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⑩] KIA 타이거즈 - 드류 가뇽 (Drew Ga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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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V11에 기여한 외국인 투수들과 차례로 결별한 뒤, 드래프트 순위나 아시아 경력 등 주목할 요소가 많은 투수들을 영입하는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2019시즌 개막 이후 이들이 보여준 투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KIA 외국인 투수들이 합작한 WAR은 1.08로 10개 구단 최하위였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특히 치명적이다.

 

일본 프로야구(NPB) 출신으로 빠른 적응을 기대한 조 윌랜드는 초반 선전했지만 체력 문제로 기복을 보였다. 외국인 1선발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이콥 터너는 투구 내용은 물론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일 정도로 리그 최악의 외국인 투수였다.

 

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한 KIA는 리빌딩 모드로 선회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 없이 팀 재정비에 힘쓰다 메이저리그 감독(워싱턴 내셔널스)을 지낸 바 있는 맷 윌리엄스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새 출발을 다짐하며 외국인 감독 선임이라는 깜짝 선택을 한 KIA는 메이저리그에서 네트워크를 가진 윌리엄스 감독의 추천으로 애런 브룩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뒤, 브룩스와 짝을 이뤄줄 선수를 추가로 영입했다.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프렉센과 마찬가지로 뉴욕 메츠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드류 가뇽은 원래 11월 중순부터 지방 구단에서 영입설이 있다는 소식이 있었던 투수였다.

 

그러다 NPB 구단들의 제안을 받았다는 설이 나오며 잠시 시야에서 벗어났지만 최종적으로 KIA와 계약을 맺고 KBO리그를 택했다. 감독 추천에 의해 영입된 브룩스에 이어, 이번에 영입한 가뇽 역시 윌리엄스 감독과의 전화 통화 후 계약이 진행됐다.

 

외국인 감독의 합류 이후 진행된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KIA는 신선한 행보를 보이며 준수한 투수들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는 장면도 연출 됐다.

 

가뇽은 브룩스-양현종과 짝을 이뤄 3년 전 막강 선발 트리오를 재현해 달라는 임무를 받고 KBO리그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 이름 : 드류 가뇽 (Andrew M. Drew Gagnon)

- 생년월일 : 1990년 6월 26일

- 국적 : 미국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3cm

- 체중 : 97kg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gags24/

 

- 배경

캘리포니아 출신의 가뇽은 고등학교 졸업 시즌을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했던 모습을 인정받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부터 10라운드 전체 294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대신 대학으로 향했다.

 

이후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3년을 보낸 가뇽은 해가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이며(1학년 평균자책점 6.31, 3학년 평균자책점 2.31) 3학년 때 15경기에 등판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활약을 했고, 이 모습에 밀워키 브루어스가 가뇽을 상위인 3라운드 전체 100순위에 지명하게 된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1년 지명 당시 가뇽은 좋은 제구를 갖고 있으나 강점이 될만한 구종이 없고 투구 동작이 부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주무기의 부재는 가뇽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커브와 체인지업 모두 결정구로는 부족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4년 리포트에서 결정구의 부재를 지적하며 가뇽을 불펜 투수감으로 평가했다. 포심 패스트볼 역시 구속이 90마일(약 144.8km/h)로 그리 빠르지 않아 장타 허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받았다.

 

가뇽은 프로에서 바로 벽에 부딪혔다. 입단 직후 루키리그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8경기 19이닝 3패 평균자책점 8.05를 기록,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그렇게 프로에 오자마자 쓴 맛을 본 가뇽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싱글A에서 공을 투구했고 싱글A와 상위 싱글A를 오가면서 25경기 149.2이닝을 투구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2.83으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하지만 2013시즌은 또 10경기 등판해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흔들렸고, 이전 시즌의 성적을 감안하고 동기부여를 겸해 더블A로 레벨을 올렸지만 16경기 84이닝 4승 9패 평균자책점 5.57을 기록하며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나름 상위 라운드인 3라운드에 뽑힌 기대감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가뇽의 커리어는 답보 상태에 놓였다.

 

2014시즌에는 28경기 154.2이닝을 소화하면서 3.96의 평균자책점과 11승을 기록하면서 빛을 보나 했지만, 2015시즌 타자친화적인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구장 중 하나인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합류했다가 매운맛을 잔뜩 보고 더블A로 도로 강등되는 수모도 겪었다.

