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⑯] KT 위즈 - 돈 로치 (Donn Ro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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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수’ 재미 못 본 KT 위즈, 저니맨 생활 청산하고 KBO리그 문을 두드린 돈 로치는 다를까?

1군 진입 후 2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겪은 KT 위즈가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KT가 열 번째로 선택한 외국인 투수는 올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도 올랐던 돈 로치(Donn Roach).

 

KT는 지난 11월 7일 로치와 계약금 포함 총액 85만 달러에 계약했다. KT 임종택 단장은 “꾸준히 지켜봤던 젊은 선수로 적응만 잘한다면 2017시즌 2선발을 확실히 맡아줄 것을 기대한다”는 영입 이유와 함께 에이스급 투수를 추가 영입할 계획도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신생 구단 혜택을 받던 KT는 1군 2년 차인 2016시즌까지 외국인 선수를 4명까지 보유할 수 있었지만 2017시즌부터는 타 구단과 동일하게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3인으로 줄어든다. 외국인 투수를 추가 영입한다면 올 시즌을 함께 한 트래비스 밴와트, 라이언 피어밴드, 조쉬 로위와는 모두 결별하게 된다.

 

지난 2년간 외국인 투수 영입에 있어 소극적인 투자로 일관하던 KT는 로치에게 구단 외국인 선수 중 최고액인 85만 달러를 투자하며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의 열 번째 외국인 투수가 된 로치는 투자에 걸맞은 활약을 보일 수 있을까? 로치가 어떤 투수이고 과연 2선발급 활약을 보일만한 투수인지 그의 과거를 살펴보자.

 

 

- 이름 : 돈 로치 (Don Mitchel Roach)

- 생년월일 : 1998년 12월 14일

- 국적 :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3cm

- 체중 : 88kg

- 프로 지명 : 2010 드래프트 3라운드 115순위 LA 에인절스

- 트위터 : https://twitter.com/donnroach

 

- 배경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출생인 로치는 비숍 고먼(Bishop Gorman) 고등학교 시절 3연속 주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8년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에 40라운드 1,219순위로 낮은 순번에 지명되자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대학에서의 첫 해는 매우 좋지 못했다. 고교 시절 최고 95마일(약 152.8km/h)까지 나오던 구속이 애리조나(Arizona) 대학에 입학한 첫 해에는 86-88마일(약 138.4-141.6km/h)대로 급락하며 1승 4패로 부진했다. 41이닝을 던지며 삼진 22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22개나 내줬으며 평균자책점은 무려 7.84였다.

 

불안했던 팀 내 입지에 투구 이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던 로치는 다음 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와 함께 서던 네바다(Southern Nevada) 대학으로 전학을 한다.

 

4년제인 애리조나 대학교와는 달리 서던 네바다 대학은 2년제였기에,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프로 지명을 다시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로치의 작전은 완벽히 성공한다. 111.1이닝 동안 2.67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12승 3패를 기록했고 팔각도를 교정한 로치는 14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단 26개의 볼넷만 내주면서 나아진 커맨드[각주:1]도 보여줬다. 게다가 당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하퍼를 보러 수많은 스카우트들이 파견된 덕분에 로치는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더 많이 끌 수 있었다.

 

이후 고교 시절의 구속을 회복한 로치는 2010년 드래프트에서 다시 에인절스에 3라운드 전체 115순위로 지명되었고 26.1만 달러에 계약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을 루키리그에서 보낸 로치는 16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6.04로 부진했다. 그러나 이는 불운이 낳은 결과였으며 볼넷/삼진 비율은 꽤 좋았다.

 

다음 해 로우 싱글A로 승격된 로치는 불펜 투수로 45경기 출장하며 5승 5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고 투구폼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을 받으며 2010-11시즌 에인절스 유망주 랭킹 20위권에 랭크, 향후 메이저리그 중·하위 선발투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투수로 평가받았다.

