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⑦] 롯데 자이언츠 - 파커 마켈 (Parker Mark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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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사도스키가 찜한 ‘저비용’ 파커 마켈, ‘고성능’ 에이스 될까

롯데 자이언츠의 2017시즌 외국인 투수진 구상에는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시킨 브룩스 레일리-조쉬 린드블럼 듀오와 3시즌 연속 함께 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린드블럼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선택해야 했다.

 

지난 2년간 387.1이닝 23승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한 린드블럼을 대신해 롯데가 새로 영입한 투수는 바로 파커 마켈(Parker Markel)이다.

 

롯데는 마켈과 총액 52만 5,000달러(연봉 50만 달러+사이닝 보너스 2만 5,000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100만 달러를 넘나드는 타 구단의 새 외국인 투수들의 몸값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다만 다른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한 마켈의 커리어를 감안한다면 딱히 염가는 아니다.

 

최근 KBO리그에 입성하는 대다수 외국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자들이다. 때문에 최근 3시즌간 마이너리그에서 불펜 투수로만 뛴 1990년생 우완 투수 마켈을 영입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선택이다.

 

물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비용’에 영입을 할 수 있었다. 롯데 라이언 사도스키 해외 스카우트 코치가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도 알려진 마켈이 ‘저비용 고효율’ 선발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마켈의 이력과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 이름 : 파커 마켈 (Parker Michael Markel)

- 생년월일 : 1990년 9월 15일

- 국적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뉴포트 비치)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3cm

- 체중 : 100kg

- 프로 지명 : 2010 드래프트 39라운드 1,181순위 탬파베이 레이스

 

- 배경

캘리포니아 주 뉴포트비치 출신으로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마운틴 리지(Mountain Ridge) 고등학교를 졸업한 마켈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2라운드 전체 960순위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지만 계약을 거절하고 야바파이(Yavapai) 주니어 칼리지[각주:1] 입학을 택했다.

 

마켈은 바로 이듬해인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 다시 나섰지만 오히려 지명 순위는 1년 전보다 더 낮은 39라운드 전체 1,181순위로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마켈은 자신을 지명한 탬파베이 레이스와 7만 5,000달러에 계약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명 당시 많은 스카우트들은 마켈을 불펜 투수감으로 평가했지만 탬파베이는 마켈을 선발투수로 육성하려 했다. 커리어 초반, 마켈은 탬파베이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며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2010년 루키리그 7경기 2승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한 마켈은 이듬해인 2011년 로우 싱글A에서 본격적으로 선발투수 수업을 받았다. 로우 싱글A 13경기에서 57.1이닝을 소화하며 3승 4패 평균자책점 3.14 57.1이닝을 기록했고 선발 전환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켈은 2011시즌 종료 후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탬파베이 유망주 순위 16위, 뉴욕 펜 리그 유망주 3위에 선정되었다.

 

2012시즌에는 싱글A에서 2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20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은 96개로 많지 않았지만, 볼넷을 34개만 허용했고(BB/9 2.55개) 무엇보다도 피홈런이 6개에 불과했다(HR/9 0.45개).

 

하지만 2013시즌 하이 싱글A에서 18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6.37로 마켈이 벽에 부딪히자 결국 탬파베이는 선발 육성 계획을 포기하고 만다. 2013시즌 마켈은 선발로 5이닝을 넘긴 경기가 9경기에 불과했고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볼넷을 허용했다(BB/9 3.84개). 마켈이 선발로 뛰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탬파베이는 이듬해부터 불펜 투수로 전향시켰다.

 

표|파커 마켈의 프로 통산 투구 성적

 

불펜으로 전향한 마켈은 무난한 성적을 올리며 매 시즌 무난하게 다음 레벨로 승격했다. 2014년에는 더블A로, 2015년에는 트리플A 진입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고 다시 더블A 단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더블A에서 2016시즌을 시작한 마켈은 빠르게 트리플A로 다시 승격했고, 그곳에서 34경기(1선발) 5승 3패 평균자책점 2.52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기회는 잡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2016시즌을 마친 뒤 마이너리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마켈은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꿈을 잠시 접고 롯데와 총액 52만 5,000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 스카우팅 리포트

마켈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 나이와 빠른 구속이다. 마켈은 KBO리그에 진출한 최연소 외국인 선수(1990년생)로 아직 만 26세에 불과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

 

투구폼이 쓰리쿼터에 가까운 마켈은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진 91-97마일(약 146.5-156.1km/h)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며 평균 구속이 하락할 것을 고려해도 충분히 150km/h 내·외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마켈의 패스트볼은 땅볼 유도 능력도 좋은 편이다(통산 땅볼 아웃/뜬 공 아웃 비율 1.30).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워낙 심해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다.

