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할 포수의 변신…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이 ‘에이스’가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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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어떤 이는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깝다”고 했다. 지난 2020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5) 이야기다.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롯데의 선택은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4월 10일 현재 나균안에 대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올 시즌 무결점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에 구단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우뚝 선 우완 투수 나균안 (출처.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KT 위즈와 홈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나균안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막아내면서 롯데의 승리를 이끌었다.

 

거인을 구한 나균안이다. 롯데의 2승을 모두 책임졌다.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개막 시리즈에서도, 3연패 늪에 빠졌을 때에도 어김없이 승리를 노래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좋다.

 

앞서 나균안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도 선발투수로 등판해 6.2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이 2-0 승리를 거두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롯데 마운드를 지켰다.

 

최고 구속 146km/h의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포크볼을 앞세워 KT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올 시즌 2경기 성적은 13.2이닝 무실점이다. 여전히 시즌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균안이 또 해냈다”며 극찬했다.

 

 

- 그간의 우여곡절, 나균안은 더 단단해졌다

프로 입단 7년 차.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나균안은 마산 용마고 시절 강한 어깨와 장타력을 가진 고교 최고의 포수 유망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그 덕분에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이름은 나종덕이었다.

 

프로 데뷔 후에도 많은 기회를 얻었다. 2017시즌을 마치고 마침 주전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롯데의 안방마님을 맡아 자주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8시즌 106경기, 2019시즌 104경기에 출전했지만 안방의 주인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잦은 수비 실수를 저질러 질타를 받았고 타격에서도 방망이가 터지지 않으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고 수비 또한 불안했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 멘탈도 흔들렸다. 2017~2019시즌 총 215경기에 나선 나균안은 통산 타율 0.123 5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1군 무대에서 포수로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악재. 전환점이 됐다. 2020년 스프링캠프 평가전 도중 왼쪽 팔목 유구골 골절 부상을 당했다. 예상되는 재활 기간만 3개월이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나균안에게 투수 테스트를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완전히 전향한다기보다는, 두 가지 길을 모두 준비하는 차원이었다.

 

결국 나균안은 2020년 포수 마스크를 내려놓고, 투수로 전향을 선택하며 새 길을 찾았다. 나종덕이었던 이름을 2020년 6월 ‘노력한 만큼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된다’라는 뜻을 가진 나균안(羅畇雁[각주:1])으로 바꾸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 2020년 4월 22일 NC 다이노스와의 퓨처스 리그 경기에서 처음 마운드를 밟았고, 15경기에 65.2이닝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3.29의 성적을 냈다.

 

이후 투수 변신에 주력한 나균안은 2021시즌부터 1군 무대에 나섰다. 2021년 5월 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마침내 타자가 아닌 투수로 ‘1군 재데뷔’ 신고식을 치른 나균안은 투수 데뷔 첫 시즌 23경기에 나서 46.1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로 첫 시즌을 마쳤다.

 

나균안은 지난 2022시즌에도 39경기 117.2이닝 동안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해 팀 투수진에서 한 축을 차지했다. 1년 사이 연봉도 5,800만 원에서 1억 900만 원으로 87.9% 수직 상승했다.

 

사진|선발 등판 데뷔전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이는 나균안 (출처.MLB PARK)
사진|선발 등판 데뷔전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이는 나균안 (출처.MLB PARK)

 

투수로 변신한 나균안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패스트볼 스피드는 계속 올라갔고, 변화구의 각도는 더욱 예리해졌다. 퀵모션이나 주자 견제와 같은 기본적인 능력도 향상됐다. 그 사이 롯데 마운드에서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선발과 구원을 오갔지만, 올해부터는 붙박이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나균안이 1선발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나균안은 “부담보다는,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 한다. 앞으로도 자신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기대 속에서, 롯데의 중심으로

지난 2일. 개막 2차전을 앞두고 롯데는 나균안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외국인 투수도 아니고 토종 에이스 박세웅도 아닌, 선발 풀타임조차 뛰어본 적 없는 자원을 2선발로 낙점한 것.

 

파격적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물음표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오기가 생겼다. 배영수 롯데 투수코치는 나균안에게 “실력으로 증명해 보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나균안은 “투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확실하게 보여준 것도 많지 않다 보니 주변에서 2선발을 잘 안 믿더라”라며 웃었다.

 

비결이 있을까. 기술적인 부분은 그대로다. 대신, 체력적인 부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비시즌 열심히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나균안은 “비시즌 훈련량 자체가 많았다”고 운을 뗀 뒤 “힘이 붙으니깐 패스트볼은 물론 변화구도 예리해지더라”고 설명했다.

 

자신감도 큰 무기다. 첫 단추를 잘 꿰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나균안은 “매 경기 좋을 수만은 없지만 흐름이 괜찮은 듯하다. 아직 10경기도 안 했다. 기록적인 건 욕심도,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난 시즌에도 발전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 (출처.MLB PARK)
사진|지난 시즌에도 발전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 (출처.MLB PARK)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통 큰 투자를 꾀했다.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상한선인 3명을 꽉 채워 영입했다. 2017년(정규리그 3위) 이후 끊긴 가을향기를 다시 맡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그러나 시작부터 살짝 꼬였다. 선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방출됐다. 설상가상 1선발 댄 스트레일리가 2경기 평균자책점 5.73으로 부진한 가운데 박세웅 역시 첫 경기서 5이닝(4.2이닝 3실점)을 채우지 못했다. 나균안의 역투가 더 눈부신 이유다. 나균안은 “선수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분위기를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막 초반 부진한 롯데는 11일 현재 2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이 2승이 모두 나균안의 어깨에서 나왔다. 나균안은 “팀이 연패 중이라 부담감이 있었지만, 마운드에서 내 공만 던지려고 했다. 포수인 유강남 선배가 리액션을 크게 해 주셔서 힘이 났다”고 했다.

 

앞서 롯데에서 활약한 이대호(은퇴)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이대호는 2001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타자로 전향해 타격에 재능을 발휘했다(통산 1,971경기 타율 0.309 374홈런 1,425타점).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됐다.

 

1할 타자 나균안의 새로운 변신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도 올 시즌 KBO리그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1. 畇 : 밭일굴 균, 雁 : 기러기 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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