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안방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7월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6-0으로 완승을 거뒀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에서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한화는 안방으로 돌아와 LG를 4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이날 KT 위즈에게 4-5로 역전패를 당한 롯데 자이언츠를 반 경기 차로 제치고 단독 8위로 올라섰다(38승 2무 46패).
한화는 1회 선제 적시타를 때린 4번 타자 안치홍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황영묵이 3안타 2득점, 채은성과 이재원도 나란히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씩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마운드에서는 단 3명의 투수가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가운데, 김경문 감독과 한화 팬들은 이 투수의 부활이 가장 반가웠다.
후반기 첫 등판에서 7이닝 8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낸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가 그 주인공이다.
신인왕 수상 후 ‘2년 차 징크스’ 겪은 선수들
KBO리그에는 이순철(SBS 스포츠 해설위원)부터 양준혁,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류현진(한화 이글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신인왕 수상을 계기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풀타임 2년 차 시즌이 되면 다른 구단에게 습관이나 패턴 등을 간파당하면서 루키 시즌에 보여줬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년 차 징크스’에 빠지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199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동수(대구야구육성사관학교 감독)는 1994년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1995년 주전으로 도약해 타율 0.282 22홈런 81타점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당시 경쟁자가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 마해영 같은 대형 유망주였기에 이동수의 수상은 더욱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동수는 이듬해 94경기에서 타율 0.266 8홈런 38타점으로 성적이 떨어졌고, 1997년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이자 KBO리그 통산 311홈런 1,358타점을 기록한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2년 차에는 누구 못지않게 힘든 시즌을 보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88경기에서 타율 0.335 20홈런 54타점의 놀라운 성적으로 신인왕에 선정됐던 김태균은 큰 기대를 모았던 2년 차 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255 7홈런 34타점으로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김태균은 3년 차 시즌에 31홈런 95타점으로 곧바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2021년까지 키움 히어로즈의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다가 올해부터 키움의 잔류군 투수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오주원도 신인왕 출신이다.
오주원은 청원고를 졸업하고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첫 해부터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9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신인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오주원은 이듬해 22경기에 등판해 1승 11패 평균자책점 6.01로 믿기지 않는 추락을 경험했고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단 7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2012년 NC 다이노스의 창단멤버로 입단했다가 2013년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한 사이드암 신재영은 2016년 뒤늦게 1군에 데뷔해 30경기에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토종 다승 공동 1위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다.
야구 팬들은 오랜만에 나타난 늦깎이 잠수함 선발투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신재영은 이듬해 34경기에서 6승 7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54로 부진했고, 결국 통산 30승의 평범한 성적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전반기 부진 털고 후반기 완벽한 출발
광주진흥고 시절부터 강속구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문동주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국지명을 통해 한화에 입단한 순간부터 한화에서 애지중지 키운 최고의 유망주였다.
류현진 이후 많은 투수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하지 못한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한 한화는 특급 유망주 문동주에게 입단 초기부터 철저한 ‘이닝제한’을 두면서 최고의 원석이 자칫 금이 가거나 깨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게 육성했다.
루키 시즌 1군에서 단 28.2이닝 만을 소화하며 신인왕 자격을 유지했던 문동주는 2년 차 시즌 23경기에서 118.2이닝 동안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의 성적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문동주는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만과의 결승에서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국의 금메달을 견인하며 한국야구의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렇게 한화의 ‘문동주 에이스 만들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한화 팬들은 입단 3년 만에 억대 연봉에 진입한 문동주가 올해 드디어 이닝제한이라는 ‘봉인’이 풀려 돌아온 류현진과 함께 한화의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문동주는 전반기 13경기에 등판해 3승 6패 평균자책점 6.92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6월 26일 두산 베어스전 4이닝 8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7실점 패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일찌감치 전반기를 마감했다.
전반기 부진 후 절치부심하며 후반기를 기다린 문동주는 라이언 와이스와 하이메 바리아, 류현진에 이어 한화의 4번째 선발투수로 12일 LG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LG는 12일 경기에서 좌타자를 7명이나 배치하면서 문동주에 대비했다. 하지만 문동주는 8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허용하면서도 160km/h의 강속구를 앞세워 LG 타자들에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호투를 펼치며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냈다.
전반기의 심각한 부진 때문에 여전히 문동주의 2024시즌 성적은 4승 6패 평균자책점 6.26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12일 LG전에서 보여줬던 자신감과 구위가 후반기에 계속 이어진다면 이날 최고 구속 160km/h, 평균 구속 156km/h를 기록했던 문동주의 엄청난 강속구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팀은 흔치 않다.
무엇보다 문동주의 후반기 부활은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한화의 후반기 순위 경쟁에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