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⑪] 한화 이글스 -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Carlos Villanu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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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메이저리그 10시즌 경력’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영입

지난 1월 10일, 베테랑 메이저리거 알렉시 오간도(1년 180만 달러) 영입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로 의기소침했던 한화 이글스 팬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두 번째 외국인 투수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설상가상 감독과 단장간의 갈등이 여러 매체를 통해 공공연히 보도되고 영입 리스트에 오른 외국인 투수들이 한화와의 계약을 꺼려한다는 루머까지 돌며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계약이 계속 미뤄진 끝에 시즌을 앞두고 급히 영입한 알렉스 마에스트리(총액 5000만 엔)가 9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9.42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떠난 전례가 상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3월이 되어서야 급히 데려왔던 마에스트리의 악몽이 떠오를 때쯤 마침내 비어 있던 한 자리를 채워줄 이름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오간도 못지않게 놀라운 이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Carlos Villanueva)였다. 한화 프런트는 2월 24일 비야누에바와의 1년 150만 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하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에서 476경기 51승 55패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했으며 1,000이닝(998.2이닝) 가까이를 소화한 베테랑 투수다. 지난해까지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며 51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한화가 최악의 4월(6승 17패 승률 0.261)을 보낸 가장 큰 원인은 선발진이 붕괴된 탓이었다. 2015시즌 후반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제구 난조를 보인 마에스트리는 3경기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

 

거기에 배영수, 안영명, 이태양 등 주요 선발투수들은 모두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한화 선발진의 4월 평균자책점은 6.83으로 압도적 최하위였다.

 

한화가 지난 시즌 초반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간도-비야누에바가 선발진을 지탱해야 한다. 두 투수에게 투자한 금액(330만 달러)만 봐도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직감할 수 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의 계약 총액은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 선발진을 이끌며 40승을 합작하며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0 가까이를 기록한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320만 달러)을 넘어서는 금액이고 KBO리그 단연 최고다.

 

 

- 이름 :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Carlos Manuel Villanueva Paulino)

- 생년월일 : 1983년 11월 28일

- 국적 : 도미니카 공화국 (산티아고)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88cm

- 체중 : 100kg

- 프로 지명 : 2006 국제 자유계약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arlosvillanueva_23/

 

- 배경

도미니카 출신의 비야누에바는 2002년 만 18세의 나이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국제 자유계약을 하며 미국땅을 밟았다. 2년간 샌프란시스코 산하 루키리그 팀에서 뛴 비야누에바는 2004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되었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비야누에바는 2004시즌 싱글A에서 25경기(선발 등판 21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7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2005시즌에는 하이 싱글A에서 21경기 8승 1패 평균자책점 2.32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더블A(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40)까지 승격했다.

 

그리고 11년 전인 2006시즌에는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5월 23일 데뷔전을 치렀다(구원 등판 1이닝 무실점). 이후 마이너리그를 오가면서 메이저리그에서 10경기(선발 등판 6경기) 53.2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하며 무난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후 10년간 메이저리거로 생존한 비야누에바는 커리어 대부분을 롱 릴리프 겸 임시 선발로 보냈다.

 

비야누에바는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에서 뛴 베테랑 투수다. 2006년 밀워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그리고 최근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까지 여러 팀에서 공을 던져왔다.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를 가리지 않고 공을 던져온 비야누에바가 11년간 몸담은 보직은 스윙맨, 롱 릴리프였다. 비야누에바를 영입한 한화에서는 지난해 송창식, 심수창 등이 주로 맡은 그 자리다.

비야누에바도 처음부터 스윙맨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2년 차였던 2007년 초반 밀워키의 스프링캠프에서 비야누에바는 밀워키의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고, 비야누에바는 네드 요스트 감독의 지시 하에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것은 아니었다. 시즌이 끝나가던 9월에는 5차례 선발로 등판해 30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하는 등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가능성은 가능성에만 그쳤고, 2009년까지 비야누에바는 계속 어중간한 이닝을 처리하는 마당쇠 보직을 소화했다.

 

표|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메이저리그 통산 투구 성적

 

2011년 토론토에서는 잠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2013년에는 컵스와 2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어 2013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결국 선발 보직은 ‘외도’에 불과했다. 11년 동안 비야누에바는 110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나머지 366경기에서는 구원 투수로 나섰다.

 

2015년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비야누에바는 강팀 세인트루이스의 일원이 됐다. 주로 패전 처리 역할이었지만 35경기에서 61이닝을 던지며 2.95라는 생애 최고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직의 특성과 나이, 세부 기록 등의 이유로 세인트루이스는 비야누에바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다시 FA가 된 비야누에바를 찾은 건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리빌딩에 나선 샌디에이고였다.

 

비야누에바는 샌디에이고에서 익숙한 스윙맨 보직과 함께 젊은 투수들의 멘토라는 또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 오랜 메이저리그 생활, 다양한 팀에서 뛴 경험을 존중한 팀의 결정이었다.

 

비야누에바는 두 번째 역할에 금세 적응했다. 그러나 본연의 역할을 보여야 할 마운드에서는 1년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많은 안타와 홈런을 내주며 51경기 74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5.96에 머물렀고, 샌디에이고는 비야누에바를 다시 붙잡지 않았다.