 

2012년 다시 선발투수로 복귀한 로치는 하이 싱글A에서 41.2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29개를 기록하는 동안 단 3개의 볼넷만을 내주며 팀 내 유망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즌 중 에인절스가 어네스토 프리에리(에인절스 이적 후 23세이브 기록)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영입하면서 내야수 알렉세이 아마리스타(메이저리그 606경기 출장)와 함께 샌디에이고 산하 구단으로 팀을 옮기게 된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에도 하이 싱글A에서 뛰며 8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1.74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고 6월에는 더블A로 승격되어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59로 만족스럽게 시즌을 마쳤다. 2012시즌 전체 성적은 18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으며 팀 내 유망주 랭킹도 19위까지 올라갔다.

 

2013시즌에도 더블A에서 28경기 8승 12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로치는 2014시즌 스프링캠프에서 8경기 평균자책점 3.00으로 눈도장을 찍으며 트리플A를 건너뛰고 마침내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두 달 동안 한 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16경기에 출전, 30.1이닝을 책임졌지만 1승 평균자책점 4.75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로치는 시즌 중반 트리플A로 강등 통보를 받는다.

 

특히 이전까지 강점이었던 커맨드가 흔들리면서 다수의 볼넷을 허용했고, WHIP도 1.68까지 올라갔다. 4점대 중반의 9이닝당 볼넷 허용률(BB/9)은 마이너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로치는 19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5.26으로 부진하며 다시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지 못했다.

 

표|돈 로치의 프로 통산 투구 성적

 

결국 샌디에이고는 2014시즌이 끝난 후 로치를 지명할당(DFA)했다. 그러나 열흘 뒤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고 2014년 6월 메이저리그 승격과 함께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었으나 3.1이닝 동안 8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2015시즌에는 단 1경기의 메이저리그 등판에 그쳤고 계속해서 트리플A에 머물렀던 로치는 이후 여러 팀을 전전하게 된다. 시즌 중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2015년 7월에는 신시내티 레즈, 8월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또다시 이적했지만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는 얻지 못하고 이내 곧 방출당했다.

 

2015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로치는 같은 해 12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지만 2016시즌에도 메이저리그 출장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이듬해 6월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그리고 9월에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로치를 웨이버 클레임 했지만 안타깝게도 비슷한 결과였다.

 

로치가 아시아 시장을 노크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최근 2년간 6개 팀을 전전하면서도 메이저리그에서 자리 잡을 기회를 얻지 못한 로치는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팀이 계속 바뀔지 모르는 상황보다는 미국을 떠나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원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구단이 로치에게 오퍼를 했고, 2016년 11월 85만 달러의 연봉에 KT의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KT에서 로치는 피어밴드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 스카우팅 리포트

로치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이다. 로치는 에인절스 마이너리그 시절, 뜬 공의 3배가 넘는 땅볼 유도 비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 비율 역시 67.1%로 매우 높다(2016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땅볼 비율 44.7%).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땅볼 비율이 제일 높았던 투수는 60.1%를 기록한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 블루제이스)이었다는 점을 보면 로치의 땅볼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감이 올 것이다.

 

로치가 이렇게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88-91마일(약 141.6-146.4km/h)대에 형성되는 싱커다. 우완 정통파인 로치의 빠른 공은 싱커에 가깝다. 횡무브먼트도 꽤 좋은 편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싱커의 비중이 63.2%에 달하며 포심 패스트볼은 10% 정도로 그리 많이 던지지 않았다.

 

하나 눈여겨볼 점은 2016년의 구속이 2015년에 비해 2km/h 가까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구속 향상에 대해 로치는 과거 릴리스 포인트의 위치가 싱커의 무브먼트를 살리는 데에 맞춰졌다면 지난해에는 의식적으로 팔을 몸 앞쪽에 두고 던지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로치의 싱커는 평균 91마일(약 146.4km/h)에서 최고 94마일(약 151.2km/h)까지도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진|돈 로치의 피칭 히트맵. 우타자 몸쪽과 낮은 로케이션에 투구가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로치의 땅볼 유도 능력은 싱커와 더불어 낮은 곳으로 공을 잘 꽂아 넣는 로케이션 덕분이기도 하다. 로치의 투구 히트맵을 보면 낮은 로케이션에 투구가 집중되어 있다. 싱커와 낮은 로케이션의 조합이 수많은 땅볼을 유도해 낸 것을 로치가 허용한 타구 각도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찔러 넣을 배짱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볼넷 억제력에는 확실한 장점을 보인다. 구위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공략하는 투구를 하면서 볼넷을 많이 허용했지만(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 4.15개)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을 수 있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제구에 강점을 보였다(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 2.32개).

