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⑩] 삼성 라이온즈 - 다린 러프 (Darin Ru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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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대신 꿩’ 다린 러프, ‘삼성 라이온즈 홈런왕’ 계보 이을까

2016년 삼성 라이온즈의 스토브리그 최우선 과제는 오랜 기간 팀 타선의 중심이었던 최형우의 이적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삼성은 이 공백을 외국인 타자를 통해 채우려 했지만, 구자욱-이승엽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맡아줄 수 있는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 타자를 영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애초 삼성은 앤서니 레나도(1년 105만 달러), 재크 패트릭(1년 45만 달러), 마우로 고메즈로 2017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으로 악몽을 겪은 삼성의 예방책인 ‘계약 전 국내 메디컬 테스트’가 돌발 변수를 만들었다.

 

내구성(일본 프로야구 2014-16시즌간 5경기 결장)이 강점으로 꼽히던 고메즈가 1월 중 받기로 한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한 것이다. 고메즈 영입이 백지화된 삼성은 외국인 타자 영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결국 외국인 타자의 영입은 해를 넘겼고 스프링캠프가 중반까지 진행되는 동안에도 영입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된 걸까? 아롬 발디리스를 비롯한 지난 시즌의 처참한 실패를 잊게 해 줄 선수를 드디어 영입했다.

 

기록상 고메즈 보다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는, 삼성이 그렇게 원하던 1루수-우타 거포, 다린 러프(Darin Ruf)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삼성 홍종학 단장에 따르면 러프는 1년 전부터 눈독을 들인 ‘영입 1순위’ 타자였다. 하지만 러프는 LA 다저스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로, 주전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백업으로 전력 구상에 포함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고메즈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삼성이지만 메디컬 테스트로 인해 계약이 백지화되고 말았다. 하지만 인연이 닿은 것일까? 다저스의 연이은 선수 영입으로 러프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 상황을 파악한 삼성은 다저스와 접촉해 적극적인 영입 의지를 밝혔고 마침내 러프와 계약했다.

 

지난겨울, 삼성은 8.96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로 리그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최형우를 잃었다. 하지만 그의 공백을 지울만한 자질을 갖춘 장타자 러프를 영입하면서 녹록지 않은 중심 타선을 구축했다.

 

 

- 이름 : 다린 러프 (Darin Cortland Ruf)

- 생년월일 : 1986년 7월 28일

- 국적 :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 포지션 : 1루수 · 외야수 (우투우타)

- 신장 : 192cm

- 체중 : 105kg

- 프로 지명 : 2009 드래프트 20라운드 617순위 필라델피아 필리스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arinruf15/

 

- 배경

러프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소재 웨스트사이드(Westside) 고등학교와 크레이턴(Creighton)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당시만 해도 그리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던 러프는 20라운드 617순위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지명되어 2,500달러에 계약했다.

 

지명순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프로 입문 당시 뛰어난 기대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러프는 자신에 대한 주위의 평가를 차근차근 뒤집어 갔다.

 

파워가 강점이라는 평을 들었던 러프지만 프로 데뷔 초반에는 그리 많은 홈런(2009-10시즌 186경기 12홈런)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슬래시 라인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1시즌 상위 싱글A에서 133경기 타율 0.308 출루율 0.388 장타율 0.506 17홈런으로 예열을 시작했고, 마침내 더블A에 도달한 2012시즌, 러프는 자신의 잠재력이 만개했음을 알렸다.

 

2012시즌 더블A에서는 139경기 타율 0.317 출루율 0.408 장타율 0.620 38홈런으로 대폭발 했고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 홈런 기록(2004년 라이언 하워드 37홈런)을 경신했다.

 

이해 8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20개의 홈런과 0.931의 장타율을 기록했고 당시 소속팀은 베이브 루스를 연상케 하는 ‘베이브 러프’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했다.

 

2012년 필리스 산하 올해의 마이너리거 상을 받은 러프는 9월 확장 로스터 시기에 메이저리그로 콜업 됐다. 비록 12경기 33타석이라는 적은 기회였지만 타율 0.333 출루율 0.351 장타율 0.727 3홈런을 기록, 눈에 띄는 장타율을 보여주며 코칭스태프를 만족시켰다. 그렇게 러프는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는 듯했다.

