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투수도 탈락한 삼성 라이온즈의 치열한 5선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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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시즌, 정규리그 8위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4년 총액 58억 원을 투자해 통산 169세이브와 최근 3년 연속 30세이브에 빛나는 KBO리그 정상급 마무리 김재윤을 영입했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2승 2패 1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51로 부활한 베테랑 투수 임창민을 2년 총액 8억 원에 데려왔다. 기존의 오승환까지 세 투수가 지난 시즌에 기록한 세이브만 무려 88개에 달한다.

 

이처럼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보강에 치중했지만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필라델피아 필리스)과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선발진은 오히려 불안요소가 많아졌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와 데니 레예스는 아직 KBO리그에서 검증을 받지 못했고 베테랑 좌완 투수 백정현은 2023년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백정현은 다행히 건강하게 재활을 마치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올해도 원태인과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선발진 곳곳에 물음표가 많은 삼성의 박진만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는 그래도 여러 후보들이 경쟁하고 있는 5선발 후보군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5선발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삼성 마운드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준다면 삼성의 선발 로테이션은 우려한 것보다 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과연 올 시즌 코너-레예스-원태인-백정현에 이어 삼성의 5번째 선발 자리를 차지할 선수는 누구일까.

 

[이승현] 선발투수로 변신하는 좌완 필승조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승현 (출처.삼성 라이온즈)

 

삼성에는 두 명의 이승현이 있다. 지난 2016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 차우찬의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1991년생 우완 투수 이승현과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2002년생 좌완 투수 이승현이다.

 

우완 이승현과 좌완 이승현은 나이도 다르고 공을 던지는 팔도 다르지만 이름도 같고 지난 2023시즌까지 두 투수 모두 삼성의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여전히 많은 야구 팬들이 두 선수의 구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삼성의 5선발 경쟁에 뛰어든 선수는 2002년생 좌완 투수 이승현이다. 2021년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통산 147경기에 등판한 이승현은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없다.

 

권혁(김천대학교 투수코치) 이후 확실한 전문 좌완 불펜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삼성은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는 1차 지명 출신 유망주 이승현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불펜에서는 기대만큼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130km/h 중반의 평범한 공부터 150km/h를 넘나드는 빠른 공까지 던지며 구속 기복이 다소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승현은 2023시즌이 끝난 후 선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았고 비활동 기간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이승현은 스프링캠프에서 정민태 투수코치로부터 선발투수가 되기 위한 집중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승현의 노력은 일본 구단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월 1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2자책점을 기록한 이승현은 23일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4이닝 3자책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선보였다.

 

비록 눈부신 호투를 선보인 경기는 없었지만 기복이 심했던 구속도 140km/h 초·중반을 꾸준히 유지했고 제구가 크게 흔들린 경우도 없었다. 앞으로도 이승현이 안정된 투구 내용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시즌 개막 후에도 선발투수로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호성] 프로 2년 차 맞는 중고 신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호성 (출처.삼성 라이온즈)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전면 드래프트로 실시된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삼성은 인천고의 우완 투수 이호성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계약금 2억 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이호성은 계약금 2억 8,000만 원을 받은 최충연이나 3억 5,000만 원의 원태인에 비하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호성은 루키 시즌부터 자신의 남다른 떡잎을 보여줬다.

 

시범경기에서 6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좋은 구위를 선보인 이호성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호성은 3경기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2023시즌 막판 1군에 복귀한 이호성은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5이닝을 투구했고 10월 6일 KT 위즈전에서는 5이닝 1실점 호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2023시즌을 통해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이호성은 올해 삼성의 5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신보다 프로 경력이 많은 선배들과 자웅을 겨뤄야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육선엽이라는 좋은 신인 투수가 입단한 만큼 이호성이 1군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5선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호성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지는 이유다.

 

삼성은 매년 연고 학교 출신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나다는 투수를 데려 왔지만 최근 10년 동안 삼성의 확실한 주축으로 성장한 투수는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원태인 정도밖에 없다.

 

따라서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출신 이호성 역시 삼성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으며 적지 않은 부담 속에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호성이 지금의 부담을 이겨낸다면 올 시즌 삼성의 선발투수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최채흥] 연습경기 부진으로 2군 이동

사진|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출처.삼성 라이온즈)

 

사실 3년 전이었다면 삼성이 5선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2018년 프로 입단 후 3년 차 시즌이었던 2020년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으로 팀 내 토종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했던 최채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유망주를 넘어 삼성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는 듯했던 최채흥은 백정현과 원태인이 동반 14승을 기록했던 2021년 5승 9패 2홀드 평균자책점 4.56으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최채흥은 상무 입대 후 첫 해 10경기에서 55.1이닝을 던지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79의 성적으로 ‘1군 10승 투수’의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2023년 6월 상무에서 전역해 팀에 복귀한 최채흥의 구위는 입대 전과 달랐다.

 

삼성 팬들은 최채흥이 전역하자마자 선발투수로 활약해 주리라 기대했지만 최채흥의 2023시즌 성적은 1승 7패 평균자책점 6.68에 불과했다. 그나마 유일한 승리는 7연패 후 9월 28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마지막 등판(6이닝 1실점)에 따낸 승리였다.

 

사실 최채흥은 전역 직전 골반부상이 있어 한 달 정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전역 후 곧바로 1군에서 공을 던지며 부진을 자초한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시즌 종료 후 착실히 몸을 만들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면 2024년에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2023년 최채흥과 5선발 경쟁을 벌였던 양창섭, 허윤동, 황동재 등이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도 최채흥의 5선발 재도전에 대한 희망을 밝게 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채흥은 2월 12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 4피안타 4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선보였고 17일 역시 니혼햄을 상대로 2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흔들리며 2군 선수단으로 이동했다.

 

첫 번째 기회를 놓친 최채흥으로서는 2군에서 확실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면 선발은커녕 1군 마운드에서 기회를 얻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4년 전 10승 투수’는 이제 더 이상 박진만 감독과 삼성 팬들을 흔들 만한 타이틀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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