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18연패 역사의 뒤안길로… 한화 이글스 장시환,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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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투수가 바뀌었다. 12년간 기록 보유자였던 심수창(42)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18연패 기록이 2위로 내려앉았다.

 

한화 이글스 투수 장시환(36)이 19연패를 당하면서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투수 불명예 기록을 쌓으며 심수창 위원의 18연패 기록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

 

장시환은 2023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4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사진|4월 1일 개막전 패전 투수로 19연패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을 갈아치운 한화 이글스 장시환 (출처.한화 이글스)

 

한화는 나름 잘 싸운 경기였다. 상대 선발 안우진에게 막혀 0-2로 끌려가다 7회 초와 8회 초 한 점씩 내며 2-2 동점을 만들어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한화가 연장 10회 초에 점수를 내지 못하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10회 말 장시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2-2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장시환은 첫 타자 이용규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김혜성에게 좌익수 선상으로 향하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이정후의 고의사구, 에디슨 러셀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김준완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며 2아웃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이형종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장시환이 내보낸 주자가 홈을 밟으며 0.2이닝 동안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로써 장시환은 지난 2020년 9월 2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개인 19연패를 기록하며 KBO리그 불명예 신기록을 세웠다. 장시환이 마지막 승리를 거둔 것은 2020년 9월 22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 선발승(6이닝 1실점)이었다.

 

이 기간 장시환은 총 87경기(선발 등판 19경기) 평균자책점 6.09를 기록 중이다. 첫 13패가 선발패였고, 불펜으로 보직 변경 후 구원패 6패를 더해 19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19연패 기간 동안 장시환은 14세이브, 10홀드를 따냈지만 연패와는 무관한 기록이다. 승리만이 연패 기록을 끊을 수 있지만 구원으로 보직을 바꾸면서 연패를 끊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선발로 연패가 쌓이자 수베로 감독은 장시환을 불펜으로 돌려 좀 더 편안한 상황을 만들어주려 했다. 하지만 보직 변경 뒤에도 패전은 계속 쌓여만 갔고 결국 19연패라는 신기록으로 불명예를 기록했다.

 

장시환이 연패를 끊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된다. 동료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단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동점에서 장시환이 이닝을 끝내고 한화가 마지막 공격에서 점수를 뽑으며 경기를 끝낸다면 장시환에게 승리가 주어질 수 있다.

 

먼저 장시환이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료들이 상황을 만들고 해결까지 해줘야 한다.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장시환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화가 안정적인 불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환의 연패가 빨리 끊어져야 한다.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야 연패 탈출도 가능하다. 혼자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진|18연패 기록을 끊어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시절 심수창의 모습 (출처.키움 히어로즈)

 

장시환이 연패를 쌓으면서 심수창 위원의 18연패 기록도 계속 소환됐다. 심수창 위원은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지난 2009년 6월 26일 인천 SK 와이번스전부터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후 첫 경기였던 2011년 8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8연패를 당했다.

 

이 기간 총 37경기(선발 등판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10을 기록하며 승리 없이 18패 1홀드를 기록했다. 연패 기록은 2011년 8월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1이닝 1실점 선발승으로 끊어냈다.

 

18연패 중 15패가 선발패. 7번의 퀄리티 스타트가 있었지만 5패를 당하는 등 타선 지원도 받지 못하는 불운이 따랐다. 2019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심수창 위원은 방송 활동에서 18연패 기록을 ‘자학 개그’ 소재로 쓰고는 했다.

 

장시환도 지난해 시즌 중 “심수창 형이 자기 기록은 넘보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셨다. 나도 연패를 끊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긴 연패의 쓰라린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심수창 위원이 후배에게 농담을 섞어 응원한 것이다. 하지만 심수창 위원의 바람은 이어지지 않았고, 2023년 개막전부터 장시환이 19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심수창 위원의 기록도 1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긴 연패. 패배의 아이콘이 됐지만 아이러니하게 실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기록이다. 심수창 위원은 꾸준히 1군 선발 로테이션을 돌 정도의 실력이 됐고, 훗날 FA(자유계약선수) 계약까지 하며 프로에서 15시즌을 롱런했다.

 

올해로 16번째 시즌을 보내는 장시환도 지난해 불펜으로 경쟁력 있는 구위를 뽐내며 3년짜리 FA 계약도 했다. 계속 경기에 나서다 보니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마냥 부끄러워할 기록은 아니다.

 

사진|미국 메이저리그 최다 연패 기록으로 남아있는 앤서니 영의 27연패 (출처.MLB PARK)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투수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은 장시환보다 훨씬 길다. 뉴욕 메츠 소속 우완 투수였던 故 앤서니 영이 지난 1992년 5월 7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전부터 1993년 7월 25일 LA 다저스전까지 27연패를 당했다.

 

이 기간 77경기(선발 등판 17경기)에서 16세이브 4홀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4.36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암흑기였던 메츠에서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렸던 승리는 1993년 7월 29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이뤄졌다. 3-3 동점으로 맞선 9회 초 등판한 영은 1실점을 하며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메츠가 9회 말 2득점으로 5-4 끝내기 역전승했다.

 

지긋지긋한 27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순간 동료들로부터 격한 축하를 받은 영은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대해줬다”고 말했다.

 

영은 지난 2017년 6월, 뇌종양으로 51세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 당시 메츠 구단은 “연패 기록이 영의 유머 감각이나 품위를 빼앗지는 못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메츠 동료였던 내야수 덕 플린도 “영은 연속되는 불운의 희생자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기록보다 훨씬 더 나은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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