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⑨] 키움 히어로즈 - 테일러 모터 (Taylor Mo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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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키움 히어로즈 타선의 중심에는 홈런왕(33홈런) 박병호가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곁에서 타점왕(113타점) 제리 샌즈가 박병호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였기에 키움은 KBO리그 정상권을 다툴 수 있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키움의 공격력은 이정후-박병호-샌즈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클린업 트리오의 엄청난 파괴력 덕분이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이 5할에 육박하는 샌즈는 기대대로 파괴력을 과시했고 주전 우익수로 수비 활약도 해주면서 팀의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KBO리그 정상급 성적과 성실성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으며 샌즈는 시즌 중에도 해외 리그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고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하면서 키움과의 인연은 결국 2년으로 끝났다.

 

샌즈의 이탈은 단순히 타선에서의 결정력뿐이 아니라 수비-주루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인 무결점 야수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부담스러운 과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했지만 키움 구단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샌즈와의 결별 소문이 돌기 시작한 12월 초 새로운 외국인 계약 협상에 들어갔고 영입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애초 플랜A였던 패트릭 키블러핸(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있었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자 곧바로 흙 속의 진주로 판단한 카드로 선회해 35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장발의 금발머리가 인상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 테일러 모터였다.

 

키움은 샌즈의 대체 선수로 모터를 영입했다. 샌즈는 지난 2019시즌 WAR 6.16으로 역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다. 과연 모터는 팀에 6승을 가져다준 선수를 대체할 수 있을까?

 

- 이름 : 테일러 모터 (Taylor Davis Motter)

- 생년월일 : 1989년 9월 18일

- 국적 : 미국

- 포지션 : 내야수 · 외야수 (우투우타)

- 신장 : 185.4cm

- 체중 : 88.4kg

- 트위터 : https://twitter.com/taylormotter7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aylormotter/

 

- 배경

플로리다 출신인 모터는 2008년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에 진학했다. 모터가 있던 3년간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은 미국 대학 야구 리그(NCAA)에서 승률 0.758(144승 46패)를 기록했다. 특히 2009-2010시즌에는 승률 1위를 차지했다.

 

모터는 3년간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643타수 홈런 18개, 타율 0.303 출루율 0.405 장타율 0.482를 기록했다. 대학 시절 3할 타율을 넘기며 정확성은 보였지만 대학 리그 3년 통산 홈런 18개에서 알 수 있듯 파워가 강점인 타자는 아니었다. 당시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춘 2루수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올스타 2루수로 선정됐던 토미 라 스텔라(LA 에인절스)였다.

 

대학에서 세 시즌을 보낸 모터는 블레이크 스넬(탬파베이 레이스)과 제이크 파리아(밀워키 브루어스) 등을 뽑았던 2011시즌 드래프트에서 당시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이 이끌던 탬파베이 레이스에 17라운드 전체 540순위로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로 향했다. 하지만 낮은 순번 지명에다가 대학도 중간에 나왔던 터라 루키리그부터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루키리그에 입성한 모터는 첫 두 달간 루키리그에서 타율 0.323 출루율 0.436 장타율 0.481 4홈런 23타점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며 마지막에는 싱글A까지 입성하는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직후 이어진 시즌에서는 타율 0.244 출루율 0.357 장타율 0.363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인정받아 다음 시즌 상위 싱글A에서 활약한 모터는 타율 0.294로 컨택 능력을 입증하며 2년 차 징크스를 완전히 털어내는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맡기 시작하며 일찌감치 유틸리티의 길로 접어들었다.

 

1년마다 레벨을 올려온 모터는 내야수로 입단해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세 번째 시즌이던 2014년 더블A로 배정을 받았고 여기서도 타율 0.274 출루율 0.326 장타율 0.436라는 괜찮은 비율 스탯과 16개의 홈런을 터트리면서 눈도장을 쌓았다. 15개 도루를 기록한 것은 덤이었다.

