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선발인가” 물음에, ‘독기’ 품은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실력’으로 증명한 2선발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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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우완 투수 나균안이 정규리그 첫 등판에서 완벽투로 팀의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이끌며 자신을 개막 시리즈 2선발로 낙점한 코칭스태프의 선택을 신의 한 수로 만들었다.

 

롯데 투수 나균안이 “왜 나균안이 2선발이냐”라는 의문에 실력으로 응답했다.

 

지난 2022시즌 3승(8패)에 불과한 나균안에 대한 의문과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한 날이었다. 나균안은 6.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5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4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개막 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나균안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4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전날 연장 11회 승부를 벌이며 10-12 끝내기 역전패의 아쉬움을 씻고 시즌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선발 나균안이었다. 두산 타선을 상대로 6.2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두산 타선을 압도하며 팀에 시즌 첫 승을 선물했다.

 

대부분 선발투수가 한계 투구수를 100%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는 개막 첫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나균안은 투구수 100개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켜냈다.

 

스트라이크(65개)와 볼(35개)의 비율이 이상적이었고, 최고 148km/h를 기록한 패스트볼을 비롯해 주무기인 스플리터, 커브,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어놨다.

 

전체 투구수 100개 중 절반 가까운 47개의 공을 패스트볼로 던지면서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날 다른 구장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많은 ‘국대 투수’들이 등판했으나 제구력과 구위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불펜과 선발을 오갔던 나균안이 가장 돋보였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승리 직후 “나균안이 자신의 프로 커리어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면서 오늘 경기 팀의 영웅이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균안의 개막 시리즈 등판은 다소 외의로 보이기도 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WBC 참가로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찰리 반즈라는 대안도 있었다. 롯데의 개막 2연전 선발 로테이션은 댄 스트레일리-반즈의 출격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배영수 롯데 투수코치는 나균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배영수 코치를 향해 나균안을 개막 2선발로 낙점한 선택에 의문점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배영수 코치는 뚝심을 발휘했다. 외려 나균안에게 스스로 2선발 자격을 증명해 보라는 동기부여를 심어줬다.

 

나균안은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배영수 코치님이 2선발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코치님 또한 ‘나균안이 왜 2선발이냐’는 얘기를 많이 들으신 듯했다. 내게 ‘입증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오기가 생겼다. 내 스스로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등판했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던진 부분도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진|7회 말 마운드를 내려오며 포수 유강남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나균안 (출처.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은 이날 지난해보다 힘 있는 공을 던졌다. 특유의 강점인 제구력은 더욱 세밀했다.

 

지난해까지 LG 트윈스에서 뛰다가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포수 유강남은 나균안의 공을 받은 뒤 “패스트볼부터 여러 변화구까지 모든 구종이 제구가 좋았다. 리드하는 곳으로 거의 정확히 던졌다”“다른 팀에서 만났을 때 이미지보다 훨씬 더 제구가 날카로웠다”고 전했다.

 

경기 후 나균안은 “유강남 형이 리드를 너무 잘해줬다. 내가 원하는 코스, 구종을 잘 이해해줬다”라며 “올 시즌 첫 등판이었고, 개막 시리즈에 들어간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긴장을 많이 안 하려고 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긴장이 되더라. 그런데 긴장이 됐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첫 등판부터 투구수 100개를 소화한 나균안은 시즌 준비 과정에 대해 다시 확신하는 듯도 보였다. “체력적인 부분이 확실히 좋아졌다. 겨울 훈련부터 스프링 캠프까지 체력 훈련에 많이 신경을 썼는데, 그 결과로 스태미나도 좋아지고 볼에도 힘이 붙은 것 같다. 투구수, 이닝 빌드업을 착실히 잘해왔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나균안은 7회 말 2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신인 이태연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잠실구장 3루를 가득 메운 롯데 팬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나균안은 “전준우 선배님께서 내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팬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셔서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롯데 팬들은 잠실뿐만 아니라 모든 구장에 많이 오시지만 잠실구장에서는 항상 소름 돋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롯데 팬들의 환호성은 언제 들어도 소름이 돋고 머리가 삐쭉 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2020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이제 투수 4년 차를 맞이한 나균안은 1군으로만 한정 지으면 투수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제 시즌의 출발점. 시즌 첫 스타트를 잘 끊은 나균안은 거창한 시즌 목표를 얘기하지 않았다. “내 자리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게 시즌 목표라면 목표다. 몇 이닝을 던지겠다는 것보다는 풀타임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어쩌면 올 시즌 투수력을 기반으로 도약하려는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나균안이 선발 자리를 훌륭히 지켜낸다면 스트레일리와 반즈 등 외국인 투수 2명과 박세웅, 한현희가 버티는 국내 선발투수까지 5인이 이루는 로테이션이 굉장히 원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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