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친 홈런 비거리가 무려 881피트(약 268.5m)였다.
4월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LA 에인절스전에서 마이크 트라웃(Mike Trout)과 오타니 쇼헤이(Shohei Ohtani)의 파워가 고스란히 확인됐다.
2023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 트라웃과 오타니의 마수걸이 백투백 홈런이 터졌다.
이날 경기에 2번 중견수와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트라웃(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과 오타니(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는 홈런 2개 포함, 4안타 3타점을 합작하며 에인절스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눈길을 끄는 장면은 5회 초 만들어졌다. 에인절스는 선두타자 테일러 워드(Taylor Ward)가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곧바로 트라웃이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클랜드 선발 켄 월디척(Ken Waldichuk)의 3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가운데 펜스를 넘긴 비거리 434피트(132.3m) 장타를 터트렸다. 타구 속도는 109.1마일(약 162.4km/h), 발사각은 27도였다.
에인절스의 화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속 오타니가 월디척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연속 타자 홈런으로 연결했다. 비거리가 447피트(136.2m)로 트라웃보다 더 길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의 마지막 투수와 미국의 마지막 타자로 명승부를 펼친 오타니와 트라웃이 백투백 홈런을 합작한 것이다. 둘 다 시즌 첫 홈런이어서 기쁨이 두 배였다.
트라웃과 오타니는 미국과 일본은 대표하는 최고 슈퍼스타다. 트라웃은 통산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3회, 올스타 출전 10회, 실버슬러거 9회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해에는 11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개인 세 번째 40홈런 고지를 정복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첫 3경기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트라웃은 MLB 역대 최고 몸값 4억 2,650만 달러(약 5,573억 원)을 자랑한다. WBC에서는 미국 대표팀의 주장도 맡았다.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가 모두 가능한 ‘이도류’다. WBC에서는 일본의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타자로 출전한 3경기 타율은 0.333(12타수 4안타 3타점). 선발로 나선 지난달 31일 오클랜드전에서는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선보이며 WBC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타니는 현재 MLB 최초 5억 달러(약 6,586억 원)에 이르는 대형 장기 계약 소문이 도는 등 투·타 겸업을 하는 뛰어난 실력에 미국과 일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트라웃과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각각 2번-3번 타순을 맡고 있다. ‘트라웃-오타니’가 나란히 나오는 타순은 만화에서나 볼만한 조합이다. 필 네빈(Phil Nevin) 에인절스 감독은 오클랜드전이 끝난 뒤 “트라웃이 한 방을 터트리는 걸 보고 좋았다. 오타니 타석도 훌륭했다”며 “이 선수들이 잘해준다면 올 시즌 괜찮을 거 같다”고 흡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