 

여세를 몰아 2015시즌 트리플A로 승격한 모터는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 출루율 0.366 장타율 0.471 14홈런 72타점 26도루로 업그레이드된 활약을 보이며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실제 콜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OPS 히터로 처음 0.837의 OPS를 기록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표.1|테일러 모터의 주요 타격 기록

 

그리고 2016년 5월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감격을 누렸지만 33경기에서 OPS 0.590에 그치며 전반적인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트리플A에서도 타율 0.229 출루율 0.297 장타율 0.389로 크게 떨어지면서 삐걱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탬파베이는 시즌 후 모터를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하면서 유망주를 받는 것으로 인연을 정리했다.

 

이듬해 시애틀에서 모터는 92경기에 출장하며 데뷔 이후 가장 많은 메이저리그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OPS 0.538로 타격에서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격수를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으로 플레잉타임은 얻었지만 메이저리거로 롱런할 가능성은 키우지 못했다.

 

그다음 시즌이었던 2018시즌에는 트리플A에서마저 1할대 타율로 허덕였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의 생존 희망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말았다. 이 시기 도미니칸 윈터리그 참여 도중 얼굴에 공을 맞으면서 자신의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모터는 2018년 5월 DFA[각주:1] 된다.

 

2019시즌을 앞두고는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모터는 결국 독립리그까지 밀려났다. 독립리그에서 타율 0.282 출루율 0.396 장타율 0.496라는 성적을 내며 2019년 11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더블A 구단인 미들랜드 락하운즈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모터의 타격에서 장점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독립리그 활약을 통해 부상과 이에 따른 트라우마를 극복한 점이 입증됐고 모터를 눈여겨봐 왔던 키움 스카우트가 윈터리그 때 직접 경기에 참관해 모터의 실전 스윙을 확인하고 합격점을 내렸다. 최근 2년간 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모터는 2020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저 연봉인 35만 달러를 받고 키움에 입단한다.

 

- 스카우팅 리포트

전반적인 느낌은 삼성 라이온즈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와 유사하다. 과거처럼 자신의 가치를 파워로 입증하는 거포 유형이 아니며 그 대신 평균을 웃도는 정확성에 전반적으로 야수들에게 요구하는 여러 능력치를 일정 수준 이상 갖춘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삼성의 살라디노 활용 계획과 비슷하게 키움 또한 주전 3루수 공백을 감안해 모터를 후보군에 포함시켰고 최종 계약에 이르렀다.

 

표.2|테일러 모터와 타일러 살라디노의 타격 성적 비교

 

타격 스타일 또한 살라디노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모터 또한 장타력이 강점인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구안 능력을 갖춘 타자로 통산 타석당 볼넷 비율이 10%를 상회한다. 삼진도 좀처럼 당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닮아있다.

 

다만 더블A 때의 부진을 제외하면 한 시즌 타율 0.270 이상을 언제든 기대할 수 있던 살라디노와 달리 모터는 타율에서 큰 장점이 없다. 모터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타격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가능성을 보였으나 2018년부터는 마이너리그에서도 OPS 0.650을 넘기지 못하며 부진했다. 이외에 볼넷 비율도 다소 뒤처졌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의 타격만 비교하자면 살라디노의 하위 호환 격이라고 볼 수 있다.

 

표.3|테일러 모터의 2015~2019시즌 OPS 성적

 

키움 김치현 단장은 최근 2년간 모터가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은 원인이 부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얼굴에 공을 맞은 트라우마 때문에 본인의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터가 타격 슬럼프를 겪기 시작한 시점은 사고 이전부터다. 공을 맞은 것은 2018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후지만, 모터는 2018시즌 마이너리그에서 88경기 OPS 0.629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최근 2년간 모터의 타격 성적이 떨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타격 스타일 변화에 있었다.

 

표.4|테일러 모터가 생산해낸 타구 종류 비율

 

모터는 메이저리그에서 패스트볼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모터의 타구 종류를 보면 뜬 공 타구 비율이 높다. 변화구 타격 포인트는 비교적 맞췄지만, 변화구보다 상승 무브먼트를 가진 패스트볼은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뜬 공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구종 역시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이에 모터는 2018년부터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패스트볼 대응은 좋아졌지만, 변화구 대응이 나빠졌다. 떨어지는 무브먼트를 가진 변화구에 타격 포인트를 맞추지 못해 땅볼 타구 비율이 높아졌다. 표본은 적지만, 오프 스피드 구종의 땅볼 비율은 2017년 38.1%에서 2018년 100%(6개)로 급증했다.

