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⑥] 롯데 자이언츠 - 앤디 번즈 (Andy B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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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 만능’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 방망이도 터질까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는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20-20(28홈런-24도루)’을 달성한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와 재계약하며 2016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허리였다. 2015시즌에도 허리 통증으로 종종 결장하며 불안감을 안겼던 아두치는 6월 30일 금지약물인 옥시코돈(마약성 진통제)을 사전 신고 없이 복용한 사실이 적발됐고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결국 롯데는 아두치와 결별 후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저스틴 맥스웰(타율 0.288 OPS 0.914)을 영입했지만 맥스웰 역시 23경기 만에 손가락 골절상으로 시즌 아웃되며 팀 성적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이번 겨울 롯데의 새 외국인 타자 영입 전략은 여러 사정상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중견수 전준우의 군 전역으로 외야진이 일찌감치 보강된 것과 달리, 내야는 이대호의 거취 확정이 해를 넘기고 황재균의 이탈을 위시한 팀 사정의 변화로 대략적인 구상도 어려운 상태에서 시간만 흘렀다.

 

변수로 가득한 상황에서 롯데가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은 어떤 포지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지난 1월 8일, 롯데는 내야 전 포지션은 물론 코너 외야까지도 소화 가능한 앤디 번즈(Andy Burns)와 총액 6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3루수 황재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떠났고, 1루수 이대호는 롯데로 복귀했다. 당초 2루수가 유력해 보이던 번즈의 포지션은 팀 사정상 3루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번즈의 주전 출장을 우선으로 국내 선수(2루수 정훈-김동한, 3루수 오승택-김상호)간의 경쟁을 지켜본 후 번즈의 주 포지션을 결정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롯데 타자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황재균의 이탈은 아쉽지만 전천후 외국인 타자 번즈의 영입으로 라인업 구성이나 내야 수비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게 된 롯데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롯데에 영입된 번즈는 근래 들어 KBO리그를 찾았던 에릭 테임즈, 윌린 로사리오, 잭 한나한 같은 선수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과연 그는 누구이며, 롯데는 번즈에게서 어떤 종류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

 

 

- 이름 : 앤디 번즈 (Andrew David Andy Burns)

- 생년월일 : 1990년 8월 7일

- 국적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

- 포지션 : 내야수 (우투우타)

- 신장 : 187.9cm

- 체중 : 92.9kg

- 프로 지명 : 2011 드래프트 11라운드 349순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 배경

고등학교 시절의 번즈는 근 10년간 등장한 최고의 고등학생 유망주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로 콜로라도 주를 대표하는 특급 유망주였다. 곧장 드래프트에 참가하더라도 2라운드까지는 노려볼 수 있을 재능이라는 것이 당시의 평가였다.

 

그러나 명문 켄터키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아낸 번즈의 우선순위는 프로 무대에 있지 않았다. 번즈는 구단들에게 1라운더급의 계약금을 제시하지 않으면 대학 진학을 선택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이에 구단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참여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 로키스가 25라운드 전체 767순위로 지명했지만 번즈는 이를 거절하고 켄터키 대학 진학을 택했다. 이때만 해도 스카우트들은 번즈가 대학을 마치는 3년 뒤에는 유력한 1라운드 후보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번즈에게 치명적인 악수가 되고 말았다. 일단, 번즈는 대학에서의 첫 2년 동안 평범한 성적을 올리는 데 그쳤고 선수로서의 평가도 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약간이지만 하락한 모습이었다.

 

진짜 악재는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찾아왔다. 켄터키 대학이 드래프트에 참가했다가 계약을 거부하고 팀으로 복귀한 제임스 팩스턴의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번즈에게 배정되었던 장학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번즈는 3학년 시즌 돌입을 2주 앞두고 애리조나 대학으로 전학하는 예상외의 결단을 내린다. 이는 결국 드래프트 직전인 3학년 시즌을 전학 관련 규정에 따라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날려버리는 최악의 결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다소 부진했던 1~2학년 동안에도 여전히 브래드 밀러, 조 패닉, 닉 아메드, 마커스 세미엔 등과 함께 최상위권의 유격수 자원으로 분류된 번즈였지만, 이 1년 동안의 공백으로 인해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11라운드 전체 349순위로 곤두박질친 순번에 지명되며 25만 달러에 계약했다.