 

20경기에서 1승 11패 7점대에 육박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자 팀은 이듬해부터 가뇽의 보직을 불펜으로 바꿔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더블A에서 조정을 하고 나서 트리플A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5.5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험준한 환경에서 적응을 해내지 못했다.

 

가뇽은 마이너리그에서도 실패를 거듭한 선수였다. 2017년까지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176이닝 평균자책점 4.80, 트리플A 성적은 231이닝 평균자책점 6.35에 불과했다. 방출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결국 밀워키는 가뇽을 포기했고 2016시즌 종료 후 LA 에인절스와의 트레이드에 포함되며 고향팀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트리플A에서도 롱 릴리프 수준으로 기용되는 투수에 그쳤고 다시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크게 부진해 1년 만에 팀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표.1|드류 가뇽의 통산 투구 기록

 

반전이 일어난 것은 2018년이었다. 방출 두 달 후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가뇽은 7월 초까지 102.1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 직전 시즌에 비해 평균자책점을 2점대 가량 낮췄다.

 

훗날 가뇽이 밝힌 바에 의하면 반전의 비결은 생각의 변화였다. 방출 이전까지 가뇽은 구속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를 위해 투구폼 수정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낭비했고 공을 던질 때는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했다. 그러던 가뇽은 이후 생각을 바꿔 구속을 높이기보다는 본인의 재능을 믿고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반전 비결은 체인지업이었다. 2011년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의하면 원래 가뇽의 체인지업은 기껏해야 평균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그런데 2016년 봄, 가뇽은 훈련 도중 우연히 손에 딱 들어맞는 체인지업 그립을 발견했다.

 

가뇽의 새로운 체인지업은 가라앉는 움직임이 매우 좋았고 타자의 헛스윙을 잇달아 유도했다. 가뇽은 새로운 체인지업이 본인의 커리어를 구원했다고 말한다.

 

그러던 7월 10일,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4.2이닝 6실점을 기록했고 이후 트리플A로 돌아갔다가 9월 확장 로스터 기간에 다시 올라와 불펜으로 4경기에 등판해 7.1이닝 1자책점으로 틀어막고 시즌을 끝냈다.

 

반전을 이뤄낸 가뇽은 메이저리그 기회를 받아 의욕이 생겼는지 2019시즌 타자의 강세가 두드러진 트리플A에서 88.2이닝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며 모처럼 2점대 평균자책점과 경기당 6이닝에 육박하는 이닝 소화력까지 보여주며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만 되면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고, 결국 트리플A 레벨에서는 2점대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에서는 8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엄청난 격차만 보여준 채 시즌을 끝냈다.

 

가뇽은 트리플A에서 보여준 준수한 활약으로 일본과 한국 구단들의 관심과 제안을 받았고, 선수 본인도 열의를 보인 끝에 총액 85만 달러 계약에 KIA와 성공해 새로운 환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두 가지 구종을 가지고 대부분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투 피치형 투수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던질 순 있지만 둘이 합쳐 15% 정도에 그친다.

 

투 피치형 투수로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7.7개의 삼진을 잡아낸 가뇽은, 투 피치의 한계를 구위로 극복한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커리어에서 어려움을 겪은 시기가 있었다.

 

주무기인 패스트볼은 평균 구속 92마일(약 148km/h)대에 최고 구속은 95마일(약 152.8km/h)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 KBO리그 레벨에서는 정상급 구속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구종이 다채롭지 못한 데다가 구위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상황도 못되다 보니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어하지 못했다(메이저리그 타자 vs 가뇽 패스트볼 피안타율 0.388 피출루율 0.441 피장타율 0.753 9피홈런).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패스트볼이 타자들에게 밀리지 말아야 한다.

 

가뇽의 가장 큰 장점은 체인지업이다. 패스트볼의 위력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방망이 앞에 힘을 잃었지만 체인지업은 달랐다. 2020년 KBO리그 최고의 체인지업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진|드류 가뇽의 체인지업 히트맵

 

각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10마일(약 16km/h) 정도의 구속 차를 보였고 좌·우타자 상관없이 활용해 재미를 봤다. 가뇽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 허용 xwOBA[각주:1] 0.280(메이저리그 평균 0.290), 헛스윙률 41.9%(메이저리그 평균 30.7%)를 기록했다.