 

시즌 후 비야누에바는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구단의 계약 제시를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진한 탓인지, 만족스러운 제안은 도통 들려오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 한화 이글스의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3번의 FA 계약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기에 돈과 꿈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을 터. 2월 초까지 기다리는 장고 끝에 결국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이어가는 대신 동향 선수를 둘이나 보유한 한화와의 계약을 택하며 15년간의 미국 생활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 스카우팅 리포트

비야누에바는 마이너리그에서의 좋은 성적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은 유망주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구속 때문이다. 비야누에바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89마일(약 141.6km/h-143.2km/h)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리그 평균(92.6마일, 약 149km/h)에 미치지 못하며, KBO리그에서도 리그 평균(141.5km/h)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사진|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91마일 패스트볼 (출처.MLB.COM)
사진|카를로스 비야누베아의 92마일 패스트볼 (출처.MLB.COM)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140km/h 초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확실히 느린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통산 K/9(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7.8개를 기록할 정도로 삼진이 적은 투수는 아니다.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구속을 보완해 준 것은 바로 다양한 구종이다.

 

비야누에바의 투구 레퍼토리는 포심 패스트볼(34.9%)-슬라이더(22.5%)-체인지업(21.2%)-커브(12.6%)-투심 패스트볼(6.8%)으로 무려 5가지의 구종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간혹 이퓨즈[각주:1]를 구사해 상대 타자를 얼려 버리기도 한다.

 

사진|카를로스 비야누베아의 57마일 느린 커브 (출처.MLB.COM)

 

2017년 한화의 첫 번째 외국인 투수 오간도가 강속구, 스터프[각주:2] 유형이라면 비야누에바는 변화구, 제구력 유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140km/h 초반대의 패스트볼, 130km/h 초반대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120km/h의 커브를 주로 구사하는 비야누에바의 구속만 봐도 150km/h 이상의 강속구를 마음껏 뿌리는 오간도와는 꽤나 다른 스타일이라는 것이 보인다. KBO리그에서 뛴 선수로 빗대면 오간도는 애스밀 로저스, 비야누에바는 장원준이라 할 수 있다.

 

투구 레퍼토리 분석에서 보듯이, 비야누에바는 폭발적인 스터프 대신 다양한 구종을 무기로 삼는 투수다. 느린 구속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것은 흔한 대안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제구력이 뛰어나야 한다.

 

비야누에바는 다양한 구종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컨트롤[각주:3]과 커맨드[각주:4]를 갖추고 있다. 지난 3년간 비야누에바의 볼넷 허용률은 5.9%로 내셔널리그 평균인 7.9%보다 확실히 낮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BB/9(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도 2.91개로 준수한 편이다.

 

비야누에바의 다양한 구종 중 가장 위력적인 구종은 바로 슬라이더다. 프리스비[각주:5]처럼 휘는 비야누에바의 슬라이더는 느린 구속을 보완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사진|카를로스 비야누베아의 84마일 슬라이더 (출처.MLB.COM)
사진|카를로스 비야누베아의 86마일 슬라이더 (출처.MLB.COM)

 

비야누에바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5년, 타자들은 비야누에바의 슬라이더에 스윙을 할 때마다 40% 가까운 확률로 허공을 갈랐고 지난 시즌 역시 헛스윙 비율이 무려 20.9%로 아메리칸리그 탈삼진 3위에 오른 크리스 아처(템파베이 레이스)의 슬라이더(19.0%)보다도 높은 헛스윙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는 슬라이더의 커맨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투구 히트맵을 보면 스트라이크 존의 외곽으로 공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야누에바의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 개편이 예정된 KBO리그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투구 히트맵 (왼쪽-전체 투구 / 오른쪽-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우완 투수인 비야누에바는 타자 유형에 따른 성적 차이도 거의 없다(좌타자 피OPS 0.748 우타자 피OPS 0.744). 이는 좌타자를 상대하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좌타자 상대 체인지업 구사율 24.5%, 헛스윙 비율 14.5%). 주력 구종인 슬라이더 역시 좌타자를 상대로 많이 구사하지는 않았지만 위력적이었다(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구사율 15.6%, 헛스윙 비율 20.7%).

 

전체 리그 평균 슬라이더 헛스윙 비율이 34%에 가까우니 슬라이더는 확실한 ‘위닝샷’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기반으로 비야누에바는 느린 구속에도 불구하고 3년간 리그 평균 수준의 탈삼진 비율을 유지했다.

 

여기에 부상 이력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오간도는 어깨와 팔꿈치 등 여러 부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이력이 있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2011년 잠시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투수에게 가장 힘든 보직 중 하나인 스윙맨으로 11년을 지내면서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불안요소는 적어 보인다.

