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⑤] 넥센 히어로즈 - 션 오설리반 (Sean O'Sulli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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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110만 달러의 사나이, 션 오설리반

모기업이 없는 넥센 히어로즈는 운영비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효율성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구단 특성상 거액을 투자한 외부 영입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인 넥센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창단 후 처음으로 100만 달러가 넘는 외국인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역대 최고인 총액 110만 달러에 션 오설리반(Sean O'Sullivan)을 영입한 것이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 19명 중 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넥센이 오설리반에게 기대하는 것은 리그 정상급 활약이다.

 

넥센은 이미 앤디 밴 헤켄이라는 믿음직한 에이스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39세인 밴 헤켄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닝 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넥센의 희망 사항은 오설리반이 1선발로 200이닝 전·후를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그림이다.

 

프로 12년 차 가 되는 오설리반은 통산 289경기에 등판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발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활약에 그쳤다. 한국 무대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오설리반은 과연 넥센의 투자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이름 : 션 오설리반 (Sean Daniel O'Sullivan)

- 생년월일 : 1987년 9월 1일

- 국적 :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6cm

- 체중 : 111kg

- 프로 지명 : 2005 드래프트 3라운드 103순위 LA 에인절스

 

- 배경

12세 무렵의 오설리반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의해 ‘전미 최고의 12세 유망주(Best 12-Year-Old)’로 선정되었던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오설리반은 데뷔 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던 유망주였다. 특히 만 17세 시즌이었던 2004년에는 11승 1패를 기록하면서 캘리포니아 동부 카운티에서 올해의 투수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나선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생각만큼 높은 순위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최고 95마일(약 152.8km/h)을 넘나들던 구속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90마일(약 144.8km/h)로 떨어지며 지명순위가 뒤로 밀린 것이다.

 

결국 3라운드 전체 103순위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오설리반은 남은 시즌을 그로스몬트 대학교(Grossmont College)에서 보낸 뒤 2006년에야 프로에 데뷔했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루키 리그와 싱글A는 오설리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오설리반은 프로 첫 시즌 루키 리그에서 14경기 71.1이닝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이듬해 싱글A에서도 25경기 158.1이닝을 소화하면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2.22로 2년 연속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하이 싱글A로 승격한 2008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이 4.73으로 상승했지만 16승을 거두며 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확연한 수준 차이를 과시하면서 마이너리그 하위 단계를 빠르게 돌파한 오설리반이지만 이후 마주하게 된 보다 높은 수준의 리그들을 상대로는 고전을 거듭하게 된다.

 

2009시즌 더블A(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30)를 거쳐 트리플A(14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5.48)로 승격했지만 세부 내용은 좋지 않았다. 높은 리그로 승격될수록 평균자책점이 함께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이하의 성장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에인절스는 프로 입문 4년 만인 2009년에 오설리반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켰다. 겨우 만 21세 때의 일이었다.

 

표|션 오설리반의 최근 7년간 투구 기록

 

6월 16일, 메이저리그 데뷔의 행운을 잡은 오설리반은 7이닝 1실점 5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된다. 이후 7월까지 선발 등판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내 한계를 보이며 선발진에서 탈락했고 12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5.92의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나치게 빠른 승격이 독이 된 것이었을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오설리반은 더 이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9년부터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총 34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2009시즌 평균자책점 5.92, 2010시즌 평균자책점 5.49, 2011시즌 평균자책점 7.25에 달했다.

 

팀에서의 입지도 불안정했다. 2010년 7월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소속을 옮겼고, 2012년에는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한 끝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현금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이후 오설리반은 2013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014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 2016시즌에는 보스턴 레드삭스로 연달아 이적하며 여러 팀을 떠돌았다.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한 대부분의 유망주들과 마찬가지로 오설리반의 이후 커리어는 여러 팀의 트리플A 로스터를 전전하는 ‘저니맨’ 생활로 점철되었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오설리반을 찾는 경우는 가끔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을 때 정도였다.

 

한동안 마이너리그를 유랑하던 오설리반은 결국 2016시즌 소속팀이던 보스턴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 넥센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며 마침내 메이저리그를 떠나게 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오설리반의 장점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안정적인 제구력이다. 구위가 그리 뛰어난 투수가 아님에도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제구력 덕분이었다. 오설리반은 과거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선정한 팀 내 최고의 제구력을 보유한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오설리반은 자신의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BB/9(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가 3.2개로 평범했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BB/9 1.4개로 매우 뛰어났다. 트리플A로 좁혀도 2.7개의 BB/9를 기록했을 만큼 커리어 내내 안정적인 제구력을 선보였다.

 

두 번째 강점은 다양한 구종들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포심 패스트볼 비중이 33.0%로 다른 투수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싱커(24.8%), 슬라이더(22.1%), 체인지업(14.0%), 커브(5.0%)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한다.

 

아마추어 시절의 빠른 공을 잃어버린 오설리반이 평균 이하의 구속으로도 마이너리그 하위 단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적인 제구력과 더불어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하는 효과적인 볼 배합이 있었다. 이 중 슬라이더(통산 구종 가치 2.4)와 체인지업(통산 구종 가치 10.2)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통했던 구종이다.

 

사진|션 오설리반의 메이저리그 통산 타구 허용시 발사 각도

 

세 번째로는 마이너리그에서 쌓은 수많은 선발 등판 경험을 꼽을 수 있다. 오설리반은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만 통산 258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이는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의 경력이다.

