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⑫] 한화 이글스 - 알렉시 오간도 (Alexi Og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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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

KBO리그에서 팀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외국인 투수의 성공 여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로 선발투수 만을 고집하는 구단은 많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나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든 불펜 투수를 영입하는 팀도 있었다.

 

하지만 2009년 KIA 타이거즈가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의 외국인 선발 듀오를 앞세워 우승을 따낸 뒤로 외국인 선수 구성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타 구단들도 KIA가 했던 것처럼 극적인 우승을 꿈꾸며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 트렌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9년째 이어진 한화 이글스의 부진은 외국인 선발투수 영입 실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는 투수를 주로 영입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 장점이 있는 팀이었다.

 

특히 한화는 최장수 외국인 타자 제이 데이비스(Jay Davis)를 비롯해 댄 로마이어(Dan Rohrmeier), 제이콥 크루즈(Jacob Cruz), 최근의 윌린 로사리오(Wilin Rosario)까지 외국인 거포를 영입하며 다이너마이트 타선 구성에 일조했었다.

 

하지만 투수 영입에 있어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0년 이후 한화 역시 트렌드에 발맞춰 외국인 투수 영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010년 이후로 한화 외국인 투수 중 규정이닝을 채우고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선발투수로 10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2015년 미치 탈보트(10승 11패 평균자책점 4.72)가 유일했다. 상당한 기복을 보인 탈보트가 10승을 달성하는 데에는 한화 타선의 도움과 늘어난 경기수가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많았다.

 

믿을만한 외국인 선발투수 영입에 실패한 한화는 팀 리빌딩과 맞물려 줄곧 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팀 사정상 확실하게 승리를 책임져야 할 외국인 선발마저 제 몫을 하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간 ‘외국인 선발투수 잔혹사’에 시달리던 한화에게도 ‘특급 선발’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투수가 있었다. 바로 2015시즌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에스밀 로저스(Esmil Rogers)가 그 주인공이다. 2015시즌 도중 영입된 로저스는 정확히 10경기에 출전해 말 그대로 클래스가 다른 피칭을 선보였다.

 

로저스는 네 번의 완투와 세 번의 완봉을 앞세워 10경기 75.2이닝이라는 경이로운 이닝 소화력을 보였다. 평균 구속 150km/h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하며 타고투저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에 한화는 로저스와 19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로저스와 함께라면 충분히 가을 무대를 꿈꿔볼 만했다.

 

하지만 한화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로저스의 팔꿈치가 문제였다. 팔꿈치 통증으로 5월 8일에야 모습을 드러낸 로저스는 2015시즌에 미치지 못하는 피칭을 보이다가 부상 재발로 결국 팀을 떠났다. 로저스가 끊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외국인 선발투수 잔혹사’는 결국 한해 더 연장되고 말았다.

 

그러나 2017년 한화는 그 지루한 잔혹사를 끊어낼 준비를 마쳤다. 한화는 180만 달러로 역대 1년 차 외국인 선수 최대 계약을 갱신하며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알렉시 오간도(Alexi Ogando)를 영입한 것이다.

 

종전 KBO리그 기록은 2016년 KIA의 헥터 노에시가 받은 170만 달러, 한화 팀 내 기록은 2016년 로사리오의 130만 달러였다. 계약 규모가 보여주듯 한화는 오간도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 이름 : 알렉시 오간도 (Alexi Ogando Acosta)

- 생년월일 : 1983년 10월 5일

- 국적 : 도미니카 공화국 (산 페드로 데 주 마코리스)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3cm

- 체중 : 90kg

- 프로 지명 : 2002 아마추어 국제 자유계약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ogando41/

- 트위터 : https://mobile.twitter.com/OgandoAlexi/

 

- 배경

오간도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강속구로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빨랐던 성공만큼 빠르게 쇠락해 갔다. 오간도의 최근 선수 생활은 부상과 불운으로 얼룩졌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오간도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은 것은 2002년이었다. 그러나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은 2010년으로 8년 뒤의 일이었다.