 

여기까지 보면 비야누에바는 전형적인 ‘여유가 넘치는 베테랑 투수’처럼 보인다. 11년에 걸친 메이저리그 경력,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와 제구력까지. 하지만 비야누에바에게도 당연히 단점, 불안한 점은 존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점은 역시 느린 구속이다. KBO리그에서는 평균 143km/h의 구속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타자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비야누에바는 1983년생, 만 33세로 투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기에 여기서 더 구속이 떨어질 우려가 있지만 다행히 2016년에는 구속 저하의 징조는 없었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보직에 따른 기록이다. 비야누에바가 마지막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것은 2013년이다. 4년 만의 선발 보직, 그것도 만 33세의 나이로 전환하는 것이다. 100구 가까이 투구수가 늘어났을 때 비야누에바가 구속과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표|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선발/불펜 등판 기록

 

거기다 비야누에바는 선발보다 구원으로 뛸 때 기록이 더 좋은 투수였다. 커리어 내내 선발로서는 5.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반면, 구원으로서는 3.7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탈삼진, 볼넷 허용률과 피안타율 등 세부지표에서도 불펜일 때가 더 좋았다. 경기 중·후반, 타자들의 눈에 공이 익숙해질 때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갈지가 관건이 될 듯하다.

 

마지막 불안요소는 지난해 기록이다. 2016시즌의 비야누에바는 거의 모든 면에서 낙제점 투수였다. 피홈런은 앞선 3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닝당 한 개 꼴로 안타를 내줬다. 탈삼진 비율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그렸다. 비야누에바의 나이를 생각해 볼 때 이대로 성적이 반등하지 않는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표|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지난 시즌 기록

 

한편, 최근 외국인 선수의 조건으로 급부상한 인격적인 면모에서는 쉽게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5개 구단에서 뛰면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고, 샌디에이고에서는 젊은 투수들의 멘토이자 불펜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는 스스로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을 자각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음 시즌에는 어디서 뛰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던 비야누에바의 말은 현실이 됐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말만 봤을 때, 머나먼 이국 생활에 대해 단단히 준비가 되어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 전망

구속만 보면 비야누에바의 성공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최근 3년간 143km/h 이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하고 성공을 거둔 외국인 투수는 거의 없었다.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 롯데 자이언츠의 브룩스 레일리, 넥센 히어로즈의 앤디 밴 해켄, KT 위즈의 라이언 피어밴드 정도뿐이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한다는 점에서는 해커를 비야누에바와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의 평범한 선발투수였던 해커는 한국에서 투구 동작을 개선하고 주자 견제 능력을 보완하면서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다.

 

하지만 구속과 구종이 아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경력을 기준으로 보면 위의 투수들은 비야누에바와 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비야누에바처럼 11년을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는 고사하고 1년도 풀타임으로 뛴 투수들이 없었다. 이 점이 비야누에바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다.

 

선명한 약점을 지녔음에도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란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느린 구속’이라는 약점이 KBO리그에서는 비교적 덜 부각된다는 점도 비야누에바에게는 호재다.

 

한편 지난 시즌의 부진(평균자책점 5.96)이 우려를 낳기는 하지만, 이를 불운의 여파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높았던 BABIP[각주:6] 0.319와 플라이볼 중 홈런 비율(HR/FB%) 21.0%가 그것이다.

 

두 지표는 모두 투수의 실력에 상관없이 커리어 내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야누에바의 커리어 통산 BABIP는 0.288, HR/FB%는 11.8%였기 때문에 지난해 부진을 일시적인 슬럼프 혹은 불운으로 볼 여지도 있다.

 

결국 관건은 메이저리그와 다른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과 타자들의 특성을 비야누에바가 얼마나 빨리 간파하느냐다. 메이저리그보다 좌·우로 넓은 스트라이크 존은 비야누에바의 슬라이더에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컨택을 강조하는 타자들의 특성은 지난해 피홈런 공포증에 시달렸던 비야누에바에게 약이 될지도 모른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위닝샷을 갖추고 있고 선발 경험(통산 선발 등판 154경기) 역시 적지 않은 만큼 선발투수로 안착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비야누에바의 최대 기여도가 벤치가 원하는 4일 휴식 후 등판, 선발 30경기-18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이닝이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리그 에이스 수준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부상 이력과 제구력 이슈로 약간의 물음표를 달고 있는 오간도와 달리 비야누에바는 최소한 ‘기본’은 해줄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오랫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한화 선발 로테이션의 확실한 한 자리가 그것이다.

 

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는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2013시즌 종료 후 FA 정근우-이용규 영입(총액 133억 원)을 기점으로 한화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고 FA 영입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팀 전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3명에게 무려 480만 달러(약 54억 원)를 투자했다.

 

이제 공은 프런트에서 벤치로 넘어갔다. 경력이나 실력이 확실히 검증된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와 시즌을 시작하게 된 김성근 감독이 정규시즌 중 어떤 활용법을 보일지에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성패가 달려 있다.

  1. 이퓨즈 (Effuse) : 초저속 변화구 [본문으로]
  2. 스터프 (Stuff) :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이나 구질 [본문으로]
  3. 컨트롤 (Control) : 야구에서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4. 커맨드 (Command) :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본문으로]
  5. 프리스비 (Frisbee) :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반. 또는 그 원반을 서로 던지거나 받는 놀이나 경기 [본문으로]
  6. 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 :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 혹은 피안타 비율을 통계로 수치화한 기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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