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달라진 한화 이글스 야수진, ‘멀티 포지션’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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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팀 별로 6~8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극초반이지만 현재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은 단연 한화 이글스다.

 

2023년 9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개막전 2-8 패배 이후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화의 돌풍에 ‘보살’로 불리던 한화 팬들도 뜨거운 응원으로 선수들의 선전에 화답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는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창단 최초로 홈 개막 3연전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실 ‘괴물’ 류현진이 복귀했을 때부터 한화의 마운드, 특히 선발진이 강해질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가 개막 후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6.75득점을 올리며 팀 타율 2위(0.291), 팀 득점(54점)과 팀 타점(53개) 1위, 팀 홈런 공동 3위(9개)를 달리며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일 거라 예상한 야구 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화는 지난 8경기 중 2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활발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야수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요나단 페라자노시환, 채은성, 안치홍 등 핵심 선수 몇 명을 제외하면 ‘붙박이 주전’으로 부를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라인업에서 꽤 많은 선수들이 최소 2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한화는 하나의 포지션만 소화해서는 주전으로 활약하기는커녕 1군에서 생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확실한 주전은 단 2명뿐이었던 2023년의 한화 이글스

사진|국가대표 4번 타자이자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노시환 (출처.한화 이글스)

 

2023년 9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3루수로 121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국가대표 4번 타자’ 노시환과 106경기에서 선발 마스크를 썼던 포수 최재훈을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선발로 출전했던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한 시즌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확실한 ‘붙박이 주전’으로 부를 수 있는 선수가 단 두 명이었다는 것. 주전 구성 실패는 한화가 지난 시즌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9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대전 아이돌’ 정은원은 2021년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 6홈런 39타점 85득점 19도루로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전성기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정은원은 2023년 2루수로 92경기 선발 출전을 포함해 122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0.222 2홈런 30타점 50득점 6도루로 부진했다.

 

정은원은 올해 외야수로 변신했지만 6경기에서 타율 0.200(15타수 3안타) 3득점 1도루에 그치며 아직 외야에서 확실히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단한 문현빈은 루키 시즌부터 137경기에 출전해 114안타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한화 구단 역사상 고졸신인이 입단 첫 해에 100안타를 기록한 것은 문현빈이 처음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확실한 주전이 없었던 중견수로 70경기(선발 출전 64경기)에 출전해 519이닝을 소화했던 문현빈은 후반기 정은원의 부진을 틈타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2루수로 42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2022년 11월 음주운전에 적발된 하주석이 7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유격수는 2023시즌 한화의 대표적인 취약 포지션이 됐다.

 

한화는 하주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오선진(롯데 자이언츠)을 영입했는데, 베테랑 오선진과 신예 박정현의 경쟁이 유력했던 유격수 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이도윤이었다.

 

이도윤은 2023년 유격수로 90경기에 선발 출전해 타율 0.252 1홈런 13타점 36득점 11도루로 괜찮은 활약을 선보였다.

 

한화는 지난 시즌 1루수 역시 FA로 영입한 채은성(선발 출전 68경기)과 2022년 16홈런을 기록했던 좌타 거포 김인환(선발 출전 48경기), 1루와 3루, 코너 외야를 소화할 수 멀티 플레이어 김태연(선발 출전 23경기)이 번갈아 가면서 소화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와 지명타자는 주력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화는 확실한 붙박이 주전을 구하지 못해 여러 선수에게 기회가 갔다.

 

만 19세 문현빈이 불러온 ‘나비효과’

사진|실력으로 한화 이글스 내야 생태계를 파괴 중인 문현빈 (출처.한화 이글스)

 

올해도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여러 포지션에서 선수들이 포지션을 바꿔 가면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외야는 시즌 초반 임종찬이 중견수, 페라자가 우익수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고 좌익수는 최인호와 정은원이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내야는 2023년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차지한 노시환이 8경기에서 3홈런 9타점으로 든든한 활약을 하고 있는 가운데,  2년 차 내야수 문현빈이 내야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문현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4+2년 총액 72억 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엘리트 2루수’ 안치홍을 제치고 올 시즌 한화가 치른 8경기에서 모두 주전 2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아쉬운 실책을 저지르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8경기에서 보여준 타율 0.346 9타점 7득점의 성적은 분명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문현빈은 아직 표본이 많지 않지만 올 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0.714(7타수 5안타)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문현빈의 2루 정착은 다른 포지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루수 골든글러브 3회 수상에 빛나는 안치홍은 2루를 문현빈에게 내주고 시즌 초반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LG 트윈스 시절 주로 우익수로 활약했던 채은성도 올해 우익수 자리를 페라자에게 내주고 1루 및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만 19세에 불과한 2004년생 신예가 도합 162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한화 타선 스타들의 포지션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2023년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이도윤은 올해 하주석이 타율 0.296 3타점 2득점으로 공·수에서 준수한 활약을 해주면서 다시 백업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도윤은 3월 31일 KT 위즈와의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결승타를 포함해 2루타와 3루타를 때려내며 최원호 감독과 한화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하주석은 이날 9회 초 노시환을 대신해 3루 대수비로 출전했다). 이로써 하주석과 이도윤의 유격수 경쟁은 한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화는 안치홍과 채은성이 1루 자리를 번갈아 맡으면서 뛰어난 파워를 자랑하는 김인환이 한 번도 1군 엔트리에 들어오지 못했다.

 

2023년 10홈런 50타점 57득점을 기록했던 우타 외야수 이진영도 퓨처스리그에서 2024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엔트리에 포함되기도 힘들 만큼 올해 한화의 선수층이 두꺼워졌다는 뜻이다.

 

이제 한화 야수들은 최소 2개 포지션은 소화할 수 있어야만 1군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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