바 있다.

 

반 슬라이크는 KBO리그 기준에서 본다면 최소한 평균 수준의 우익수 수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1루수로 기용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좌익수와 1루 수비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1루수 스캇 반 슬라이크의 에러 장면 (출처.MLB PARK)

 

걱정되는 점은 부상 이력과 최근 성적이다. 손목 부상은 반 슬라이크의 펀치력을 확실하게 반감시켰다. 2015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장타율 0.400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올해 부상 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손목 수술 이후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으니 부상 여파에서 벗어났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 전망

최근 KBO리그에는 마이너리그 시절 이상의 성적을 내는 외국인 타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실패한 사례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앤디 번즈(롯데 자이언츠),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재비어 스크럭스(NC 다이노스)는 리그 내 ‘준수한 타자’에서 ‘특급 타자’로 위상이 격상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추신수의 백업으로 뛰던 제라드 호잉(한화 이글스)은 KBO리그를 초토화하고 있다. 러프 역시 마이너리그 시절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이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반 슬라이크의 ‘리그 폭격’도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잠실구장의 거대함이 억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많은 두산 타자들이 잠실구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하며 홈구장 효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사진|스캇 반 슬라이크의 타격 히트맵

 

다만 과거 기록을 맹신할 수는 없다. 반 슬라이크의 타격폼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때 자신의 상징과 같았던 하이 레그킥이 사라졌고 토탭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 타격 준비 자세가 간소화되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좋아진다. 전반적으로 구속이 빠르지 않은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라면 파워 소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이너리그 시절 장타율(0.477)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사진|익숙했던 스캇 반 슬라이크의 타격 자세(왼쪽)와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의 타격 자세(오른쪽)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 적응 여부도 주목할 대목이다. 볼넷 비중이 높고 스윙을 많이 내지 않는 스타일이라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확립하지 못할 경우 시행착오가 길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시작부터 전임자 수준으로 심각한 결과를 내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설령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더라도 2위권과 상당한 격차를 벌린 팀 사정상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밀 로저스(넥센 히어로즈)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KBO리그에도 점점 ‘현역 메이저리거’에 준하는 명성을 지닌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례가 그러했듯이 반 슬라이크도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반 슬라이크 영입이 두산의 리그 독주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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