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⑭] NC 다이노스 - 제프 맨쉽 (Jeff Ma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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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던 바로 그 투수! 제프 맨쉽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화려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찰리 쉬렉, 애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로 이어지는 외국인 투수들은 하나같이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고,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친 끝에 미국 무대로 금의환향을 성사시키기까지 했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 대국(大國)으로 거듭난 NC의 유일한 흠은 좌완 투수 아담 윌크였다. 하지만 그 역시 실력 외적인 면이 문제가 되었을 뿐 기량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NC의 안목은 훌륭한 편이다.

 

그런 NC가 새로운 얼굴을 데려왔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하던 제프 맨쉽(Jeff Manship)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직전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투수인 맨쉽에게 많은 팬들의 이목(耳目)이 집중되고 있다.

 

 

- 이름 : 제프 맨쉽 (Xavier Ladel Scruggs)

- 생년월일 : 1985년 1월 16일

- 국적 :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8cm

- 체중 : 92kg

- 프로 지명 : 2006 드래프트 14라운드 426순위 미네소타 트윈스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annyship/

 

- 배경

맨쉽은 고등학교 시절 뛰어난 성적을 거둔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그 명성에 힘입어 미국 청소년 대표팀의 주축 투수로 활약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 탓에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들에게는 건강에 대한 약간의 의문 부호가 붙었다.

 

이런 우려는 머지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맨쉽은 네덜란드령 퀴라소와의 청소년 대표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130개의 공을 던지며 15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역투를 펼친 뒤,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한동안 마운드를 떠나게 되었다.

 

대학에 진학한 첫 해에도 맨쉽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2학년이 되고 나서야 대학 무대에 데뷔해 제프 사마자(現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다.

 

그 해 9승 2패 평균자책점 3.25와 9이닝당 10.63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맨쉽은 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 426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미네소타에 지명된 것은 맨쉽에게 행운이었다. 미네소타 고유의 투수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네소타는 팀에서 12년 동안 활약을 펼친 브래드 래드키(메이저리그 통산 148승)를 벤치마킹한 투수 육성 정책을 펴고 있었다.

 

래드키는 89마일(약 143.2km/h) 전·후의 느린 패스트볼을 보유하고도 훌륭한 제구력과 투구에 대한 뛰어난 감각,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시즌 20승을 달성하기도 했던 능구렁이 같은 투수였다.

 

팀을 제대로 찾아간 맨쉽은 마이너리그에서 승승장구했다. 싱글A에서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친 맨쉽은 프로 입문으로부터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더블 A에 입성한다. 팀 내 유망주 순위도 10위 안에 진입했다(2008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미네소타 유망주 9위). 2009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선을 보이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미네소타가 추구했던 ‘브래드 래드키’ 타입의 투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모델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던 미네소타의 투수 유망주들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올 때마다 뚜렷한 한계를 노출했다.

 

스캇 베이커, 닉 블랙번, 글렌 퍼킨스, 앤서니 슈워잭(前 두산 베어스), 필립 험버(前 KIA 타이거즈), 브라이언 듀엔싱, 케빈 슬로위 가운데 어느 누구도 만족스러운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미네소타의 마이너리그 선수들 중에서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투수 유망주들은 구위를 앞세운 투수였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글렌 퍼킨스뿐이었다.

 

표|제프 맨쉽의 프로 통산 투구 성적

 

이후 맨쉽은 저니맨의 길을 걸었다. 콜로라도 로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을 거쳤지만 만약을 위해 트리플A에 비축해 두는 용도의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반전을 이룩한 것은 2015년이었다. 맨쉽은 클리블랜드 산하 트리플A에서 본격적으로 불펜 투수로 변신한 뒤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승격에 성공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더욱 극적이었다. 32경기에 등판해 단 4점 만을 내주며 시즌 평균자책점 0.92를 기록했다. 1988년 이래 메이저리그에서 3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 중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단 18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2016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직전 시즌만큼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시즌 내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 내 4~5번째의 불펜 투수 역할을 담당했다. 6개의 홀드를 거두었으며 월드시리즈 로스터에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연봉조정 자격을 얻은 맨쉽에게 팀은 더 많은 연봉을 주기보다 보유권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맨쉽은 FA(자유계약선수)가 되었고, 결국 지난 1월 NC와의 계약을 발표하며 한국으로 향했다.

 

- 스카우팅 리포트

맨쉽은 신장 188cm 체중 92kg의 체격을 가진 우완 투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작은 체구 탓에 저평가를 받았었지만, 다행히 대학에 진학한 뒤로 신장이 조금 더 자랐다.

 

맨쉽의 구위는 보직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선발투수 시절에는 구속이 89마일(약 143.2km/h) 가량이었지만 불펜 투수로 전향한 이후에는 92마일(약 148km/h)에 가깝게 나왔다.

 

이 패스트볼의 대부분은 싱킹 패스트볼이다.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방망이에 맞춰서 땅볼을 유도하는 데 쓰인다.

 

실제로 맨쉽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던 최근 2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성적을 살펴보면 평균보다 적은 7.5개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의 50%를 상회하는 우수한 땅볼 비율(GB%)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프 맨쉽의 93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제프 맨쉽의 94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제프 맨쉽의 95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구종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맨쉽의 주무기는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뚝 떨어지는 전통적인 형태의 커브였다. 반면 지난해 맨쉽이 메이저리그에서 패스트볼(53%)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구종은 슬라이더(47%)였다.