 

성장이 지체된 것은 아니었다. 2005년 초 위장 결혼을 통해 밀입국을 도왔다는 것이 적발되어 미국 입국이 5년간 정지된 탓이었다.

 

처음 외야수로 오간도와 계약을 맺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계약을 포기했고, 오간도는 2005년 말 룰5 드래프트를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게 된다. 이 기간 텍사스는 오간도를 투수로 전향시켰다. 미국에서 뛸 수 없던 오간도는 도미니카 리그에서 3년간 투수 수업을 받는다.

과거 텍사스 구단주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존 다니엘스 단장 등 프런트의 노력 덕에 오간도는 2009년 다시 비자를 발급받았다.

 

이듬해인 2010년 불펜으로 데뷔한 오간도는 두각을 나타내며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포함됐다. 오간도는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출장한 뒤 왼쪽 사근 부상으로 로스터에서 이탈했는데, 이때 오간도의 대체 선수로 들어간 것이 현재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더스틴 니퍼트였다.

 

시즌 후 높은 연봉으로 방출된 니퍼트와 6년이 지나 KBO리그에서 만났으니 기묘한 인연이라 할까. 마침 한화와 두산은 개막전에서 마주치기로 되어 있으니 오랜만의 재회 매치도 기대해 볼만하다.

 

2011년은 오간도의 전성기였다. 선발투수의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자리를 꿰찼고, 전반기 17경기에서 9승 3패 104.2이닝을 투구하며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시기 오간도가 기록한 평균자책점 2.92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나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같은 메이저리그 에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이기도 했다.

 

2011시즌 최종 성적은 13승 8패 169이닝 3.51의 평균자책점으로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기억하는 오간도의 전성기는 이때일 것이다.

 

표|알렉시 오간도의 메이저리그 통산 투구 기록

 

그러나 2012년부터는 불운이 계속됐다. 오간도는 5선발 역할을 잘 해냈지만, 팀 마무리의 선발 전향과 다르빗슈 유의 영입으로 불펜으로 밀려났다.

 

2013년에는 다시 선발투수가 부족해지면서 선발 보직으로 돌아갔지만 부상의 악령이 오간도를 찾았다. 이두건염과 어깨 신경 염증 탓에 오간도는 한해 세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 후로는 부상이 줄곧 오간도의 발목을 붙잡았다. 2014년에는 팀 중심 불펜 역할을 맡았지만, 팔꿈치 통증과 인대 손상으로 6월 3일 이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시즌 후 방출된 오간도는 2015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지만 예전만큼의 구위와 제구력을 선보이지 못했고 2016년에도 예년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8월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오간도의 다음 행선지는 모두의 예상을 깬 미지의 세계, KBO리그였다. 1983년 10월생, 만 33세의 나이로 전성기는 이미 벗어났지만, 오간도가 한국행을 결정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스카우팅 리포트

오간도는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을 정도로 강한 어깨를 갖고 있었다. PITCH f/x 시스템에서 기록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00마일(약 160.9km/h), 스탯캐스트가 측정한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4.6마일(약 152.2km/h)에 달한다. 한화에 일대 돌풍을 몰고 왔던 로저스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사진|알렉시 오간도의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오간도는 메이저리그 통산 283경기에서 503.1이닝을 소화하며 3.47의 우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뛰어난 투수다. 특히 오간도는 지난해에도 메이저리그에서 36경기 32이닝 동안 3.9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오간도의 주무기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다. 지난해 두 번째 무기인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은 83.8마일(약 134.8km/h)로 준수한 편이었다. 두 공의 빠르기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하다.

