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코리안 듀오’ 배지환과 최지만이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구장 PNC 파크를 뜨겁게 달궜다.
최지만은 6회 말 2-2 균형을 깨는 솔로포를 친 뒤, 더그아웃에서 유쾌한 ‘칼춤’을 쳤고, 배지환은 4-4로 맞선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치고서 방망이를 내던지는 시원한 ‘배트 플립’을 했다.
배지환은 4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2023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배지환의 성적은 5타수 1안타(3타점 1득점)였지만, 극적인 끝내기 3점 홈런을 치며 ‘히어로 인터뷰’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트라이트를 후배 배지환에게 내주기는 했지만, 최지만도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같은 팀에서 같은 경기에 홈런을 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슈퍼 코리안 데이’의 백미는 9회 말이었다. 피츠버그는 최지만의 홈런 등으로 4-2로 앞섰지만, 9회 초 2점을 내줘 4-4 동점을 허용했다.
9회 말 로돌포 카스트로(Rodolfo Castro)의 우전 안타로 기회를 잡은 피츠버그는 1사 후 ‘선장’ 앤드루 매커친(Andrew McCutchen)을 대타로 내보냈다. 홈 팬들의 환호를 받고 등장한 매커친은 좌전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이어줬다.
곧 이날 경기의 가장 큰 함성이 터졌다.
앞선 4타석에서 삼진 2개를 당하는 등 모두 범타로 물러난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506번째 경기에 등판한 휴스턴의 우완 마무리 투수 라이언 프레슬리(Ryan Pressly)의 142km/h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다.
홈런을 직감한 배지환은 배트를 내던지며 포효했다. 타구는 168km/h로, 123ｍ를 날아가 우중간 외야 스탠드에 안착했다.
지난 5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그린 몬스터’를 넘어가는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친 배지환은 개인 통산 두 번째 홈런을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했다. 홈에서 터뜨린 첫 홈런이 강렬한 굿바이 아치다.
경기 뒤 히어로 인터뷰에서 배지환은 한국말로 “꿈을 꾸는 것 같다. 앞 타석에서 못 쳐서 내가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나는 피츠버그에서 뛴 강정호 선배를 보면서 자랐다. 강정호 선배가 피츠버그에서 뛸 때 매커친도 함께 뛰고 있었는데, 당시 매커친이 홈런을 치고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 내가 그걸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오늘 해냈다”고 말해 관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배지환의 시즌 타율은 0.250에서 0.242(33타수 8안타)로 조금 떨어졌지만, 타점은 6개로 늘었다.
최지만의 활약도 빛났다. 최지만의 하이라이트는 6회 말이었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선두 타자로 등장한 최지만은 휴스턴 우완 선발투수 크리스티안 하비에르(Cristian Javier)와 풀 카운트 대결 끝에 148km/h 패스트볼을 받아쳐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타구 속도는 177km/h, 비거리는 127ｍ였다. 외야 펜스는 물론이고, 관중석 뒤 벽까지 넘어간 ‘장외 홈런’이었다.
최지만은 전날 휴스턴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쳤다. 피츠버그 이적 후 처음 친 홈런이기도 했다. ‘타격감’을 찾은 최지만은 12일 첫 타석부터 장타를 쳤다.
최지만은 1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하비에르의 너클 커브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직격 하는 비거리 112ｍ짜리 2루타를 만들었고 6회 말에는 비거리를 늘려 담장 밖으로 공을 날려 보냈다.
최지만은 6회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해적의 칼’을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지만은 3회와 7회에는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087에서 0.148(27타수 4안타)로 올렸다.
최지만의 홈런은 결승포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인 후배 배지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드는 다리가 됐다.
배지환은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쳤고, 최지만은 히어로 인터뷰를 하는 배지환에게 얼음을 쏟으며 격한 축하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