 

메츠 미키 캘러웨이 감독은 가뇽의 체인지업을 ‘정말 좋은 체인지업’이라고 극찬했다. 2017년 메츠가 방출 신세의 가뇽을 영입한 이유는 체인지업의 회전과 무브먼트 때문이었다.

 

사진|드류 가뇽의 81마일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사진|드류 가뇽의 체인지업 (출처.MLB PARK)

 

실제로 타석 위치별로 카운트한 체인지업 개수가 거의 1:1에 육박할 정도로 상대를 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우타자를 상대로 더 재미를 보았다(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107 1피홈런 /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40 2피홈런). 가뇽의 체인지업이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제구 역시 강점이다. 2012년에는 밀워키 유망주 가운데 최고의 컨트롤[각주:2]을 가진 투수로 선정됐다. 커맨드[각주:3]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MLB 파이프라인은 가뇽의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제구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가뇽은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3.27개 볼넷을 허용했지만 2018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2.18개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 또한 3.03개로 준수하다(메이저리그 평균 9이닝당 볼넷 3.27개). Edge%[각주:4]역시 46.9%로 높았다(메이저리그 평균 Edge% 39%).

 

내구성 또한 좋다. 가뇽은 2011년 프로 데뷔 이후 세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두 시즌은 불펜 투수로 뛰었으며 한 시즌은 데뷔 시즌이었다. 부상 경력도 거의 없다. 7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3번 이름을 올린 게 전부다. 그마저도 모두 3~4년 전 일이다.

 

선발 경험도 풍부하다. 마이너리그 통산 223경기 가운데 163경기에 선발 출장했으며 2018년 이후로는 43경기 모두 선발로 출장했다.

 

사진|볼 카운트에 따른 드류 가뇽의 구종 구사(2019년 메이저리그 기준). 빨간색이 패스트볼, 초록색이 체인지업, 하늘색이 커브, 노란색이 슬라이더다. 2019년 드류 가뇽은 트리플A에서는 선발,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판으로 등판했다

 

단순한 볼 배합은 불안 요소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패스트볼+체인지업 구사율이 90%에 달하며 그 가운데 패스트볼은 별로 효율적이지 못했다(패스트볼 헛스윙률 하위 25%).

 

또한 불리한 볼 카운트일수록 패스트볼, 체인지업 두 구종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으로 뛰었음을 감안해도 불리한 상황에서 체인지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대 타자가 예측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체인지업 외 다른 구종의 수준도 불안하다. 슬라이더와 커브는 모두 우타자에게 편향된 쓰임새를 보이며 초구 혹은 유리한 볼 카운트에 주로 활용해왔다.

 

사진|드류 가뇽의 87마일 슬라이더 (출처.MLB PARK)
사진|드류 가뇽의 79마일 커브 (출처.MLB PARK)

 

메이저리그에서의 전체 샘플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지만 보여주기 구종으로 주로 활용하다 보니 상대 타자들의 타격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슬라이더는 트리플A에서 헛스윙률 하위 5%, 메이저리그에서 xwOBA 0.320를 기록했다(메이저리그 평균 슬라이더 xwOBA 0.263).

 

가뇽은 에드윈 디아즈(뉴욕 메츠)의 슬라이더 그립을 시도하려다 포기했다고 한다. 이는 가뇽이 본인의 슬라이더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패스트볼도 약간 불안하다. 패스트볼의 헛스윙률은 하위 20%, xwOBA는 0.439였다(메이저리그 평균 패스트볼 xwOBA 0.352). 평균 회전수는 1,977rpm으로 KBO리그 평균인 2,231rpm보다 적었다.

 

그래도 패스트볼 구속이 92마일(약 148km/h)로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이하였으나 KBO리그에서는 4위에 해당(2019년 규정 이닝 소화 기준)한다는 점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사진|드류 가뇽의 93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드류 가뇽의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커브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우타자 상대로는 효과적이나 좌타자 상대로는 좋지 못했다. 2019년에도 우타자 상대 헛스윙률 상위 15%, 좌타자 상대 하위 25%로 큰 격차를 보였다.