 

표|다린 러프의 프로 통산 타격 성적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팀 내 야수 중 최고 연봉자인 라이언 하워드와 포지션이 겹친다는 점이었다.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 이후 하워드의 성적이 예년만 못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구단으로서는 고액 연봉자를 마냥 벤치에 둘 수 없었다(당시 하워드는 급격한 하향세를 보였지만 2013시즌 기준 4년 1억 500만 달러의 잔여 연봉이 보장된 상태였다).

 

결국 러프는 1루 미트를 벗고 좌익수와 우익수를 번갈아 가며 외야수 전향을 시도했다. 1루와 외야를 오가며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뛴 것을 감안하면 2013, 2015시즌 기록한 두 자릿수 홈런은 꽤나 인상적인 수치였다(2012-16시즌 286경기 OPS 0.747 35홈런).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러프의 성장세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NL)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외야를 제외하면 결국 러프의 고정 포지션은 없었고 이후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는 우타 플래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러프 입장에서는 하워드의 계약이 만료되는 2016시즌이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헌터 펜스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보낼 때 받아온 포수 유망주 토미 조셉이 2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하워드를 대체할 새로운 1루수로 발돋움했다.

 

러프는 끝내 시티즌스 뱅크 파크의 1루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전임자이자 경쟁자였던 하워드가 자신의 데뷔 시절 짐 토미의 부상을 틈타 그 자리를 성공적으로 물려받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러프는 11월 하위 켄드릭 트레이드 과정에서 다저스로 이적하게 됐다.

 

다저스에서도 쉽지는 않았다. 또 다른 올스타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단 당시만 해도 러프는 곤잘레스의 백업 자리를 놓고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연이은 경쟁자 영입으로 메이저리그 생존이 불투명해졌고 삼성의 적극적인 제안이 이어지며 결국 러프는 새로운 무대의 문을 두드렸다. 마침내 삼성과 1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 스카우팅 리포트

러프는 파워가 장점인 거포형 1루수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은 0.496로 5할에 육박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장타율 0.433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바로 직전 시즌인 2016년 트리플A 인터내셔널리그(IL)에서는 홈런 공동 5위, 장타율 1위, OPS 2위(0.885)를 기록했다. IL은 지난 시즌 리그 평균 OPS 0.697을 기록할 만큼 투수 친화적인 리그다. 그런 곳에서도 호성적을 기록한 점은 현재 타고투저 흐름이 강한 KBO리그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러프는 전형적인 ‘쿼드러플A’급 거포형 타자임에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0.295로 거의 3할에 육박하고 통산 출루율도 3할 중·후반대(0.372)를 기록하고 있다.

 

거포형 타자들은 보통 삼진이 많지만 러프는 삼진 비율도 그리 높지 않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삼진 비율이 27.5%로 높았지만, 마이너리그 통산 삼진 비율은 19.0%로 그리 높지 않았다. 통산 볼넷 비율도 10.7% 일 정도로 볼을 걸러낼 줄 아는 유형의 타자다.

 

사진|한 가운데 높게 들어오는 공을 당겨서 홈런을 만드는 다린 러프 (출처.MLB.COM)

 

또 하나의 장점은 좌완 투수를 상대로 굉장히 강하다는 점이다. 좌완 투수들을 상대로 통산 0.299의 타율과 0.921의 OPS를 기록한 러프는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의 성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KBO리그의 좌완 투수들을 공략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우완 투수들을 상대할 때면 같은 타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표|다린 러프의 메이저리그 통산 좌·우투수 상대 타격 성적

 

싱커와 체인지업, 스플리터에 대한 대처는 통산 3할 이상의 타율과 5할을 넘는 장타율을 기록했지만 커브와 슬라이더에 대해서는 2할 이하의 타율과 3할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타율을 기록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투수들의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진|다린 러프 타구 히트맵

 

러프는 주로 당겨치는 타격을 많이 한다. 러프의 스프레이 히트맵을 살펴보면 많은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35개의 홈런 중 밀어친 홈런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사진|다린 러프의 타구 각도

 

러프의 타격 성향은 리그 평균에 비해 타구를 많이 띄우는 유형이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뜬 공 타자라기보다는 중립 성향에 가까운 타자다. 마이너리그 통산 BABIP[각주:1]가 0.338로 우타자치고는 높은 편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BABIP는 0.293로 마이너리그에 0.045 가량 낮았고 이 탓인지 메이저리그에서는 0.250 이하의 타율을 기록했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러프의 주 포지션은 1루수다. 1루수 수비율(135경기 875이닝 5실책 수비율 0.995)은 좋았지만 아주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라는 평이다.

