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승’ 두산 베어스 이병헌, 약관의 ‘좌완 불펜 에이스’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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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LG 트윈스와의 26번째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5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3-2로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지난 4월 12일 LG와의 2024시즌 첫 맞대결에서 1-2로 패한 후 LG를 상대로 내리 4연승 행진을 달린 두산은 5위 LG와의 승차를 1경기로 줄였고 5할 승률 복귀도 더욱 가까워졌다(18승 19패).

 

두산은 3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한 강승호가 1회 선제 투런홈런을 작렬하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지명타자로 출전한 양의지가 3안타, 선발 포수로 출전한 김기연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최준호가 4.1이닝 2실점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4명의 불펜 투수가 남은 4.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특히 5회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좌완 투수 이병헌은 1.2이닝 무실점으로 3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승리를 따냈다.

 

키우기 힘들었던 두산의 ‘자체생산 좌완 불펜 투수’

 

모든 구단이 좌완 투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지만 특히 두산은 1990년대까지 확실한 좌완 불펜 투수가 없어 크게 고전했다.

 

1차 지명으로 선발했던 류택현을 비롯해 국가대표 출신 좌완 투수 김영수는 베어스를 떠난 후에야 제 몫을 하기 시작했고 한명윤김덕윤처럼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유망주들도 수두룩했다.

 

그나마 1999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차명주가 3년 연속 홀드왕에 오르면서 두산의 좌완 불펜에 숨통이 트였다.

 

사진|두산 베어스의 1세대 좌완 불펜 투수 차명주

 

2000년대 초·중반 차명주와 함께 두산의 왼쪽 허리를 지켰던 젊은 좌완 투수는 바로 이혜천이었다.

 

전형적인 ‘제구가 불안한 강속구 좌완 투수’였던 이혜천은 2001년 9승을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06년에는 8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79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혜천은 은퇴할 때까지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고 2015시즌이 끝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사진|좌완 투수 이혜천의 두산 베어스 시절(왼쪽)과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왼쪽)

 

2008년에는 두산이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진야곱이라는 또 한 명의 좌완 강속구 유망주를 지명했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좋지 못했던 진야곱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군복무 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2015,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진야곱은 2017년 3월 불법 스포츠 도박사건에 연루되면서 징계를 받았고 2017시즌이 끝나고 팀에서 방출되면서 20대의 젊은 나이에 유니폼을 벗었다.

 

지역 연고제가 폐지되고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된 첫 시즌이었던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은 신장 207cm의 좌완 투수 장민익을 1라운드로 지명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투구폼과 메커니즘 등 수정할 부분은 많지만 피지컬은 좋은 유망주를 육성하겠다는 두산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민익은 9년 동안 31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10.09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방출됐다.

 

장민익은 2019년 SK 와이번스로 이적해 현역 생활을 이어갔지만 1군 무대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은퇴했다.

 

두산이 ‘자체생산’한 최고의 좌완 불펜은 단연 함덕주(LG 트윈스)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시절 함덕주(왼쪽)와 LG 트윈스 이적 후 함덕주(오른쪽)

 

입단 당시 크게 돋보이는 유망주가 아니었던 함덕주는 2015년 7승 16홀드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했고 2017년에는 선발투수로 9승, 2018년에는 마무리 투수로 27세이브를 기록하며 두산을 대표하는 전천후 좌완 투수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함덕주는 2021년 LG로 트레이드되면서도 올해 두산의 캡틴이 된 양석환이라는 거포 1루수를 유산으로 남겨줬다.

 

5월 초에 시즌 4승 수확한 스무 살 좌완 불펜

 

이병헌은 서울고 2학년 시절부터 150km/h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일찌감치 서울권 1차 지명 후보로 떠올랐다.

 

두산이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투수 유망주들 대신 유격수 안재석(현역복무)을 지명할 수 있었던 것도 2022년 1차 지명으로 예정된 이병헌이라는 좌완 유망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고교 3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두산은 예정대로 이병헌을 마지막 지역 연고제 드래프트의 1차 지명선수로 선택했다.

 

사진|두산 베어스의 필승 좌완 계투로 등판하고 있는 이병헌 (출처.두산 베어스)

 

두산에 입단해 루키 시즌 대부분을 재활로 보낸 이병헌은 시즌 막판 1군으로 콜업돼 9경기에 등판하며 3.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023시즌 또 한 명의 젊은 좌완 투수 최승용이 선발투수로 자리 잡으면서 이병헌은 본격적으로 전문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이병헌은 2023년 1군에서 46경기에 등판해 프로 데뷔 첫 승은 챙기지 못했지만 5개의 홀드와 함께 4.6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1군 무대에 적응해 나갔다.

 

올 시즌 프로 3년 차를 맞는 이병헌은 최승용이 팔꿈치 부상으로 아직 1군에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면서 두산의 핵심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3월 26일 KT 위즈전에서 0.2이닝 무실점 투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한 이병헌은 4월에 13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2.92로 더욱 안정된 구위를 뽐냈다. 그리고 5월에 등판한 3경기에서는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벌써 시즌 4승째를 수확했다.

 

이병헌은 5월 3일과 4일 이틀 연속 승리를 기록했는데, 승리한 상대가 ‘잠실 라이벌’ LG였기 때문에 이병헌이 따낸 승리의 가치는 더욱 컸다.

 

이병헌은 3일 경기에서 김유성, 박치국에 이어 4회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1이닝을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3승째를 챙겼다. 3일 22개의 공을 던졌던 이병헌은 4일 경기에서도 5회 1사 후에 등판해 6회까지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이틀 연속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이병헌은 이틀 연속으로 마운드에 올라 42개의 적지 않은 공을 던졌지만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면서 두산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두산은 어린이날 시리즈 첫 2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임시 선발’에 가까웠던 김유성과 최준호를 내세웠지만 이병헌의 호투 덕분에 2경기를 모두 가져올 수 있었다.

 

두산 팬들을 더욱 기쁘게 하는 사실은 올 시즌을 통해 두산 불펜의 핵심 좌완 투수로 성장하고 있는 이병헌이 아직 만 20세(2003년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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