 

토론토에 지명되어 프로 생활을 시작한 데뷔 첫 해 28경기에 출장한 번즈는 OPS 0.689 3홈런 2도루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한동안 순탄한 행보가 이어졌다.

 

2012년에는 하위 싱글A에서 9개의 홈런과 15개의 도루, 0.815의 OPS를 기록하면서 프로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2013년 전반기에는 상위 싱글A에서 64경기에 나서서 타율 0.327 출루율 0.383 장타율 0.524 8홈런 21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절을 보냈다.

 

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되었고, 팀 내 유망주 순위도 20위 이내로 끌어올리며 2013시즌 후반기 더블A까지 승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번즈는 OPS 0.700 정도의 평범한 활약에 그치며 2년여를 더블A에서 지체했지만 2015년 5월부터 마이너리그의 마지막 관문인 트리플A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하는 트리플A 무대에서 타율 0.293 출루율 0.351 장타율 0.372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번즈였지만, 시즌 종료 후에는 토론토의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룰5 드래프트의 유력한 지명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표|앤디 번즈의 프로 통산 타격 성적

 

다음 해인 2016년, 번즈는 스프링캠프에서 팀 내 최다인 25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0.286 출루율 0.375 장타율 0.500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 당시 심어주었던 좋은 인상에 힘입어 5월 6일, 생애 최초의 메이저리그 승격을 경험하게 되었다.

 

첫 승격에서는 고작 10일 남짓 체류하며 OPS 0.143에 머물렀지만, 이후로도 번즈는 남은 2016년 동안 3차례나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갔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트리플A에서의 성적마저 타율 0.230 출루율 0.285 장타율 0.352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벽에 부딪혔고 시즌이 끝난 뒤 번즈는 다시 한번 토론토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며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 스카우팅 리포트

아마추어 시절과 마이너리그 시절, 번즈의 가장 대표적인 강점은 다재다능함이었다. 이는 타격과 수비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번즈의 영입이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는 하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되는 것은 역시 타격이다. 타석에서의 번즈는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였다.

 

볼넷을 많이 얻는 유형은 아니며 타석에서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편이다. 컨택 능력이 준수하기 때문에 삼진 역시 많은 편은 아니다.

 

스카우트들 또한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2013년 발표했던 ‘향후 20-20을 기록할 수 있는 호타준족 유망주’들의 명단에서 번즈는 11번째로 모습을 비추었다.

 

번즈의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인 55홈런과 87도루는 600타석으로 환산했을 때 약 14개의 홈런과 22개의 도루에 대응하는 성적이다.

 

번즈의 다재다능함은 기복 없는 경기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번즈는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 그리고 홈경기와 원정 경기 사이에 별다른 성적 차가 나타나지 않는 선수다.

 

2016년에는 한술 더 떠서 좌완 투수와 우완 투수를 상대로도 거의 동일한 OPS를 기록하기까지 했다(vs 좌완 투수 상대 OPS 0.643 .vs 우완 투수 상대 OPS 0.633). 이는 번즈가 그만큼 약점이 적은, 균형 잡힌 타격을 보유한 선수라는 뜻이다.

 

수비수로서는 한층 더 다재다능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에는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 풀타임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번즈는 프로 데뷔 후 2루수와 3루수로 자주 출장하게 되며 자연스레 유틸리티 선수로 변신했다.

 

사진|앤디 번즈의 마이너리그 시절 2루수 위치에서 선보인 호수비 (출처.MLB PARK)

 

결국 번즈는 프로 무대에서 중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넘나들며 경기에 나섰다. 다만, 각 포지션에서 선보인 수비력 자체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비수로서의 본능적인 자질과 송구 능력이 탁월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번즈가 유격수보다는 2루수나 3루수가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파트타임 유격수로는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번즈는 KBO리그 레벨에서 풀타임 유격수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앤디 번즈의 마이너리그 시절 포지션별 수비 이닝

 