 

커브의 평균 회전수는 2,525rpm으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2,518rpm보다 높았다. 그러나 좌타자 상대로는 고전하는 ‘반쪽짜리 구종’에 가깝고 가뇽 역시 스스로의 커브를 믿지 못한다고 말한 점에서 완전한 구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향후 커리어에 선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구종 활용을 탈피할 필요성이 있는 가뇽이 KBO리그에서 기존과 달라진 구종 분포를 보일지 주목된다.

 

- 전망

그간 KBO리그 외국인 투수 영입을 살펴보면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갖춘 투수를 선호해왔다. 변화구 완성도가 뛰어난 투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보통은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로 내세우는 외국인 투수에게 있어 에이스 역할과 함께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모습도 함께 기대해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뇽은 일반적인 외국인 투수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다. 올 시즌 어떤 투구 전략을 취할지 시범경기부터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뇽은 최근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8.73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 정도면 KBO리그에서도 준수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수비가 좋지 않은 KIA에서 더 큰 장점이 된다.

 

그래도 수비진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특히 가뇽이 최근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땅볼/뜬공 비율 1.41을 기록한 만큼 내야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KIA 내야진의 WAA(수비 승리 기여도)는 9위였다.

 

올해 내야진의 변화(안치홍 · 장영석 이적, 김선빈 · 박찬호 포지션 변경)를 고려해도 수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어느 투수나 마찬가지겠지만 KIA 수비진의 안정이 선결돼야 가뇽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KBO리그 최고 에이스 양현종의 존재는 가뇽에게 확실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과 브룩스가 선발 로테이션 최전선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무래도 한결 수월한 매치업을 통해 리그 적응 과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뇽은 지난해 트리플A에서 FIP[각주:5] 4.50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2.33이 소위 ‘운발’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탈삼진/볼넷 비율은 4.29개(트리플A 평균 2.43개)로 좋았다.

 

FIP가 다소 높았던 이유는 9이닝당 피홈런이 1.2개(트리플A 평균 1.3개)로 조금 많았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9이닝당 1.5개, 2019년 메이저리그에서는 9이닝당 피홈런 4.2개로 폭등하며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

 

사진|드류 가뇽의 타구 허용 시 발사 각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피홈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트리플A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도입하며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었고 KBO리그는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며 투고타저 흐름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홈구장 역시 홈런 억제력이 어느 정도 있는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의 존재는 가뇽에게 호재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최근 2년간 제구력이 더 개선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트리플A에서 공인구 변화로 투수에게 불리한 시즌이었지만 2019시즌 2.33이라는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처음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던 2018시즌에도 볼넷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가뇽은 기존 9이닝당 3개 정도였던 볼넷을 2개 전·후로 낮췄다. 제구에 자신이 더 붙은 이 시점에서 새로운 리그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더욱 잘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애써 가다듬은 제구력과 스트라이크 존 활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차이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

 

양현종 이외 확실한 선발 자원이 없는 KIA는 변수가 많다. 이번 시즌 4~5선발을 맡게 될 이민우, 임기영, 홍상삼이 최근 2년간 합작한 퀄리티 스타트는 6개로, 10개 구단 4~5선발 가운데 최하위다. 브룩스와 가뇽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다.

 

2017시즌 우승 후 2년간 하락세를 보인 KIA는 2019시즌 이후 변화를 택했다. 구단의 첫 외국인 감독 선임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선수와 일본 리그의 구애를 받던 투수를 영입한 것은 지난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가뇽은 지난해 KIA 외국인 투수진의 악몽을 지워낼 수 있을까? 이러한 KIA의 기대에 가뇽은 부응할 수 있을까? 선발 트로이카를 완성해 달라는 임무를 받은 가뇽이 투 피치 투수의 약점을 극복하고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wOBA : 안타, 볼넷, 홈런 등 각 이벤트의 득점 가치를 매겨 타자의 생산력을 평가하는 지표. xwOBA는 타구 속도, 발사 각도 등 타구의 질을 통해 계산한 wOBA다. [본문으로]
  2.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3.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4. Edge% :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 구사율 [본문으로]
  5. FIP : 탈삼진, 사사구, 피홈런으로 계산한 평균자책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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