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KBO리그 전력분석⑩ 29년 묵은 한 풀었던 LG 트윈스, 이제 ‘왕조건설’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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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우승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영광이지만 1986년~1989년의 해태 타이거즈나 2011년~2014년의 삼성 라이온즈 같이 ‘연례행사’처럼 우승을 한다면 아무래도 감흥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는 누구보다 기쁘게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몇몇 이적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 입단 후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강한 전력을 뽐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2023시즌 KBO리그 최강팀으로 등극한 LG는 이제 우승이 연례행사였던 명문구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1990년대에 꿈꿨다가 아쉽게 무산됐던 LG의 ‘왕조시대’를 2020년대에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LG 역시 올 시즌 왕조구단들의 기본 조건이었던 연속 시즌 우승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LG는 2023시즌이 끝나고 팀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여기에 베테랑 진해수와 김민성이 나란히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고, 최원태 영입 때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 히어로즈에 내주면서 1라운드 신인도 지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여전히 건재한 전력을 재정비해 올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쉽지 않은 고지에 오르려 하고 있다.

 

[투수진] 마무리 투수 이탈에도 걱정 없는 불펜

사진|LG 트윈스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왼쪽)과 디트릭 엔스(오른쪽)

 

LG는 2023시즌, 2019년 LG 유니폼을 입은 후 4년 동안 58승을 올렸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KBO리그 진출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게다가 켈리 대신 21경기에서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1로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애덤 플럿코는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춤했던 켈리는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1.1이닝 2자책점(평균자책점 1.59)으로 부활했고 LG는 외국인 투수 1명으로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23년 11월 켈리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6년째 켈리에게 줄무늬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한 LG는 12월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엔스는 지난 2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활약했던 좌완 투수로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10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일찌감치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엔스는 ‘돌아온 괴물’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사진|2024시즌 LG 트윈스 예상 선발 라인업과 투수진

 

매년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없어 고전하던 LG는 2023년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로 프로 데뷔 13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올린 임찬규가 4년 50억 원의 조건에 LG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도 토종 에이스로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LG 유니폼을 입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최원태도 FA를 앞둔 올 시즌, 다시 10승 투수로 부활하려 한다. 영건들의 경연장이 된 5선발은 염경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좌완 투수 손주영이 먼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허전해진 LG의 새 마무리 자리는 2023시즌 67경기에서 6승 3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던 유영찬이 낙점됐다.

 

물론 시즌을 시작해야 자세한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유영찬은 시범경기에서 4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3세이브를 수확하며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비록 고우석이 빠졌지만 LG는 함덕주정우영, 김진성, 박명근, 최동환 등 불펜 자원들이 워낙 풍부해 올 시즌 불펜 운용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타선] KBO리그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타선

사진|LG 트윈스 타선의 핵심, 홍창기(왼쪽)와 오스틴 딘(오른쪽)

 

LG는 2023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단 3명(오스틴 딘, 박동원, 문보경)에 불과할 정도로 화끈한 장타력을 가진 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LG는 팀 타율(0.279)과 팀 타점(714개), 팀 득점(767점), 팀 OPS(출루율+장타율 0.755) 등 홈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삼진(804개)은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적게 당했다. 그만큼 시즌 내내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다는 뜻이다.

 

2023시즌 LG 타선에서 홈런(23개)과 타점(95개) 1위를 기록하며 통합우승을 견인했던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지난해 11월, 3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총액 130만 달러의 조건에 재계약했다.

 

오스틴이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시즌은 단 1년뿐이지만 이제 오스틴이 없는 LG 타선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팀에 빠르게 녹아 들었다. 오스틴은 올해도 4번 타자, 1루수로 활약하며 LG의 한국시리즈 2연패 도전의 선봉에 설 예정이다.

 

LG의 캡틴이자 지난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오지환은 2023시즌이 끝난 후 LG와 6년 총액 124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2루수로 변신한 KBO리그에서 오지환 정도의 유격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124억 유격수’에 어울리는 선수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2023년 타율 0.268 8홈런 62타점이었던 타격 성적을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2023시즌 LG의 팀 내 최우수선수(MVP)는 오스틴도, 임찬규도, 김현수도 아닌 ‘돌격대장’ 홍창기를 꼽는 팬들이 많다.

 

홍창기는 지난해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2(4위) 174안타(3위) 1홈런 65타점 109득점(1위) 23도루 출루율 0.444(1위)로 KBO리그 최고의 1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에 보여줬던 정확한 타격과 발군의 선구안을 유지하면서 도루 성공률을 조금 더 높인다면 홍창기는 올해도 LG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KBO리그 최고의 1번 타자로 군림할 수 있다.

 

[주목할 선수] KBO리그 최고 셋업맨 위용 되찾을까

사진|2023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했던 LG 트윈스 정우영 (출처.LG 트윈스)

 

통산 652세이브를 기록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1996년 셋업맨으로 활약하다가 세이브왕 존 웨틀랜드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마무리로 보직을 옮겼다.

 

임창용 역시 1996년 마무리 투수였던 김정수가 이듬해 주춤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처럼 대부분의 프로야구 리그에서는 마무리 투수가 모종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거나 부진했을 때 셋업맨이 마무리 자리를 이어받는 게 ‘상식’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고우석이 LG의 뒷문을 지켰을 때 LG를 대표하는 셋업맨은 단연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이었다.

 

2019년 4승 6패 1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2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선정되며 프로에 데뷔한 정우영은 2020년 20홀드, 2021년 27홀드에 이어 2022년 67경기에서 35홀드를 기록하며 KT 위즈의 김민수(30홀드)를 제치고 홀드왕에 등극했다.

 

당시만 해도 정우영은 모든 구단이 부러워하던 KBO리그 최정상급 셋업맨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정우영은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3시즌 60경기에서 5승 6패 11홀드 평균자책점 4.70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우영은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했지만 하나의 홀드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후 2024시즌 LG의 새 마무리 투수로 정우영이 아닌 KBO리그에서 고작 한 시즌을 치른 유영찬을 낙점했다.

 

정우영은 자신과 함께 LG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보며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우영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2023년 추락했던 성적을 한창 구위가 좋았던 2021년~2022년 수준으로 돌려 놓을 필요가 있다.

 

155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KBO리그를 호령했던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이 2024시즌 최고 셋업맨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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