하지만 특별한 약점 없이 다재다능하다는 번즈의 장점은 상위 리그로 올라가면서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단점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더블A로 승격된 2014년부터의 성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장타력의 실종이었다. 싱글A까지만 해도 0.150 이상의 순장타율(ISO)을 바탕으로 4할대 후반에서 5할대 초반의 장타율을 기록했던 번즈는, 더블A 무대를 밟은 이후로 장타와 관련된 모든 지표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앤디 번즈의 더블A와 트리플A 타격 성적 비교

 

특히, 트리플A에서 활약한 2015년에는 리그 7위에 해당하는 0.293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0.372의 형편없는 장타율을 남기면서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로까지 전락하고 말았다.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어느새 “공을 띄우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는 혹평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잃어버린 장타율을 회복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했던 지난해, 번즈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장타력을 되찾는 데 성공했지만(순장타율 0.079 → 0.122) 타격 전반을 놓고 보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았다. 타율은 0.293에서 0.230으로 급격하게 떨어졌고, 삼진 비율은 13.1%에서 18.1%까지 급등해 버렸다.

 

다만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KBO리그(평균 OPS 0.801)에서는 평균 이상의 OPS도 기대해 볼만하다. 2016시즌 번즈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통산 BABIP 0.302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0.267에 그쳤다는 것 역시 번즈의 반등을 예상케 하는 요소다.

 

게다가 번즈는 볼넷(볼넷 비율 8.4%)과 삼진(삼진 비율 16.9%)이 그리 많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의 비율이 높은 유형의 타자다. 최근 BABIP(2016시즌 KBO리그 BABIP 0.331) 최고치를 기록 중인 KBO리그에서는 통산 타율이 0.264인 번즈가 3할 타자로 거듭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주력은 평균 이상이다. 통산 653경기에서 93도루를 기록했으며 2013시즌에는 33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산 도루 성공률은 68.9%에 불과하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루를 한다는 평가가 있다. 발야구가 가능한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의 스피드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 전망

타선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외국인 타자로 수비형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선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포지션에 공격력이 뛰어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번 겨울 롯데는 특수 상황이었다. 이대호와 황재균의 거취 확정이 지연되며 전력 구상이 어그러졌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번즈를 영입한 것은 이대호와 황재균을 모두 놓치고 내야진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 강하다.

 

사진|2017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할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 (출처.MLB.COM)

 

이대호가 복귀하고 3루수 황재균이 이탈하면서 롯데의 선택이 아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냉정하게 근래의 성적만을 놓고 보면 번즈는 매력적인 외국인 선수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번즈가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만큼 내야 수비 강화는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2루수나 3루수 중 하나를 외국인 타자로 채워야 한다면 포지션이 한정되더라도 확실한 타격 능력을 갖춘 타자를 영입했다면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번즈가 마지막으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것은 무려 4년 전인 싱글A 시절의 일이고, 더블A에서부터는 애매한 장타력과 스피드를 선보이면서 ‘장점 없는 선수’로 요약될 만한 기록들을 남겼다.

 

나름의 완성도를 갖춘 마이너리그 투수들이 등장하는 최초의 단계가 바로 더블A라는 점에서 번즈의 하락세는 더더욱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번즈의 성공이 요원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는 엄연히 다른 리그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장점이 없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를 겪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는 ‘단점이 없는’ 선수로 변모하여 훌륭한 활약을 펼치는 사례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

 

SK 와이번스의 메릴 켈리와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 전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아두치가 모두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단점 없는 타자’로서의 옛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면, 번즈에게도 승산은 충분하다.

 

번즈가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타자는 아니지만 여러 정황상 마이너리그(타율 0.264 OPS 0.742) 시절보다는 좋은 성적을 올릴 확률이 높다는 것 또한 기대 요소다.

 

롯데는 이번에도 대중이 선호하는 화려한 이름값의 선수 대신 무명의 선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영입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롯데의 해외 스카우트 코치 라이언 사도스키였다.

 

뛰어난 안목을 자랑하는 사도스키 코치의 개입은 번즈의 전망을 한결 희망적으로 만들어준다. 과연 사도스키 코치의 ‘마법’은 또 한 번 실현될 수 있을까.

 

수비에 초점을 맞춰 영입한 번즈가 내야 수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도스키 코치의 추천처럼 20-20급 활약을 보인다면 상위권 팀들과 비교해도 큰 손색없는 라인업을 구축하게 될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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