 

올 시즌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 투수들 중에도 오설리반보다 많은 마이너리그 선발 등판 경력을 지닌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스캇 다이아몬드(SK 와이번스) 역시 선발로 등판했던 경기는 120경기가 고작이다. 즉, 경기 운영 능력과 선발로서의 경륜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션 오설리반의 타구 맨손 캐치 (출처.MLB PARK)

 

KBO리그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강점으로 분류될 만한 부분도 있다. 메이저리그의 기준에서 보면 지난해 평균 구속 91마일(약 146.5km/h), 최고 구속 93마일(약 149.6km/h) 안팎에서 형성되는 오설리반의 패스트볼은 결코 뛰어난 편이 아니다. 그러나 KBO리그의 시선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략 89-91마일(약 143.2-146.5km/h)대에서 형성되는 오설리반의 패스트볼은 커리어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시즌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이보다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했던 투수는 단 6명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마주할 한국 무대에서 오설리반의 패스트볼은 지난해 평균 구속만 유지해도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2016시즌 100이닝 이상 소화 투수 패스트볼 평균 구속 3위 : 더스틴 니퍼트 147.1km/h).

 

물론 단점도 없지 않다. 우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위력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오설리반이 구사했던 대부분의 구종들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위력을 발휘했다.

 

구종 가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은 슬라이더뿐이었다. 즉,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는 점이 KBO리그에서도 단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션 오설리반의 메이저리그 통산 허용 타구 히트맵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오설리반의 메이저리그 통산 K/9(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4.4개에 불과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도 6.4개로 그리 높지 않았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수준이다(더스틴 니퍼트 8.7개, 헥터 노에시 8.3개, 마이클 보우덴 8.1개, 조쉬 린드블럼 7.8개, 에스밀 로저스 7.1개, 데이비드 허프 7.1).

 

이 저조한 탈삼진율에는 타고투저 성향의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것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고타저 성향의 인터내셔널 리그(IL)에서 활약했던 2015년에도 오설리반의 9이닝당 탈삼진은 6.6개로 통산 기록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오설리반이 지금까지 보여준 부족한 탈삼진 능력은 선수 본연의 특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오설리반은 스트라이크 존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유형의 투수로, 볼넷과 삼진, 홈런이 모두 적은 대신 다량의 인플레이 타구를 발생시키는 편이다. 문제는 KBO리그가 이러한 유형의 투수들에게 그리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KBO리그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0.331에 달했다. 오설리반의 KBO리그 적응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거둔 성적도 아쉬움을 남긴다. 오설리반은 지난해 IL 소속으로 105.1이닝을 투구하면서 4.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는 투고타저였던 리그 성향을 감안하면 그리 좋지 못한 수준의 기록이다.

 

9이닝당 탈삼진과 볼넷 허용은 각각 7.3개와 2.3개로 통산 기록보다 준수했지만, 피안타율이 0.280으로 높았던 탓에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1.32에 이르렀다. KBO리그에서의 성패 역시,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국 얼마나 약한 컨택을 유도해 내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전망

오설리반은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여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며 약한 타구를 유도해 내는 ‘피네스 피처(Finesse Pitcher)’ 타입의 선수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은 훌륭하나, 구위 자체가 압도적인 편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8시즌을 버틴 오설리반이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시즌은 거의 없었다. 오설리반의 구위로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션 오설리반의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 모습 (출처.MLB.COM)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대목이지만, 그간 보여준 오설리반의 패스트볼 구속이 KBO리그에서는 상위권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다.

 

관건은 바뀐 리그에 잘 적응하며 자신의 강점인 제구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시절 볼넷 허용이 적던 투수들이 KBO리그 특유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제 풀에 무너지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10년 동안 부상 없이 매년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의 내구성과 풍부한 선발 경험 역시 엄청난 강점이다. 2015-16시즌 왼쪽 무릎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계약 전 메디컬 테스트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와 안정적인 제구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변수는 역시 넥센의 홈구장인 고척돔과의 궁합일 것이다. 지난 2016시즌, 고척돔은 안타와 2루타, 3루타 모두에서 평균 이상의 높은 파크 팩터를 기록했다.

 

탈삼진보다는 인플레이를 통해 타자를 잡아내는 오설리반의 투구 스타일을 생각하면 둘 사이의 궁합은 다소 불안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약간은 불리한 성향의 홈구장에 순탄하게 적응할 수 있을지의 여부 역시 오설리반의 성패를 판가름해 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션 오설리반의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모습 (출처.MLB.COM)

 

오설리반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근래 넥센을 거쳐간 라이언 피어밴드와 스캇 맥그레거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특출하지 않은 구위 대신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을 앞세워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의 투수들이었다.

 

비슷한 유형이면서도 이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춘 투수가 바로 오설리반이다. 그보다 앞서 넥센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브랜든 나이트나 벤 헤켄처럼 확실한 결정구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아도,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균형 잡힌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라 부를 만큼의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안정성에 있어서는 많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비슷한 유형의 저렴한 외국인 투수들을 연달아 영입하면서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넥센이 110만 달러를 투자할 만큼 오설리반에 거는 구단의 기대는 상당하다.

 

오설리반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 데이비드 허프(LG 트윈스),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친다면 오설리반-벤 헤켄-신재영-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질 넥센 선발진은 명실상부 최강인 두산에 필적할 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과연 넥센의 외국인 투수 영입이 이번에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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