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②] SK 와이번스 - 브록 다익손 (Brock Dykxho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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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 와이번스는 가을야구에서 수차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제압하며 업셋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극적인 장면의 대부분은 SK의 팀 컬러인 홈런포 의해 나왔지만, 탄탄한 투수진의 존재가 가을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2015시즌 이후 4년간, SK는 에이스 외국인 투수였던 메릴 켈리(Merrill Kelly)가 마운드를 이끌었다. 전반기 KBO리그 데뷔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었지만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SK는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의 아쉬운 이별을 겪었다. 먼저 트레이 힐만(Trey Hillman)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미국 복귀를 선택했고, 이어 켈리가 메이저리그(MLB) 무대로 금의환향했다.

 

이전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어린 나이에 SK로 건너와 에이스로 성장한 켈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1988년생인 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이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가 탄탄했고, 20대 중·후반으로 젊었으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던 투수였다.

 

2015시즌 이후 켈리는 기대했던 모든 것을 충족시키며 성장했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원하고 있던 켈리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계약 기간 2년 500만 달러+2년 구단 옵션)을 받으며 결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손을 잡았다.

 

메이저리그로 떠난 켈리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노력한 SK는 얼마 지나지 않아 켈리와 비슷한 경력의 젊은 투수 브록 다익손(Brock Dykxhoorn)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만 24세의 어린 나이에 KBO리그로 건너온 다익손은 한솥밥을 먹게 된 팀 동료 제이미 로맥(Jamie Romak)과 같은 캐나다 출신이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캐나다 출신으로서는 5번째다. 공교롭게도 둘은 가까운 고장 출신이고, 함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캐나다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인연도 있는 친밀한 사이다.

 

다익손이 어린 나이에 한국 무대 진출을 마음먹은 데에도 로맥의 한국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SK와 팬들은 만 25세 시즌을 맞는 다익손이 ‘제2의 켈리’가 되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이름 : 브록 데이비드 다익손 (Brock David Dykxhoorn)

- 생년월일 : 1994년 7월 2일

- 국적 : 캐나다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205cm

- 체중 : 117kg

- 프로 지명 : 2014 드래프트 6라운드 166순위 휴스턴 애스트로스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dykx/

 

- 배경

 

온타리오주 가더리치(Ontario Goderich) 출신의 다익손은 세인트 앤스 카톨릭 세컨더리 스쿨을 졸업한 201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상대적으로 하위인 라운드인 20라운드 전체 622순위라는 낮은 순번에 신시내티 레즈에 지명됐다. 다익손이 고등학교까지 아이스하키에 주력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다익손은 신시내티의 지명을 거부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하며 4년제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West Virginia University)에 입학한다. 하지만 다익손은 빠른 프로 진출을 원했고 1학년을 마친 2014년, 센트럴 애리조나 주니어 칼리지로의 전학을 결정했다.

 

2학년 때의 다익손은 14경기에 선발로 나서 2번의 완투승을 포함해 9승 4패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던 2014년 6월이 가까워질수록 좋은 투구를 선보였고, 꾸준하게 9이닝당 1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다익손은 고교 시절 보다 높게 평가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익손은 첫 드래프트보다 14라운드나 이른 6라운드 전체 166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한다.

 

표|브록 다익손의 마이너리그 투구 성적

 

2015년부터 팀의 산하 싱글A에서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기 시작한 다익손은 2016년 하이 싱글A, 2017년 더블A를 거쳐 2018년 트리플A에 도달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다익손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어린 나이에 좋은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다익손은 메이저리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팬들에게도, 심지어 휴스턴을 응원하는 팬에게도 다소 낯설 수 있는 이름이다. 팀 내에서 상위 유망주로 분류되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 입단 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휴스턴의 탄탄하고 풍족한 투수 유망주들 사이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임자인 켈리가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그랬던 것과 비슷하다.