 

이는 맨쉽이 커브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재 맨쉽의 슬라이더는 83마일(약 133.5km/h)의 평균 구속을 기록하지만, 그 형태는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이 구종은 메이저리그 기록 사이트에 따라 슬라이더 대신 커브로 표기되기도 한다.

 

표|제프 맨쉽의 최근 2년간 투구 레퍼토리 (출처.야구공작소)

 

맨쉽의 슬라이더 위력은 준수했다. 2016시즌의 기록을 살펴보면 타자들을 상대로 피안타율 0.191와 0.303의 피장타율을 허용했을 뿐이다. 좌타자와 우타자를 가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구종이었다는 의미다.

 

사진|제프 맨쉽의 86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제프 맨쉽의 86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제프 맨쉽의 85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그 밖의 구종으로는 체인지업이 있다. 선발투수로 등판하던 시절에는 상당한 숫자를 구사했지만 불펜에서 활약한 최근에는 구사도가 ‘제로’에 가까워졌다.

 

마이너리그 시절의 맨쉽은 ‘제구력’의 두 분야인 컨트롤[각주:1]과 커맨드[각주:2] 모두에 있어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볼넷 허용 빈도는 오히려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9이닝당 볼넷이 4.57개까지 껑충 뛰기도 했다.

 

이는 싱킹 패스트볼이 잦은 피홈런으로 이어면서 코너 워크에 더욱 신경을 쓴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맨쉽의 존 프로필을 확인해 보면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의 ⅓ 구역에 절반 이상의 공이 들어가고 있는 만큼 제구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사진|제프 맨쉽의 지난 2년간 투구 위치.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낮게 던지는 제구력이 인상적이다 (출처.야구공작소)

 

이러한 투구 스타일은 결과적으로 피홈런과 볼넷 비율 등의 세부 지표가 악화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때문에 FIP[각주:3]는 늘 실제 평균자책점에 비해서 좋지 않았다.

 

가진 공의 구위에 비해서 ‘똑똑한’ 투구를 펼쳐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유형의 투수들은 표본이 늘어날수록 평균자책점이 FIP에 가깝게 수렴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필라델피아의 선발투수 제레미 헬릭슨(Jeremy Hellickson)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년 동안 외형적으로는 우수한 성적을 남겼던 맨쉽이 논텐더 FA로 방출된 결정적인 요인은 여기에 있었다. 팀에서는 맨쉽의 평균자책점이 오래 지나지 않아 저조한 세부 지표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한편, 맨쉽은 꾸준히 건강을 유지해 온 선수는 아니다. 아마추어 시절인 2004년에 이미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2011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후로도 자잘한 이유로 몇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14년에는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손목의 염증 증상으로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다.

 

- 전망

맨쉽은 직전 두 해의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본다면 그야말로 ‘역대급’ 외국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메이저리그의 불펜 투수로 활약하면서 2점대 초반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2점대 초반’이라는 수치가 주는 탁월함은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성적에 불과하다. 맨쉽이 같은 기간 동안 기록한 세부적인 지표들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82이닝을 던지면서 32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6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데 그쳤다.

 

FIP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두 시즌 동안의 맨쉽은 패전 처리의 역할을 수행하는 로스터 최하위의 구원 투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른 구단들의 평가도 이를 입증해 준다. 이번 오프시즌 100만 달러 정도의 연봉조정을 거절당하고 논텐더 FA로 시장에 나온 맨쉽에게 그에 준하는 규모의 계약을 제안해 준 메이저리그 구단은 단 한 구단도 없었다.

 

맨쉽에게 반등의 계기가 되어준 두 가지 요인이 국내 무대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아쉽다. 맨쉽이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의 요인 때문이었다.

 

하나는 불펜 투수로의 보직 변화였다. 맨쉽은 불펜 투수로 전향하면서 일반적인 투수들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구속이 상승했다. 또 하나는 클리블랜드 시절, 투구판의 밟는 위치를 3루 쪽으로 조정하면서 팔꿈치 각도를 살짝 낮추었던 약간의 투구폼 교정이었다. 이러한 변칙적인 투구폼의 변화가 다른 리그에서도 동일하게 위력을 발휘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만 확인할 수 있다.

 

사진|85-87마일에 형성되는 제프 맨쉽의 슬라이더 (출처.MLB PARK)

 

결국 맨쉽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패스트볼의 구속이다. 선발로 다시 전환하면서 발생하게 될 구속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맨쉽은 KBO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구위와 뛰어난 투구 감각을 지닌 최고 수준의 투수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전의 모습처럼 89마일(약 143.2km/h) 전·후로 구속이 감소한다면 의외로 고전을 겪게 될지 모른다. 국내의 타자들은 구위를 앞세우는 투수보다 맞춰 잡는 형태의 투수들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 무대를 밟았던 ‘미네소타형’ 투수들인 앤드류 앨버스(前 한화 이글스)와 요한 피노(前 KT 위즈) 등의 활약은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맨쉽이 뿌리는 패스트볼의 구위를 보다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이유다.

 

하지만 비관적 전망만 하기는 이르다. 맨쉽을 데려간 팀이 그동안 ‘소프트 스터프(Soft Stuff)’ 투수들의 성공을 이끌었던 NC이기 때문이다.

 

에릭 해커, 찰리 쉬렉은 마이너리그에서 평범한 스터프와 평범한 탈삼진 능력을 가진 투수였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 그리고 NC 데이터 팀의 분석력은 맨쉽의 프로필을 그대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출처 : 야구공작소 - 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 (https://yagongso.com/?p=1617)

  1.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2.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3. 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 탈삼진, 사사구, 피홈런으로 계산한 평균자책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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