 

사진|알렉시 오간도의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알렉시 오간도의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알렉시 오간도의 체인지업 (출처.MLB PARK)

 

강한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위가 오간도의 강점이라면, 단조로운 투구 레퍼토리와 제구력, 그리고 다양한 부상 이력 등은 오간도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무래도 불펜 투수로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사용하는 구종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문제는 선발투수로 뛰었을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선발투수로 활약한 2011년과 2013년, 오간도의 구종에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비중은 더해서 85%에 달했다. 위력을 떠나서 단조로운 레퍼토리는 강점이 될 수 없다. 물론 2015년 로저스, 2016년 데이비드 허프(LG 트윈스)는 두 가지 구종 만으로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들은 극단적인 사례다.

 

표|알렉시 오간도의 투구 레퍼토리 비율과 평균 구속

 

다른 약점은 불안한 제구력이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했을 때 최근 3년간 오간도의 제구력은 크게 나빠졌다. 2013년까지 오간도가 허용한 BB/9(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는 2.8개였지만, 최근 3년 동안은 4.9개로 아주 많아졌다. 아무래도 2013년과 2014년 오간도를 괴롭힌 어깨 및 팔꿈치 부상의 영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2014년과 2016년은 등판 기록이 적은 탓에 왜곡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정상적으로 65.1이닝을 소화한 2015년에도 기록이 나빴던 것은 분명 좋은 신호는 아니다.

 

표|알렉시 오간도의 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 (출처.야구공작소)

 

마지막 약점은 화려한 부상 이력과 최근 등판 유형이다. 오간도는 2013년에 어깨 부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1년 뒤인 2014년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절반 이상을 결장했다. 2014년 출장 기록은 27경기 25이닝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제구력이 나빠진 점에도 부상의 영향이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오간도는 2013년 어깨 수술을 받기까지 했는데, 어깨 부위 수술을 받은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력 저하는 흔한 일이다.

 

또한, 오간도가 어깨 수술을 받은 2013년 이후부터 최근 3년간은 불펜 투수로만 나섰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선발 등판은 8번밖에 없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48번 등판한 것이 전부다. 그만큼 선발보다는 불펜 유형에 가까운 선수다.

 

표|알렉시 오간도의 불펜과 선발 등판 경기수 (출처.야구공작소)

 

로저스과 니퍼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으로 뛴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선발의 공백을 대비하는 ‘롱 릴리프’ 보직을 맡은 반면, 오간도는 1이닝만 던지는 전형적인 불펜 투수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선발 전환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 전망

최근 수년간 전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한화는 지난겨울 FA 시장에 발도 들이지 않았다. 대신 잔류가 불투명하던 로사리오와의 재계약을 성사시켰고 특급 외국인 투수 오간도 영입에 성공했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화는 오간도에게 1선발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오간도의 이름값은 최근 KBO리그를 방문한 그 어떤 선수보다도 뛰어나다. 전성기 오간도가 기록한 3.3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최근 10년간 KBO리그를 찾은 선수 중 호세 리마(前 KIA 타이거즈), 호르헤 칸투(前 두산 베어스) 정도를 제외하면 비견할 대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무조건 화려했던 전성기 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정도의 선수가 전성기만큼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KBO리그에 도전할리 만무하다. 그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오간도의 실력은 예전 명성에 못 미치며 내구성에도 의문 부호가 붙어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오간도를 두고 KBO리그를 처음 찾았을 때의 헥터나 로저스보다 확실하게 나은 카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6년 전 오간도와 인연이 엇갈린 니퍼트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다. 오간도는 그 이상의 활약을 해낼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다가오는 2017시즌, ‘특급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는 오간도가 부정적인 딱지를 떼어내고 한화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까.

 

관건은 이미 ‘황금알을 낳던 거위’인 로저스를 한 차례 잃은 한화 구단에 달려 있다. 최근 현장과 프런트간 불협화음으로 여러모로 어수선한 한화지만, 오간도가 부상 없이 기대만큼 성적을 올려준다면 포스트시즌 경쟁에 나설 동력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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