 

휴스턴 산하 더블A에서 다익손을 지도했던 오마르 로페즈(Omar Lopez) 감독은 다익손을 매우 영리하고 열린 사고를 가진 선수라고 평했다. 실제로 다익손은 평균 학점 4.0의 빼어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학생이었고 프로에 와서도 코치나 분석 팀의 조언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였으며 긍정적인 사고로 개선할 점을 찾아 마운드에서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런 다익손이 일찌감치 켈리와의 작별을 준비하며 ‘제2의 켈리’를 찾아 헤매던 SK 프런트에게 낙점 받았다. SK와 총액 70만 달러(약 9억 3,000만 원)에 계약한 다익손은 캐나다 청소년 대표 시절 밟았던 한국에 프로 선수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 스카우팅 리포트

 

우완 투수인 다익손의 최대 장점은 압도적인 하드웨어다. 다익손은 신장 203cm 체중 113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 현재 KBO 전체 선수 중 가장 키가 크다.

 

지금껏 KBO리그를 찾은 외국인 선수 중 더스틴 니퍼트(Dustin Nippert), 크리스 볼스테드(Chris Volstad), 앤서니 레나도(Anthony Ranaudo)에 이은 네 번째 2미터 이상 선수다.

 

다익손은 하드웨어만 보면 높은 타점에서 공을 뿌리는 오버핸드 딜리버리의 투수일 것이라 예측하기 쉽다. 하지만 다익손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 팔각도에서 공을 뿌리는 선수였다.

 

프로에 입성한 이후 팔각도가 조금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스리쿼터 딜리버리에서 투구를 한다. 다익손의 투구폼은 서양권 투수들에게 종종 볼 수 있는 투구폼으로, 상당히 정석에 가까운 폼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구위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KBO리그에서라면 이 신장상의 이점이 무기가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다익손은 대학 시절부터 일관된 투구 동작과 팔스윙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마이너리그 통산 BB/9(9이닝당 볼넷 개수)이 2.6개에 불과하다.

 

2017년과 2018년 더블A에서 각각 3.93개, 3.62개의 BB/9을 기록하며 제구가 흔들리는 듯 했지만, 상위 레벨인 트리플A에서는 BB/9 1.94개를 기록하며 제구에 있어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어 부상 우려도 적은 편이다. 대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던진 덕분에 어깨를 혹사하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덩치가 커서 디셉션도 좋은 편이다. 여기에 높은 킥 동작, 그리고 팔을 접어서 가져가는 백스윙을 통해 디셉션을 강화했다. 그러나 투구 익스텐션은 다익손의 신장에 비해 상당히 짧아 보인다.

 

뛰어난 디셉션 능력에 힘입어 탈삼진 능력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다. 마이너리그 통산 K/9(9이닝당 탈삼진 개수)은 7.9개이며, 2014년 루키 레벨에서는 10.3개의 K/9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익손의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구속 89~91마일(약 143.2~146.4km/h), 최고 구속 93마일(약 149.6km/h) 정도로 형성된다. 여기에 82~84마일(약 131.9~135.1km/h)의 슬라이더, 체인지업, 74마일(약 119km/h) 커브 3가지 구종을 구사하며 일반적인 우완 투수처럼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주로 활용하지만 그 빈도가 많지 않았다.

 

반면, 커브는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구사했다. 하지만 다익손의 커브는 각이 상당히 작으며 손에서 빠지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다익손은 전체적으로 변화구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펼친다.

 

입단 당시 커맨드만 좋아진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구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받았던 포심 패스트볼은 예상만큼 위력적인 구종이 되지 못했다.

 

무브먼트가 다소 적은 편이고, 미국에서는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리그 수준 조정을 통해 구속과 구위가 상대적으로 상향되는 만큼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입단 당시 평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일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는 보조 구종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가다듬으며 트리플A까지 승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이와 신장을 떠나 성적만 놓고 보면, 다익손은 KBO리그에 찾아올 법한 평범한 경력을 지닌 투수다. 뛰어난 스터프를 지니지 못한 탓에 그리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도 못했다. 지난 3년간 58번의 선발 등판에 나서면서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이 단 15번(퀄리티 스타트 14번)뿐이다.