 

삼진율이 굉장히 낮다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구속의 상승과 더불어 조금은 오르는 모습을 보였고(9이닝당 탈삼진 개수 2015년 3.3개, 2016년 5.4개) 땅볼 유도 덕분인지 평균자책점 또한 나쁘지 않았다.

 

사진|돈 로치의 타구 허용시 발사 각도. 뜬공 비율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싱커와 더불어 주로 던진 구종은 유망주 시절 슬러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75마일(약 120.7km/h)대 커브다. 비중은 20.5%로 싱커와 합하면 83.7%에 이른다.

 

이외에도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던진다. 두 구종 모두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싱커와 좋은 조합을 이룬다. 유망주 시절에는 스플리터 역시 좋은 구종으로 평가받았고 2016년에는 특히 스플리터의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커브를 더 많이 던지지만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스플리터의 비중이 꽤 높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거의 던지지 않았지만 KBO리그에서는 스플리터와 체인지업 역시 시험해 볼 가능성이 있다. 스플리터 지도에 정평이 난 KT 정명원 투수코치와의 궁합이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불안요소는 없지 않다. 우선 지난 시즌 상승한 빠른 공의 구속이 계속 유지가 되어야 한다. 시범경기에서 140km/h 초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금 구속이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로치가 땅볼 투수라는 사실이다. 여느 팀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KT는 최근 2년간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었다. 정현, 김사연, 심우준 같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출장해야 하는 내야에서 수비가 흔들린다면 높은 땅볼 유도율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스타일인 로치가 무너질 수도 있다.

 

로치는 신장이 큰 것도 아니고, 윽박지르는 강속구나 네다섯 가지의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더블A에 올라온 2012년 이후 그의 삼진율은 리그 평균에 한참 모자란다. 로치의 프로 생활은 저니맨 생활의 연속이었고, 매번 아슬아슬하게 40인 로스터 마지막 자리를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수차례 지명할당을 겪으면서도 늘 불러주는 팀이 있었다는 사실은,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로치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 전망

아킬리노 로페즈 이후 싱커볼러 외국인 투수들은 KBO리그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 했다. 최근 외국인 투수 영입 트렌드는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리그 환경과 스트라이크 존 영향을 많이 받는 컨트롤과 무브먼트형 투수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구속+구위형 투수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KT의 로치 영입은 최근 트렌드와는 배치되는 선택이다.

 

특히 리그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가 역대 최고(2016시즌 BABIP 0.331)를 기록하고 있는 KBO리그 환경은 싱커볼러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게다가 로치는 낮은 삼진 비율(프로 통산 9이닝당 삼진 비율 5.65개), 좌타자 상대 성적(메이저리그 통산 좌타자 상대 피OPS 1.002) 등 극복해야 할 약점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치가 성공을 거둘만한 이유를 고른다면 투구 로케이션상의 강점이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특유의 커맨드를 바탕으로 이닝이터의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 에이스급 활약은 어렵겠지만 시즌 초반 KBO리그에 안착한다면 2015시즌 팀 에이스 역할을 한 크리스 옥스프링(12승 10패 평균자책점 4.48 WAR 2.84)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봄직 하다.

 

KT는 2015시즌과 2016시즌 꼴찌를 했고, 올 시즌 전망도 그렇게 밝다고 하기는 어렵다. 몇몇 팀들처럼 대형 FA에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내야진의 높은 실책률 등 불안요소가 제거됐다는 보장도 없다. 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도 3명으로 적어져 오히려 팀 전력이 약화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KT보다 불과 몇 년 전 KBO리그에 참가한 NC 다이노스의 성공 가도에는 에릭 테임즈, 에릭 해커 등 분명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중책을 맡은 로치가 KT를 탈꼴찌로 이끌 수 있을까. 글쎄, 우선 건강히 한 시즌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 보자.

  1.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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