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홈런’ SSG 랜더스 한유섬, 타율 59위의 ‘은밀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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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가 안방에서 선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는 4월 1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9회 말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지난 13일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내리 3연승을 내달리며 KIA의 7연승 도전을 막아낸 SSG는 이날 한화 이글스에게 4-7로 패한 3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줄였다(13승 8패).

 

SSG는 선발투수 김광현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3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9회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조병현이 2승째를 올렸다.

 

SSG는 3-4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9회 말 공격에서 최정이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의 기록(467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한유섬은 경기를 마무리하는 끝내기 홈런을 작렬하며 ‘철벽 마무리’ 정해영에게 시즌 첫 패전을 안겼다.

 

낮은 타율-많은 홈런, ‘반전매력’의 타자들

 

‘빅보이’ 이대호는 현역 시절 0.309의 통산 타율과 374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김별명’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0.320의 고타율과 함께 311개의 통산 홈런을 기록했다.

 

이처럼 야구에서는 타율과 홈런이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이저리그의 애덤 던(타율 0.237 462홈런)이나 크리스 데이비스(타율 0.233 295홈런)처럼 KBO리그에서도 타율은 낮지만 많은 홈런을 때리며 투수들을 긴장시켰던 타자들이 종종 있었다.

 

현역 시절 해태 타이거즈의 쟁쟁한 투수들을 리드하며 6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했던 포수 장채근(홍익대학교 감독)은 0.228의 통산 타율이 말해주듯 해태의 강타자들에 비하면 타격 재능이 썩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파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장채근은 하위 타선에서 ‘뜬금포’를 터트리며 분위기를 바꿨고 1988년 타율 0.249 26홈런으로 김성한(30개)에 이어 홈런 2위, 1992년 타율 0.264 23홈런으로 홈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해태 타이거즈 시절 홈런 타선을 이끌었던 장채근(왼쪽)과 샌더스(오른쪽)

 

1999년은 KBO리그에 30홈런 타자가 12명, 20홈런 타자가 23명에 달할 정도로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그만큼 낮은 타율에도 많은 홈런을 치던 타자들이 적지 않았는데 가장 태표적인 선수가 해태의 외국인 선수였던 트레이시 샌더스였다.

 

샌더스는 1999년 타율이 0.247에 불과했지만 무려 40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홈런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샌더스의 40홈런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최다 홈런 기록이다.

 

2014년부터 다시 시작된 타고투저 현상은 2018년에 절정에 달했고 그해에는 KBO리그에서 무려 35명의 타자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의 김동엽(삼성 라이온즈)은 0.252의 평범한 타율에도 27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야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김동엽은 27홈런을 기록한 2018년, 출루율이 3할이 채 되지 않았고(출루율 0.285) 결국 그해 겨울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왕(6회)에 빛나는 박병호(KT 위즈)의 화려한 커리어에도 타율 0.159 무홈런에 허덕이는 올 시즌만큼이나 감추고 싶은 시기가 있었다.

 

바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과 2021년이었다. 박병호는 2020년 21홈런, 2021년 20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타자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2년간 타율이 각각 0.223와 0.227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2022년 KT로 이적한 첫 해 곧바로 홈런왕을 탈환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타율 59위 타자가 홈런 2위-타점 공동 1위

사진|SSG 랜더스의 장타 군단을 이끌고 있는 주장 한유섬 (출처.SSG 랜더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은 한유섬은 하위 라운드 지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 한 명이다.

 

한유섬은 당시 SK를 지휘했던 이만수 감독(KBO 재능기부위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013년 14홈런 52타점을 기록하며 SK의 차세대 거포로 떠올랐다.

 

한유섬은 2014시즌이 끝난 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해 2년 연속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며 거포 유망주로서 높은 기대를 받았다.

 

전역 후 2017년 103경기에서 29홈런 73타점으로 첫 전성기를 맞은 한유섬은 시즌 후반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2018년 41홈런 115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하지만 한유섬은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춘 2019년 홈런이 12개로 크게 줄었고 2020년에도 0.249의 낮은 타율과 함께 15홈런 31타점으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유섬은 팀명이 SK에서 SSG로 바뀐 첫 시즌 31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시즌이 끝난 후 5년 60억 원의 비 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까지 선물 받았다.

 

사진|타율은 낮지만 뛰어난 장타력을 뽐내고 있는 한유섬 (출처.SSG 랜더스)

 

한유섬은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2년 SSG의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커리어 두 번째 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한유섬은 2023년에도 타율 0.273를 기록했지만 자신의 최대장점이었던 홈런이 7개로 크게 줄면서 또 한 번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올해도 한유섬은 21경기에서 타율 0.211에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64명의 타자들 중에서 59번째로 낮은 타율이다. 하지만 한유섬은 올해 8홈런 21타점으로 홈런 2위, 타점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유섬은 16일 KIA전에서도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회 좌중간 2루타에 이어 고명준의 3점 홈런 때 홈을 밟았고, 9회에는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 8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던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올해로 프로 13년 차를 맞는 한유섬은 커리어 내내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하지만 총 4번의 20홈런 시즌을 포함해 통산 181홈런 618타점 통산 장타율 0.499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장타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 21경기 만에 지난해의 홈런 개수를 넘어선 한유섬이 지금 같은 장타생산과 해결사 본능을 계속 발휘한다면 SSG 팬들은 한유섬의 다소 낮은 타율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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