 

또한 모터는 당겨 치는 성향이 강했던 타격을 컨택 위주로 바꿨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모터가 평균 수준의 파워를 갖고 있으나, 스윙이 너무 크고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모터는 2018년부터 스윙 빈도를 줄이고 당겨 치는 성향 역시 줄였다. 그 결과 배트에 공을 맞히는 빈도는 높아졌지만, 질 좋은 타구(Flare/Burner, Solid, Barrel)가 줄어들고 빗맞은 타구(Weak)만 늘어났다. 결국 2018년 OPS는 0.472까지 떨어졌다.

 

표.5|테일러 모터의 연도별 당겨치는 타구와 땅볼/뜬공 비율

 

이런 시도는 성적 하락뿐 아니라 타격감까지 잃게 했다. 모터의 마이너리그 땅볼 비율 및 뜬 공 비율은 2018년 이후로 크게 오락가락했다. 50%를 넘기던 당겨 치는 타구 비율 역시 매우 감소했다. 본인의 타격 스타일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모터의 타격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꼽자면 준수한 선구안이다. 모터는 프로 지명 당시부터 선구안이 좋다고 평가받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모터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격 슬럼프를 겪은 2018년 이후로도 모터의 준수한 선구안은 유지됐다.

 

사진|테일러 모터의 홈런 (출처.MLB PARK)

 

주루는 평범한 수준이다. 준수한 도루 능력 또한 강점으로 꼽을 수 있겠으나 실패가 적지 않은 것이 흠이다. 2012시즌 싱글A에서 24도루/12실패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도루 감각이 좋지 않은 시즌들이 몇 차례 있었다.

 

특히 최근 마이너리그 세 시즌으로 좁히면 17도루를 기록할 동안 11개의 실패를 기록했었던 바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도루 능력에 비해 주루 수치가 좋지 못해(통산 BsR -0.2) 대도 이미지가 희석되는 모습이 있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80%를 상회하는 도루 성공률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모터의 감퇴한 주력이 메이저리그 중·하위권 수준임을 고려하면 느린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다.

 

표.6|테일러 모터의 통산 수비 기록

 

모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다. 수비력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수준이다. 포수를 제외한 모든 수비 포지션에서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입 후 키움 구단 측에서도 강조를 할 정도로 수비에서 경쟁력을 갖췄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성장을 기대받았던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리 긴 기간 활약하지 않았음에도 출전 포지션별로 최소 70이닝 이상을 출장하는 등 유틸리티 역할을 수행해 왔다. 들쭉날쭉한 리그 이동과 더불어 여러 포지션까지 오갔음에도 DRS(Defensive Run Save)나 UZR(Ultimate Zone Rating) 같은 수비 지표에서 모두 평균 수준을 유지한 면은 인상적이다.

 

사진|테일러 모터의 호수비 (출처.MLB PARK)
사진|테일러 모터의 호수비 (출처.MLB PARK)

 

모터는 병살 플레이, 실책, 수비 범위, 송구 부문에서 모두 -2~+2점 사이를 기록했다. 특출 나지는 않지만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0점의 기준이 메이저리그임을 생각하면, KBO리그에서 모터의 수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타격에서 벽에 부딪힌듯한 모습을 보인 탓에 탬파베이도 빠르게 포기했고 최종적으로도 생존에 실패했다. 수비나 주루 등 다른 툴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어딘가 어중간한 느낌도 함께 주는 선수였다고 볼 수 있다.

 

모터는 키움에 필요한 선수였을까?

