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①] 한화 이글스 - 키버스 샘슨 (Keyvius Sa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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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한화 이글스 선발진의 한 축이 될 키버스 샘슨

2017년 11월 12일 일요일, 2018시즌 KBO리그에 새로 선을 보일 첫 번째 외국인 투수가 확정됐다. 예년과 달리 신속한 행보를 보인 한화 이글스의 키버스 샘슨(Keyvius Sampson)이 그 주인공이다(2015시즌 강정호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했던 투수로 한국 야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한화는 2017시즌 두 명의 외국인 투수에게 무려 330만 달러를 투자했다. 10만 달러당 1승 이상을 거둬주길 바랐던 알렉시 오간도(180만 달러)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 달러)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도합 15승 222이닝 WAR 4.2를 합작하는데 그쳤다.

 

이전까지의 한화 외국인 투수들 보다는 나은 성적이었지만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일찌감치 2018시즌 준비에 들어간 한화의 기조는 ‘리빌딩’이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데도 ‘젊음’이 중시되었다. 샘슨은 1991년생으로 내년에도 만 27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다.

 

계약 규모 역시 7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 연봉 40만 달러)로 비야누에바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지난 2017시즌에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영입 방침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 카드는 즉각적인 전력 증강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국 선수들과 달리 훨씬 더 넓고 많은 선수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는 이런 외국인 선수 자리도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로 채워 당장 다가올 2018시즌보다는 2~4년 뒤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 전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이름 : 키버스 샘슨 (Keyvius N. Sampson)

- 생년월일 : 1991년 1월 6일

- 국적 : 미국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8cm

- 체중 : 102kg

- 프로 지명 : 2009 드래프트 4라운드 114순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samp23/

 

- 배경

샘슨은 오래전부터 KBO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의 레이더에 포착됐던 선수다. 한화 측에서도 지난해 1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영입하려 했었다는 후문을 밝힌 바 있다.

 

꽤 어린 나이에 아시아 리그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 하지만 샘슨은 이미 10년도 전에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었다.

 

샘슨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2006년, 만 15세의 나이로 경찰에 붙잡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어울리던 친구들이 총기를 무단으로 소지하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샘슨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같이 있었던 탓에 범죄 이력이 추가됐다.

 

2주간의 소년원 생활, 그리고 그 뒤에는 퇴학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 어린 나이에 겪은 충격에 샘슨은 야구를 포기할 뻔했다.

 

다행히 친구의 아버지가 법적인 보호자로서 샘슨을 보듬어줬다. 샘슨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마음을 잡았고 이후 다시 야구에 전념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전해진다.

 

지역 최고의 고교 야구 선수가 된 샘슨은 플로리다 주립대(Floria State University)에서 장학금 제의를 받았다. 96마일(약 154.4km/h)까지 나오는 불같은 어깨는 프로 세계에서도 탐낼 정도였다.

 

드래프트 지명을 거부하고 대학에 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2009년 드래프트에서 꽤 상위인 4라운드에서 샘슨을 지명했다. 결국 샘슨은 6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야구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까지 갖춘 샘슨은 지명 당시부터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갖은 굴곡을 넘어 시작한 프로 생활이지만, 2년 차였던 2010년 부상으로 10경기 출장에 그치며 샘슨은 1년 만에 잠시 쉬어가야만 했다.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에 손상이 있었고 투구 동작에 영향을 미쳐 팔꿈치 염증으로까지 번졌던 것이다.

 

다행히 이후에는 별다른 부상 없이 천천히 성장했고 루키리그에서 싱글A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며 무난히 단계를 밟아 나갔다. 2013년에는 더블A에서 19경기(18경기 선발 등판)에 출장해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 프로 데뷔 4년 만에 트리플A 입성에 성공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팀 내 유망주 순위도 9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트리플A 단계에서 벽에 부딪혔다. 트리플A에서 시작한 2014년, 첫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1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팀은 샘슨을 불펜 투수로 기용했다. 강력한 구위는 여전했지만 5년 동안 제구력이 갈피를 잡지 못한 탓이 컸다.