 

여기에 한때 탬파베이 유망주 최고의 구종으로 선정되었던 체인지업과 평균 수준의 슬라이더, 그리고 간간히 커브도 구사한다. 또 9이닝당 피홈런이 0.46개에 불과할 정도로 홈런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구속이 빠르고 다양한 구종을 지닌 마켈을 선발로 키우려 했던 탬파베이의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마켈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투구폼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켈은 스트라이드 폭이 좁고 투구 동작이 불안정해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게 고정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갑작스레 제구 난조에 빠지는 유형으로 최소 5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로서는 치명적 단점이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파비오 카스티요는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패스트볼을 던졌지만(패스트볼 평균 구속 152.3km/h) 거친 투구폼으로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졌다(BB/9 4.29개). 마켈 역시 아무리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마켈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속이 급속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 초반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해도 완급 조절이 어렵다면 선발로 자리 잡기 어렵다. 마켈은 2011년 이후 3시즌간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선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지난해 더블A에서 1경기 선발로 등판했지만 3이닝 동안 40구를 던진 것이 전부였고 이전의 선발 등판 경험을 찾으려면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마켈은 불안한 제구력 탓에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 전환 후에도 제구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탈삼진 7.32개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9이닝당 3.56개의 볼넷을 내주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 전망

마켈은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선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던 투수를 영입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바로 마켈의 전임자인 린드블럼이다.

 

마켈은 전임자인 린드블럼과 많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등판한 264경기 중 선발 등판 경험이 73경기에 불과했지만 KBO리그에서는 2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두 선수는 큰 신장에서 던지는 강속구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린드블럼이 힘으로 상대를 누르고 삼진과 뜬 공을 만들어내는 타입이었다면 마켈은 싱커성 무브먼트의 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 차이로 린드블럼은 홈런 파크 팩터가 높은 사직구장(최근 3시즌 사직구장 홈런 파크 팩터 1136, 전체 1위)과의 궁합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피홈런 28개 1위), 이 점에서는 마켈이 좀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1루수 이대호, 실책이 많은 2루수 정훈, 아직 KBO리그 무대에서 수비가 검증되지 않은 앤디 번즈로 구성될 롯데의 내야가 마켈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린드블럼이 해줬던 이닝 이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린드블럼은 2015시즌 KBO리그 최다인 210이닝(경기당 6.6이닝)을 소화했고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177.1이닝(경기당 5.9이닝)을 소화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 진출 직전 2시즌을 대부분 선발로 등판(37경기 중 34경기 선발 등판)했지만, 마켈은 최근 3시즌 동안 불펜으로만 뛰었다. 때문에 마켈이 갑자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투수로 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마켈의 두 번째 비교 대상으로는 지난해 SK 와이번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브라울리오 라라를 떠올릴 수 있다. 빠른 구속, 땅볼 유도에 집중하는 투구, 불펜 위주의 경력, 좋지 않은 제구력 등 라라와 마켈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선발 이력이 좀 더 많다는 점을 빼면 과거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라라와 로드리게스는 모두 빠른 패스트볼을 무기로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인상 깊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표|파커 마켈과 비교 대상 투수들의 주요 기록

 

마켈의 경우 린드블럼보다는 라라에 가깝다. 마켈은 2016시즌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등판한 43경기를 통틀어 단 1경기만 선발로 등판했다. 2014-15시즌에는 단 1경기도 선발로 뛰지 않았다. 물론 시즌 중 이적한 라라와 달리 마켈은 겨우내 선발 전향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다.

 

2016시즌 KBO리그에서 마켈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었던 외국인 투수는 한화 카스티요(트리플A)- 알렉스 마에스트리(NPB)와 넥센 히어로즈 스캇 맥그레거(독립리그), KT 위즈 조쉬 로위(멕시칸 리그)-라이언 피어밴드(트리플A), SK 메릴 켈리(트리플A)-라라(트리플A)까지 총 7명이다.

 

이중 켈리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은 2017년 KBO리그 마운드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다. 경력이 확실히 검증된 고비용 투수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수의 KBO리그 안착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투수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5를 기록하는 등 세부 지표를 따졌을 때 2016시즌 KBO리그 정상급 투수였던 켈리는 타 팀 외국인 투수 에이스에 비하면 염가인 85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투수들은 성공만 한다면 대단한 가성비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투수의 영입 성공 여부에서 각 구단 해외 스카우트팀의 역량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롯데 구단의 해외 스카우트팀은 2015시즌 영입한 레일리, 린드블럼, 짐 아두치가 그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는 쾌거도 있었고 2016시즌에는 아두치를 교체하는 긴급 상황에서 기민한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저비용의 마켈마저 성공한다면 롯데는 해외 스카우트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될 것이다.

 

마켈은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까지 선발투수로서 매력이 상당하다. 프로 경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1990년생으로 아직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는 나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경기 초반 이후 급격한 구속 저하나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 등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도 공존하는 투수다.

 

마켈은 완성형 투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1라운드 탈락으로 충격을 준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선수들을 예리하게 분석한 ‘사도스키 리포트’로 유명세를 탔던 바로 그 사도스키 코치가 마켈을 선택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켈이 과연 KBO리그의 또 다른 ‘저비용 고효율’의 성공 사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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