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 3점포’ 두산 베어스 양석환, ‘FA로이드’ 발동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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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LG 트윈스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4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10-5로 승리했다.

 

14, 15일 경기를 모두 패하고 16일에도 6회까지 1-4로 뒤지며 스윕 위기에 놓였던 두산은 7회 동점을 만들었고 8회 2사 후에 대거 6점을 올리는 ‘빅 이닝’을 만들며 기분 좋은 역전극을 완성했다.

 

두산은 두 번째 투수 정철원이 2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으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고 선발 최승용도 5이닝을 2피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잘 막았다.

 

사진|7회 동점 홈런을 때리고 세레머니를 보여주는 두산 베어스 양석환 (출처.두산 베어스)

 

타선에서는 7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한 안재석이 8회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고 송승환도 시즌 첫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두산을 스윕의 위기에서 탈출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7회 동점 3점 홈런을 터트린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양석환이었다.

 

FA를 앞두고 갑자기 성적이 좋아지는 선수들

프로 스포츠에서는 FA와 스테로이드의 합성어인 ‘FA로이드’라는 은어가 있다. 흔히 FA 직전 시즌 좋은 성적을 올려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가 이듬해 부진했을 때 “지난 시즌 대활약은 ‘FA로이드’였나”라고 표현한다.

 

물론 FA계약 후 일부러 부진한 선수는 있을 리 없고 최근에는 FA 계약 후 더욱 성적이 좋아지는 ‘FA 모범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FA를 앞둔 선수가 시즌을 맞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올 시즌 SSG 랜더스에서 주루 및 작전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김민재 코치는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던 내야 자원이었지만 0.247의 통산 타율이 말해주듯 결코 타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01년 FA를 앞두고 19년의 프로 생활 중 유일무이한 3할 타율(2001시즌 타율 0.301)을 기록했다. 그리고 김민재는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어 SK 와이번스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 유니콘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불펜 투수로 활약하던 송신영(키움 히어로즈 2군 투수코치)은 2011년 넥센과 LG를 오가며 62경기에서 3승 3패 7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24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송신영은 불펜 투수가 부족했던 한화 이글스와 3년 13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첫 해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94로 부진했고 2013년 NC 다이노스를 거쳐 다시 친정팀 히어로즈로 복귀했다.

 

사진|모범적인 FA 선수 생활로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명언을 남긴 이호준 LG 타격코치 (출처.NC 다이노스)

 

FA로이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이호준(LG 트윈스 타격코치)이다. SK 시절 해마다 기복이 심하고 부상이 잦았던 이호준은 FA를 앞둔 2012년 타율 0.300 18홈런 78타점을 기록한 후 3년 20억 원의 조건에 NC로 이적했다.

 

이때만 해도 이호준의 ‘FA로이드’에 대한 의심이 적지 않았지만 이호준은 NC에서 활약한 5년 동안 95홈런 398타점을 기록하며 FA 선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삼성 라이온즈의 좌완 투수 백정현은 2007년 프로 데뷔 후 14년 동안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하다가 FA를 앞둔 2021년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의 성적으로 일약 삼성의 좌완 에이스로 도약했다.

 

하지만 삼성과 4년 38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백정현은 2022년 4승 13패 평균자책점 5.27로 부진했고 올해도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7.71에 그치고 있다. 남은 계약 기간 동안 반전을 만들지 못하면 백정현은 삼성 구단 역사상 최악의 FA 선수로 기억될 수도 있다.

 

시즌 초반 홈런 1위 달리는 ‘잠실거포’ 양석환

2014년 LG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양석환은 2년 차 시즌부터 1군에서 125경기에 출전하며 우타 거포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특히 2017년 14홈런 83타점, 2018년 22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면서 LG의 주전 3루수이자 중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양석환은 2018시즌이 끝나고 군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했고 그 사이 LG는 트레이드를 통해 김민성이라는 새로운 3루수를 영입했다.

 

2020년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지만 양석환은 LG에서 ‘잉여전력’이 됐고 LG는 2021년 3월 좌완 투수 보강을 위해 양석환과 남호를 두산으로 보내고 함덕주와 채지선을 받아오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산으로 이적하자마자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한 양석환은 이적 첫 해 133경기에 출전해 28홈런 96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두산에게는 그야말로 ‘복덩이’나 다름없었다.

 

양석환은 지난 시즌에도 107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0.244 51타점에 머무는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고 두산 역시 9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FA를 1년 앞둔 양석환은 3억 9,000만 원에서 4억 원으로 오히려 연봉이 인상됐다.

 

사실 FA를 1년 앞두고 성적이 부진했던 선수가 연봉이 인상되는 것은 KBO리그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FA를 앞둔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동시에 FA 이적 시 조금이라도 많은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양석환은 구단과 팬들이 자신에게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올 시즌 두산이 치른 13경기 중 11경기에 출전한 양석환은 타율 0.349(12위) 4홈런(1위) 11타점(공동 4위) OPS(출루율+장타율) 1.070(4위)으로 두산의 3번 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양석환은 16일 LG전에서도 7회 베테랑 우완 투수 김진성으로부터 호쾌한 동점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16일 LG 트윈스전에서 7회 3점 홈런을 때려내는 양석환 (출처.미친야구)

 

KBO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김성한과 장종훈, 김태균, 이대호처럼 뛰어난 우타 거포 1루수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2023년 현재는 홈런왕 6회에 빛나는 박병호를 거느린 KT 위즈 정도를 제외하면 검증된 우타 거포 1루수를 보유한 팀은 거의 없다.

 

양석환이 올 시즌, 2021년 또는 그 이상의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면 시즌이 끝난 후 상당히 ‘따뜻한 겨울’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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