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①] 삼성 라이온즈 - 호세 피렐라 (José Pir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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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창단 첫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 삼성 라이온즈의 지난 10년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온도 차를 보였다.

 

팀에 암흑기가 찾아오자 구단은 매년 겨울마다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팀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았다. 코로나19를 겪은 올해도 삼성의 오프시즌은 이전처럼 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인 부분은 FA(자유계약선수)로 두산 베어스로부터 오재일을 영입하며 장타력을 보강하는 등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오재일을 영입하며 4년 50억 원의 계약이 성사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외국인 타자와의 계약까지 끝마쳤다.

 

전임자 다린 러프가 떠난 이후, 팀을 거쳐간 타일러 살라디노(부상)와 다니엘 팔카(낮은 컨택률 및 수비 불안)는 각자의 이유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을 1루로 한정 지을 이유가 없어진 상황에서, 새로이 동행을 시작하는 호세 피렐라는 어떤 선수일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 이름 : 호세 피렐라 (José Manuel Pirela)

- 생년월일 : 1989년 11월 21일

- 국적 : 베네수엘라

- 포지션 : 외야수 · 2루수 (우투우타)

- 신장 : 183cm

- 체중 : 92kg

 

배경

 

2006년 7월, 16세의 나이로 뉴욕 양키스와 30만 달러의 자유계약을 맺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피렐라의 출발은 산뜻했다.

 

입단 후에는 주로 2루수와 유격수를 소화했고 2009년에는 상위 싱글A에서 0.295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하며 승격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갔다.

 

2010년에도 상위 싱글A에서 30개의 도루를 기록했지만 부지런한 베이스에서의 모습과 달리 타석에서 2년 연속으로 0.600대의 OPS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주춤한 듯 보였다.

 

다행히 2012년부터 더블A~트리플A레벨에서 다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2014년 9월 확장 로스터를 통해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꿈에 그리던 승격을 이뤄냈지만 피렐라가 2년 동안 기록한 44경기 OPS 0.642의 성적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했다.

 

표.1|호세 피렐라의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과 일본 프로야구 기록

양키스는 40인 로스터 정리를 위해 피렐라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했고 팀을 옮긴 직후인 2016년에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시즌 후에는 메이저 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2017시즌의 시작을 트리플A에서 맞이했다.

 

다행히 리빌딩을 진행 중이던 샌디에이고는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피렐라는 6월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83경기에 나서는 등 주전 좌익수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타율 0.288 10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막상 붙박이 주전으로 나선 2018년에는 카를로스 아수아헤의 부진으로 인해 포지션을 2루로 옮긴 영향인지 타격에서 또 다시 부진에 빠지며 OPS 0.645에 머물렀다.

 

결국 2019년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현금 트레이드 되는 등 겨우 14경기 출전에 그치며 대부분의 시간을 트리플A에서 보냈다.

 

2019시즌이 끝난 뒤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피렐라는 바로 다음 날 일본 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계약하며 아시아 무대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도 개막전부터 5타수 3안타 1홈런을 기록하는 등 시작은 산뜻했다.

 

문제는 미국 무대에서의 커리어처럼 좋은 기세를 아쉽게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국인 타자임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성적(99경기 타율 0.266 11홈런 34타점 OPS 0.723)을 기록하며 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삼성과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또 다른 아시아 무대인 KBO리그에 발을 디뎠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전반적인 타격 스타일은 전임자 살라디노의 반대 스타일에 가깝다. 스윙이 크고 중·장거리형 타자인 점에는 둘 다 같지만, 살라디노는 공을 지켜보고 출루를 중시하는 스타일인 반면, 피렐라는 나쁜 공에도 방망이가 나가는 배드볼 히터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피렐라는 준수한 통산 타율(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0.282)과 당겨치는 스타일을 바탕으로 치고 나가려는 의지가 강한, 공격적인 타격 접근법을 가져간다. 타석에서의 모습(마이너리그 통산 4,463타수 335볼넷 BB% 7.3%)도 공을 골라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유형의 타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도 다소 미흡하다(커브 상대 타율 0.231, 체인지업 상대 타율 0.238 - NPB기준). 우타자 기준으로 횡으로 흘러나가는 공에 대한 상성도 좋지 않다(108타수 24안타 0.222 - NPB기준).

 

사진|떨어지는 변화구에 크게 헛스윙하는 호세 피렐라 (출처.MLB PARK)

가장 큰 문제는 타석에서의 적극성이 좋은 타구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때려낸 타구의 절반 이상(GB% 51.1%)이 땅볼 타구였고 마이너리그 무대에서도 땅볼 타구의 비율이 더 높았다(통산 땅볼/뜬공 비율 1.25). 양산하는 타구에 비해 생산성은 썩 좋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여기까지만 보면 팀 타선의 장타력 보강을 위해 영입했다는 구단의 기대와는 다른 타자처럼 보인다. 올 시즌 NPB 무대에서 기록한 순장타율 0.146를 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러나 2019시즌부터 타석에서 한 가지 차이점이 생겼다. 기존처럼 공을 때리려는 시도만 가져가는 것이 아닌, 트렌드에 맞게 공을 띄우는 스윙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고 실제로 외야로 나가는 타구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다.