 

코너 외야수로도 뛸 수 있지만, 러프가 외야수로써 기록한 통산 UZR[각주:2] -7.9은 평균 이하였다. 본인도 필라델피아 시절 수차례 외야 수비가 스트레스라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다.

 

사진|다린 러프의 외야 수비 모습 (출처.MLB PARK)

 

코너 외야수로서도 송구 능력은 좋지만 수비 범위나 타구 판단 능력에는 약점을 보였다. 또한 외야 수비 중 담장에 충돌하며 입은 부상 경력이 있는 만큼 외야 글러브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삼성과 러프 본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발이 느린 편이고 주루 능력 역시 평균 이하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합해 961경기 동안 도루는 단 10개를 기록했다. 다행인 점은 러프에게 도루 능력을 바라고 데려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전망

지난해 KBO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17명의 선발투수 중 11명은 우완 투수였다. 평균자책점 상위 10명을 봐도 7명이 우완 투수였다. 현재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이상 두산 베어스), 메릴 켈리(SK 와이번스),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에릭 해커(NC 다이노스) 등등 KBO리그의 정상에 있는 투수들은 대부분 우완 투수다.

 

결국 우완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면 자칫 KBO리그 적응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마냥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만 없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들 또한 메이저리그에 정착하지 못한 선수들임을 고려했을 때, 러프가 2013시즌을 제외하고 더블A와 트리플A 레벨에서 한 차례도 우완 투수를 상대로 0.270 이하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우완 투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던 건 메이저리그 수준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2016시즌에는 우완 투수를 상대로 0.800이 넘는 OPS를 기록하기도 했다.

 

좋은 기록을 남긴 외국인 타자들도 KBO리그 데뷔 초반에는 적응기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재계약에 성공한 닉 에반스(4월 OPS 0.543 1홈런), 윌린 로사리오(4월 OPS 0.755 1홈런), 루이스 히메네스(이적 첫 31경기 OPS 0.641 4홈런) 모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러프 역시 적응기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타자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바탕으로 타격을 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리그 변화에 따른 스트라이크 존 차이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프가 KBO리그에 연착륙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최근 5시즌간 메이저리그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였고 본인의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던 선수다. KBO리그와 달리 투고 성향이 강한 트리플A IL에서 2016시즌 20홈런 OPS 0.885를 기록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로사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러프는 상당한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위로 추락한 삼성은 최형우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러프의 홈런포가 절실하다.

 

구단 입장에서 러프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1루수 혹은 지명타자 자리를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해 수비 이닝을 기준으로 현재 삼성 라인업에서 1루를 맡을 수 있는 선수는 박해민, 구자욱, 이승엽 총 3명이다.

 

최형우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붙박이 코너 외야수로 전향하는 구자욱, 부동의 중견수 박해민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승엽과 러프 2명이 1루 후보로 남는다. 올해 1루 수비도 병행하려는 이승엽과 러프가 1루수-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맡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사진|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하게 될 다린 러프 (출처.MLB.COM)


아이러니하게도 러프가 홈으로 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자신이 실패를 겪었던 필라델피아의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모델 삼아 만든 것이다. 아쉬움이 남을 필라델피아에서의 20대를 정리하고 라이온즈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러프, 러프의 2017시즌은 성공적일 수 있을까.

 

장타자인 러프가 이만수-김성래-이승엽-심정수-최형우에 이어 ‘삼성 홈런왕’ 계보를 잇는 활약을 보이고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려준다면 라이온즈파크에서의 첫가을잔치를 통해 전설 이승엽을 전송하는 드라마도 가능하다.

  1. 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 :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 혹은 피안타 비율을 통계로 수치화한 기록 [본문으로]
  2. UZR (Ultimate Zone Rating) : 평균 수비수 대비 병살(DPR), 수비 범위(RngR), 실책(ErrR)의 종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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