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브랜든 와델의 대체 선수로 시라카와 케이쇼를 선택했다.
두산은 7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깨통증으로 이탈한 외국인 투수 브랜든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와 총액 400만 엔(약 3,426만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시라카와는 계약 후 “두산 베어스라는 좋은 팀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공 한 개, 한 개 전력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시라카와는 지난 5월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 랜더스에 입단해 5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의 성적을 기록했다.
시라카와는 6주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SSG가 엘리아스를 선택하면서 한국 생활이 끝나는 듯했지만 브랜든의 대체 선수로 두산의 선택을 받으면서 KBO리그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시라카와는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SSG 랜더스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5.06 기록한 시라카와 케이쇼
KBO리그는 올해부터 기존 외국인 선수가 전치 6주 이상의 장기 부상을 당할 경우 한시적으로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이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지만 시즌 도중 완전 교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은 KBO리그에서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는 이미 3개 구단이 활용하면서 비교적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정규리그 1위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을 당하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좌완 투수 캠 알드레드를 영입했다.
한화 이글스 역시 리카르도 산체스의 대체 선수로 라이언 와이스를 영입해 선발투수로 기용하고 있다. 그리고 알드레드와 와이스 전에 KBO리그 무대를 밟은 ‘최초의 대체 외국인 선수’가 바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였다.
일본 독립리그의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활약하던 시라카와는 지난 5월 22일 내복사근 부상으로 6주간 이탈하게 된 외국인 투수 엘리아스의 대체 선수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정식 프로리그가 아닌 독립리그 소속이었지만 시라카와는 국내와 시차가 없는 일본에서 계약 직전까지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서양에서 오는 외국인 투수와 달리 시차적응이나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은 시라카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지난 6월 1일 키움 히어로즈전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시라카와는 SSG 유니폼을 입고 5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의 성적을 기록했다.
23이닝을 던지면서 2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과시한 시라카와는 퀄리티스타트가 1번밖에 없었지만 5경기 중 4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이닝소화에서도 나쁘지 않은 능력을 보여줬다.
시라카와가 선발진을 지키는 동안 엘리아스도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가 임박해졌고, SSG는 기존의 엘리아스와 새로 가세한 시라카와 중 한 명을 골라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물론 나이가 젊고 구위가 좋은 시라카와를 붙잡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라카와는 23이닝 동안 3개의 피홈런을 포함해 29개의 안타를 맞으며 0.305의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결국 SSG는 2023년 후반기와 가을야구에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던 엘리아스를 선택했다.
KBO리그 56승 투수 대신 선택받은 강속구 투수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과 재계약했지만 1선발 알칸타라의 부진으로 고민이 많았다.
브랜든이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음에도 14경기에서 10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좋은 성적을 올린 데 비해 알칸타라는 부상 복귀 후 좀처럼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듬직하게 마운드를 지키던 브랜든도 지난 6월 23일 삼성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조기 강판됐다.
어깨 부상을 당한 브랜든의 재활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산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선수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키움에서 활약하면서 2021년 KBO리그 다승왕(16승)에 올랐던 좌완 투수 에릭 요키시였다.
실제로 요키시는 KBO리그 통산 130경기에 등판해 56승 36패 평균자책점 2.85의 성적을 기록한 검증된 외국인 투수로 지난 시즌에도 기량미달이 아닌 내전근 파열 부상 때문에 키움을 떠난 바 있다.
두산은 지난 6월 말 요키시를 한국으로 불러 테스트를 했고 요키시는 테스트 당시 143km/h의 구속을 보이며 몸관리가 잘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두산의 최종 선택은 KBO리그 경력이 풍부한 만 34세의 베테랑 좌완 투수 요키시가 아닌, 만 23세의 젊은 강속구 우완 투수 시라카와였다.
요키시가 지난 1년간 소속팀 없이 개인훈련만 한 것에 비해 시라카와는 지난 6월까지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한 만큼 실전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두산이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정수빈, 조수행 등 수비가 뛰어난 외야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시라카와를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의 조쉬 린드블럼과 2020년의 알칸타라처럼 비서울 구단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가 두산 이적 후 성적이 크게 향상된 것처럼 시라카와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양의지라는 KBO리그 최고 포수와의 만남도 젊은 시라카와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SSG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산 역시 6주가 지나면 시라카와와 브랜든 중에서 두산에 잔류할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 KBO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브랜든을 제치고 시라카와가 두산에 잔류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두산이 대체 외국인 선수 시라카와에게 바라는 것은 브랜든이 돌아올 때까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이다. SSG에게 5경기에서 2승을 안겼던 시라카와는 앞으로 6주 동안 두산에게 몇 승이나 안겨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