 

표|키버스 샘슨의 프로 통산 투구 성적

 

결국 샌디에이고는 40인 로스터에도 포함시킨 샘슨을 방출하는 강수를 둔다. 방출 없이 마이너리그로 강등할 수 있는 기회가 2년이나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려워 보인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2014시즌 종료 후 샘슨은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다. 신시내티는 샘슨에게 비교적 많은 기회를 줬다. 트리플A 성적(2승 4패 평균자책점 5.08)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로 콜업했고 2015년 7월 30일 메이저리그 데뷔전(구원 등판 1이닝 무실점 2탈삼진)을 치렀다. 이후 샘슨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2015시즌 13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54를 기록했다.

 

2016시즌에는 불펜으로 뛰며 데뷔 시즌보다는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인상적인 성적(메이저리그 18경기 2경기 선발 등판 39.1이닝 평균자책점 4.35)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2016년의 활약은 아시아 구단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2016시즌 트리플A 인터내셔널 리그(IL)에서 거둔 성적은 18경기(9경기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 1.88. 언론에 보도된 대로 한화가 100만 달러를 제시했다는 게 충분히 이해되는 매력적인 프로필이었다.

 

하지만 2017시즌에는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26경기(15경기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마침 마이너리그 옵션도 소진되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고, 샘슨과 계약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구단에 이적료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마련됐다. 결국 한화는 샘슨을 지난해 제시액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잡을 수 있었다.

 

- 스카우팅 리포트

샘슨은 유망주 시절부터 빠르고 강력한 구위를 가진 패스트볼로 주목을 받은 투수다.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구속 93.7마일(약 150.7km/h)의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운동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며 긴 팔을 이용한 투구폼으로 꾸준히 150km/h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패스트볼 외에도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까지 세 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구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선발투수로 성공할 가능성을 가진 투수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커브 조합을,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주무기로 활용하는 구종은 150km/h를 넘나드는 빠른 패스트볼이다.

 

사진|와인드 업 폼으로 던진 키버스 샘슨의 94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사진|세트 포지션으로 던진 키버스 샘슨의 94마일 패스트볼 (출처.MLB PARK)

 

샘슨은 장·단점이 명확한, 한화 팬들에게 익숙한 유형의 프로필을 갖고 있다. 폭발적인 구속과 다양한 변화구를 가졌지만 이 구위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구력이 확실한 단점으로 꼽힌다. 투구폼이 다소 불안정하고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어디서 많이 본 유형이다. 그렇다. 2016년 중반 한화에서 뛴 파비오 카스티요를 연상케 하는 유형이다.

 

다만 완성도를 갖췄을 때의 기대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샘슨은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에서 뽑혔을 만큼 타고난 어깨와 민첩한 운동 신경을 갖췄다.

 

2015년 초반 신시내티가 샘슨을 데려갔을 때는 ‘성공한다면 하위권 신시내티의 선발 로테이션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카스티요보다 선발 경험도 훨씬 많고, 나이도 어린 편이라는 점에서 샘슨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

 

사진|키버스 샘슨의 커브 (출처.MLB PARK)

 

샘슨의 강력한 패스트볼은 KBO리그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70마일 후반대(약 123.9km/h)의 각이 큰 커브는 최근까지도 애용했던 구종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기에는 컨트롤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 사이 80마일 중·후반대(약 138.4km/h)의 슬라이더 사용 빈도를 늘렸다. 체인지업은 프로에 들어와서 빠르게 발전한 구종으로 80마일 초·중반(133.5km/h)의 구속을 갖고 있으며, 스카우트들에게는 샘슨의 변화구 중 가장 호평을 받은 공이다.

 

표|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키버스 샘슨이 던진 구종 (출처.야구공작소)

 

구위 면에서는 KBO리그에서 최상급으로 꼽히기 손색이 없다. 문제는 제구력이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샘슨은 볼넷 허용이 잦은 편이었다. 지난해 한화로부터 100만 달러의 제의를 받았던 것은 마이너리그 통산 4.6개였던 BB/9(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가 3.0개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통산 BB/9 5.2개, 올해에는 타고투저 환경인 트리플A PCL에서 뛰면서 BB/9 6.8개로 볼넷을 남발했다. 볼넷으로 주자를 많이 출루시키다 보니 뛰어난 탈삼진 능력까지 빛이 바랬다. 몸값이 10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로 줄어든 가장 큰 이유다.