 

사진|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호세 피렐라 (출처.MLB PARK)
사진|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호세 피렐라 (출처.MLB PARK)

미국 무대에서 기록한 통산 28.9%의 뜬공 비율이 2019시즌 샌디에이고와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A에서 각각 36.7%와 41.1%로 상승하며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공인구 이슈가 있었던 2019시즌 트리플A에서 기록한 22홈런 장타율 0.597의 호성적을 단순히 스윙 변화로 인한 실력 향상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트리플A와 NPB에서의 성적 간극이 작지 않았기에 두 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의 평균값만 보여준다면 성공적인 동행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2017-18시즌의 기량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비 · 주루

 

피렐라는 한때 3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2루수(메이저리그 127경기 889.1이닝)와 좌익수(메이저리그 105경기 808.1이닝)에 나설 수 있는 자원이라고 평가하는 게 맞다. 삼성의 2루에는 김상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피렐라는 주로 좌익수로 경기에 나설 것이 유력해 보인다.

 

사진|2021시즌 삼성 라이온즈에서 외야수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세 피렐라 (출처.MLB.COM)

통산 기록을 봐도 2루 수비(DRS[각주:1] -9, UZR/150[각주:2] -9.0)는 좋지 못하고 좌익수 수비(DRS +7, UZR/150 4.7) 또한 평가하는 지표에 따라 다른 모습(OAA[각주:3] -1)을 보여준다.

 

사진|일본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호세 피렐라의 외야 호수비 (출처.MLB PARK)
사진|일본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호세 피렐라의 외야 호수비 (출처.MLB PARK)

수비 범위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수비에서 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었던 전임자 살라디노와 다르게 수비에서도 기대할 여지가 많은 선수는 아니다.

 

주루 플레이 또한 마찬가지다. 20대 초반에는 30도루까지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도루 시도 자체가 많이 줄었다. 주력 자체는 평균 이상이지만(2019시즌 스프린트 스피드 메이저리그 평균 27.0ft/s, 피렐라 27.3ft/s) 가끔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를 종종 받아 왔다.

 

그러나 수비와 주루까지 완벽한 외국인 타자는 쉽게 영입할 수 없고, 꼭 피렐라가 아니더라도 팀 내에는 누상에서 투수를 흔들 수 있는 주자가 많다는 점에서 FA로 영입된 오재일과 함께 팀의 장타 생산을 책임지며 공격에만 집중한다면 이러한 자잘한 단점들은 잘 부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키 포인트

 

외국인 선수들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건강이다.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지난 2020시즌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부상으로 결별한 살라디노와 달리 피렐라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커리어 내내 2015시즌 스프링캠프에서의 펜스 충돌, 2016시즌의 아킬레스건 부상을 제외하면 큰 부상을 겪은 적이 없다.

 

올 시즌 사구에 손목을 맞아 한 달 정도 결장했지만 복귀 후 공·수에 걸쳐 후유증이 남는 듯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삼성이 가장 확신을 가진 부분도 피렐라의 건강이 아니었을까.

 

좌·우투수 상대 편차도 거의 없는 편이다(2019시즌 트리플A 우투수 상대 OPS 0.780, 좌투수 상대 OPS 0.799 / 2020시즌 NPB 우투수 상대 OPS 0.723, 좌투수 상대 OPS 0.710).

 

이 점은 피렐라가 두 명의 좌타자(구자욱, 오재일), 한 명의 우타자(김동엽)와 함께 중심 타선을 이룰 때 편하게 타순을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전망

 

전임자였던 러프는 사실상 3년간 홀로 삼성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 덕분에 리그 중위권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그 기둥이 떠나자마자 타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피렐라는 러프처럼 홀로 큰 짐을 떠안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타선에 충분한 보강이 이뤄졌고 적어도 올 시즌보다는 2021시즌의 전망이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을 통해 지긋지긋했던 외국인 투수 잔혹사는 끊어냈다. 피렐라까지 성공적으로 연착륙한다면 6년 만의 가을야구도 가능해 보인다. 피렐라는 뷰캐넌에 이어 또 한 명의 NPB 출신 외국인 선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까.

 

 

 

출처 : 야구공작소 - https://yagongso.com/?p=14193 (2021 야구공작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

  1. DRS (Defensive Run Save) : 한 선수가 동일 포지션의 평균적인 선수와 비교했을 때, 필드 상에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억제했는지(+)/더 내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본문으로]
  2. UZR : UZR은 구장을 64개의 구역으로 분할하여 구역마다 수비의 난이도를 달리 설정하여 특정 구역에 떨어진 공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는가를 점수로 환산해 선수의 수비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UZR/150 = UZR을 150경기 기준으로 환산한 값. [본문으로]
  3. OAA : 수비 성공 확률(Estimated Success Rate)을 기반으로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아내는지 보여주는 지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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