 

그의 마이너리그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시즌은 커리어 로우인 2016시즌이다. 이 시즌을 제외하면 다익손은 프로 무대에서 한 해 동안 10개 이상의 홈런을 허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타자 친화적인 리그와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의 이중고를 맞이한 다익손은 이 해에만 21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그 중 홈에서 허용한 홈런이 17개였다. 타자친화적인 KBO리그 그리고 홈구장 인천 SK 행복드림구장과의 궁합에 대해 우려를 남기는 대목이다.

 

표| 브록 다익손의 9이닝당 탈삼진과 허용 타구 기록

 

다익손은 지난해 5월 휴스턴의 마이너리그 선수를 다루는 유명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스틴 벌랜더(Justin Verlander)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다익손이 벌랜더로부터 참고한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오프 스피드 구종을 어느 카운트에서든 던질 수 있도록 갈고 닦았다. 기존의 패스트볼 위주의 볼 배합을 탈피해 다양한 선택지로 타자에게 혼란을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SK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다익손의 체인지업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SK 합류 이후 오프 스피드 구종으로 스플리터를 장착 중이다. 다익손의 큰 신장을 최대한 활용해보고자 하는 현장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하이 패스트볼 구사율을 높였다. 하이 패스트볼은 통념과는 달리 장타 억제에 효과가 확실한 투구다. 장타를 억제하면서도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하이 패스트볼과 다익손의 투구 스타일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타고투저 추세가 5년 이상 지속된 탓인지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변형 패스트볼로 많은 땅볼을 만들어내는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고 있다. 다익손은 그런 흐름의 대척점에 서있는 투수로, 포심 패스트볼만을 구사하며 내내 1.0 이하의 FB/GB(뜬 공 대비 땅볼 비율)을 기록한 플라이볼 위주의 투수다.

 

다익손은 여기에 IFFB%(인필드 플라이볼 비율)이 아주 높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하이 싱글A에서 더블A, 트리플A로 상대 타자 수준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다익손의 HR/FB(뜬 공 대비 홈런 비율)은 계속해서 낮아졌다. 반면 인필드 플라이와 K/9(9이닝당 탈삼진 개수)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익손의 가장 큰 약점은 좌타자 상대 경쟁력이다. 다익손은 프로 데뷔 이래 좌타자를 상대로 꾸준히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다익손은 고정적이고 한정적인 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을 보인다. 투구 이후 1루 쪽으로 상체가 크게 넘어가는 투구폼을 가지고 있는 다익손은 분명히 좌타자의 몸쪽에 위협적인 패스트볼을 뿌릴 수 있다.

 

그러나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투구하려고 하면 이후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투구 자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다익손의 한정된 로케이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다익손은 좌타자를 상대로 매우 약한 모습을 보였으며 좌·우 타자를 상대할 때의 스플릿 성적 차이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좌타자를 상대할 구질 혹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다익손의 최대 과제다.

 

- 전망

 

SK가 다익손의 영입을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결코 성급하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켈리가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일찍부터 밝혀준 덕분에 SK 구단은 한층 빠르게 후임 외국인 투수 물색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당시 단장이던 염경엽 감독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다익손의 투구를 지켜봤고, 휴스턴과 인연이 있던 힐만 감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그렇게 SK는 다익손의 성장세, KBO리그와의 궁합, 적응력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본 다음 잠재력에 확신을 품고 승부수를 던졌다.

 

무명의 마이너리거였던 다익손은 상대적으로 매우 젊은 나이에 한국행을 택했다. 프로 투수로서의 커리어 자체도 아직 짧고, 2m가 넘는 신장과 디셉션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강점이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좌타자를 요리할 구종이 부족하다는 약점도 뚜렷하다.

 

하지만 만 24세의 어린 나이, 노력을 멈추지 않는 향상심,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열린 마음가짐을 겸비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적응에 도움을 줄 동향 출신 로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희망적인 요소다.

 

SK가 처음 켈리를 데려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특별한 점이 없었던 켈리는 KBO리그에서 매시즌 발전을 거듭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과연 향후 SK가 다익손을 얼마나 다듬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다익손이 SK 팬들의 바람대로 ‘제2의 켈리’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벤치마킹한 벌랜더같은 활약을 KBO리그에서 보여주며 켈리의 행로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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