 

키움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테이블 세터와 클린업 트리오(서건창,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샌즈)를 가진 팀이었다. 이 중 샌즈가 떠나면서 5번 타순에 설 새로운 타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모터는 공격보다 수비가 좋은 선수다. 키움도 모터의 타격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김치현 단장은 모터를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영입한 선수”라며 “타율 2할 8푼, 홈런 15개 정도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샌즈가 기록한 성적(타율 0.305 홈런 28개)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모터는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키움 손혁 감독은 모터를 3루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키움 투수진의 땅볼/뜬 공 비율은 1.12로 리그 2위다. 3루수 모터는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진에 안정감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키움의 모터 영입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키움 3루수들의 WAA(수비 승리 기여도)는 리그 2위다. 그리고 키움에는 5번 타순을 소화할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포수 이지영(2019시즌 OPS 0.632), 2루수 김혜성(2019시즌 OPS 0.691), 확정되지도 않은 주전 외야수 2명은 5번 타순을 맡기에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에 필요한 외국인 선수는 수비형 내야수가 아닌, 붙박이 5번 타자로 활약할 공격형 타자였다.

 

- 전망

키움은 3루수로 활용 가능한 내야수 모터를 영입했다. 약점을 메우기 위한 영입이지만 지난해 모터가 더블A 레벨에서마저 고전한 점이 가장 우려된다.

 

후보풀이 넓은 코너 외야를 놔두고 쓸만한 선수가 적은 3루수 중 선수를 선택했다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혹여 실패할 경우 따르게 될 비판과 지출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선수 운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위험 부담에도 모터를 영입한 것은 그만큼 키움 측의 자신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선수 본인이 자신에 대한 우려를 실력으로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진|테일러 모터의 타격 히트맵

 

눈 야구가 가능한 타자라 KBO리그 특유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공을 차분히 지켜보고 자신의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빠르게 확립한 필요가 있다. 타격에서 장점이 뚜렷하지 않은 모터가 낯선 스트라이크 존에 혼란까지 겪는다면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스프링캠프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홈구장인 고척돔의 환경은 모터의 타격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모터는 마이너리그 9시즌 동안 총 81개의 홈런으로 파워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스피드를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타자다. 고척돔은 홈런은 많이 나오지 않는 대신 2, 3루타를 많이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척돔 홈런 팩터는 첫 해 940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8-900대가 나올 정도로 KBO리그에서 최하위권을 다퉜다. 반면 2루타와 3루타는 꾸준히 기준인 1,000 이상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3루타는 한 시즌 1,200 이상도 기대할 정도로 잘 나오는 구장이다. 올 시즌 모터가 홈구장의 이점을 안고 누상을 누비며 상대를 압박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테일러 모터의 타구 발사 각도

 

하지만 수비에서는 반대다. 수비력에 주안점을 둔 영입이라 알 수 있듯, 고척돔 내야수들에게 가는 수비 부담은 상당하다. 유일한 인조잔디 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모터는, 천연잔디와 확연히 다른 인조잔디 홈구장의 땅볼 타구에 적응하는 것도 시즌 초 숙제로 주어질 것이다.

 

탬파베이 시절 트로피카나 필드를 누비며 인조잔디에 대한 경험을 쌓은 건 다행스러운 점이지만, 이미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지났다. 거기에 과거와는 다른 인조잔디 돔구장에서 외야수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천장 로컬룰 등도 새로 숙지해야 한다.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유틸리티로 활용할 경우 비슷한 역할이 기대되는 살라디노보다도 수비 부담이 더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 부분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타점왕에 오른 샌즈가 일본 프로야구로 떠나자 키움은 고심 끝에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우익수 대신 고민이던 3루를 보강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기존 타자들의 화력을 믿고 내야 수비 고민을 덜어낸다는 복안 하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력을 검증받은 모터를 영입했다.

 

모터의 수비는 뛰어나다. 선구안과 파워도 준수하고, 2년 전까지는 마이너리그 수준에서 타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위해 타격 스타일을 바꾸며 본래 능력까지 잃고 말았다. 모터가 2년 전 본인의 스타일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물론 만 30세 선수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과연 모터는 키움 팬들의 머릿속에서 샌즈의 이름을 지워낼 수 있을까.

 

모기업이 없는 구단 특성상 가성비를 철저하게 따지는 키움은 현재 팀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최소의 비용으로 채우며 올 시즌 우승 도전을 위한 큰 그림을 완성했다. 총액 35만 달러로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최저 연봉인 모터가 구단의 의도를 최대한 구현하며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DFA (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 양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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