 

전임자 오간도, 비야누에바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이었지만, 샘슨은 둘과 달리 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70일 이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로 보냈다. 한화가 2017시즌 투수 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였다.

 

오간도는 영입 전부터 잦은 부상 이력이 걱정거리였고, 비야누에바는 많은 나이(1983년생)에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는데 우려가 있었다.

 

반면 샘슨의 경우 2010년 어깨와 팔꿈치 부상 이력이 있지만, 이후 꾸준히 건강하게 선발로 활약했고, 불펜으로 전향한 최근에도 전문 불펜으로 뛰기보다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히 빠르게 계약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선발로 뛰기 위한 몸을 만들 시간도 충분하다.

 

샘슨은 위력적인 구위, 다양한 구종, 강인한 체력까지 선발로서 필요한 자질은 고루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불펜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이는 제구 난조 때문이지 선발로서 자질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 전망

1991년생인 샘슨은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선수다. 한화의 팀 기조가 리빌딩에 있는 만큼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젊은 선수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샘슨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투수다. 구속이 빠르고 다양한 구종이 있지만 제구 문제가 심각하다. 향후 한화는 장·단점이 엇갈리는 선수들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영입한 뒤 단점을 보완해 미래 주축 전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체 위주라는 평을 들은 샘슨의 투구 동작은 10년 가까운 프로 생활 속에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고 있지만 그걸 몸이 제어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장·단점이 명확한 프로필이야말로 한화가 강조하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정의에 가장 부합할지도 모른다.

 

성장 가능성은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다. 샘슨의 성적은 1년 사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 1년 사이에 주변 구장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 주목해 볼 만하다.

 

샘슨은 6월 초까지 첫 12경기를 PCL 소속 레노에서 뛰었다. 레노의 홈구장은 PCL에서도 극악의 타자 친화적 환경으로 유명하다. 7월부터는 투수에게 좀 더 유리한 뉴올리언스로 이적했지만, 이곳에서는 불펜 위주로 기용됐다.

 

또한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1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수도 있다. 즉, 1년 사이에 성적이 추락한 이유를 환경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샘슨의 반등 가능성을 점쳐 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2018년 만 27세가 된다는 것도 ‘성장’, ‘육성’ 또는 ‘개선’에 좀 더 유리한 부분이다.

 

이 점에서는 KBO리그 선배인 헨리 소사, 레다메스 리즈, 릭 밴덴헐크 등이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세 선수 모두 신체적 전성기인 27~28세에 한국을 찾았고, 마이너리그 시절 구위는 강력했지만 컨트롤이 약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너리그 세부 성적에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볼넷 허용률 기록은 샘슨이 조금 나쁜 편이지만, 탈삼진 능력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괜찮았다.

 

물론 세 선수는 모범 사례이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서 언급한 카스티요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사진|키버스 샘슨의 투구 히트맵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했던 잠재력은 뒤로 미루고 당장 2018시즌 적응 여부만 본다면 역시 관건은 제구다. 샘슨의 투구 히트맵은 상·하보다는 좌·우로 넓게 퍼지는 모양이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좌·우가 넓은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일단 구위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스크라이크 존을 공격적으로 노리며 볼넷 허용을 최소화한다면 리즈나 소사에 가까운 활약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구에 기복이 심한 유형이기 때문에 리그 적응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은 선수 시절 ‘컴퓨터 제구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제구가 좋았던 투수였다. 두산 베어스 코치 시절에는 제구 난조로 고전하던 김강률, 함덕주 등의 컨트롤을 안정시키며 A급 투수로 도약시켰다. ‘용덕 매직’이 샘슨에게도 통한다면 한화는 암흑기를 마감할 젊은 에이스를 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자신 있게 꺼내든 샘슨 카드가 성공한다면 한화는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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